독서 후기

"홀로 사는 즐거움"을 읽고...

깃또리 2004. 8. 25. 09:41

"홀로 사는 즐거움"을 읽고...

법정지음

샘터

 

2004. 8.

 

 집 책장에 오래 된 범우사발행의 문고본 몇 권이 있는데 출판사가 정한 장서번호 1번이 피천득님의 "수필"이고 2번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이다. 초판본이 1976년이니 벌써 30년이 다 된 셈이며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 보았을 소위 요즘 말로 한국의 대표 수필집이다.

 수필집 무소유는 그동안 판형을 달리하여 몇차례 재출간을 하였고 나도 이래저래 서너번 다시 읽은 기억이 나며 몇 년만에 다시 보아도 의미가 새롭게 다가와 나 자신의 부질없는 소유욕에 대한 반성을 되집어 보게 한다.

 법정스님의 책은 무소유 말고도 1978년 초판에 1989년 증판된 "영혼의 모음" 제목의 세로쓰기판의 수필집이 있는데 물론 여기에도 무소유와 탁상시계가 포함 되었고 요즘 책과 달리 글씨 크기도 작아 읽기는 불편하지만 내용은 알차고 지금 출판되는 책의 두서너배의 분량이 된다.

"버리고 떠나기"는 비교적 신간에 속하며 이번에 읽은 책 "홀로 사는 즐거움" 을 읽어보니 이제 스님의 연세도 이제 70 을 넘기고 지금은 강원도 바닷가 가까운 어느 작은 암자에 기거하며 진정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불교관련 사업에 관여도하시고 대중연설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시더니 이제는 활동을 줄여나가시면서 깊은 내면의 성찰에 몰두 하시는 것 같다. 긴 수행과정에 아무래도 풍부한 독서와 명상의 결과겠지만 법정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동서양의 근현대 철학자, 예술가, 종교가들의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고 해박한 지식과 함께 시류에 적절한 내용으로 읽기의 즐거움을 더하게 된다.

 종교라는게 무릇 인간의 삶을 보다 슬기롭고 참되게 사는데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으며 단지 종교는 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가는 길은 달라도 그 목표는 같다고 볼 때 어느 종교든 어느 경지에 도달한 최고의 종교인의 목소리는 한가지여야 한다고 보며 이런 관점에서 법정스님의 말씀은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본다.

 즉, 스님의 이야기 중에 타 종교에 대한 포용과 이해는 나에게 많은 공감을 하게 하며 종교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김수환 추기경께서 석탄일에 부처님 탄생을 축하를 하고 조계종 종정스님이 크리스마스에 아기예수탄생을 함께 기뻐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 진다.

 법정스님의 글에서도 기독교 성경의 귀절이 수시로 인용되고 예수의 가르침을 석가의 가르침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과연 휼륭한 수행자가 어때야 하는지를 간단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가끔 주변에서 자신의 종교에 충실하다는 몇사람들이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편협함에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종교적 갈등으로 피를 흘리는 현실에서 이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동화작가로 알려진 정채봉씨의 부음기사를 언젠가 본적이 있는데 법정스님과 각별히 가까웠다고 하며 "그 대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정채봉을 그리다." 라는 소제목 아래 그와의 오랜 친교관계를 밝히고 특히 정채봉씨가 첫 월급을 타서 법정스님에게 내복을 사 보낸 사연을 적고 있다.

 법정스님은 정채봉씨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수 없는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고 언젠가는 그 관계망속에서 빠져 나가는게 바로 죽음이란 사건이다." 라고 말하시는데, 살아 있는 동안에 인간 관계를 돈독히하여 삶을 외롭지 않게  보내는 것이 중요한 지혜라고 생각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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