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산문집<소풍>을 읽고...

깃또리 2006. 8. 27. 21:24
16518 

<소풍>을 읽고...

창비

성석제

2006. 8. 27.

 

 

 작가 성석제는 1960년생으로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얼마간 직장생활을 하다 30대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는등 중견작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오래전에 그의 소설 <황만근의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독후감이라도 써 놓았더라면 조금은 기억이 날텐데 아쉽다.

 

산문집 <소풍>은 작가가 그간 살아오면서 먹어온 음식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모아 적은 글이다. 작가가 법학을 전공하였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노라면 그는 천부적으로 이야기꾼이며 소설가 기질을 가지고 타고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 밖에 없다.

보통 사람같으면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생각난다고 하여도 단편적으로 나타나고 중요한 부분만 기억되는데 소설가들의 글에서는 당시 하늘에 뜬 구름의 움직이라든가 삽상한 바람의 방향, 시냇물 소리의 경쾌함, 바지가랑이에 달라붙는 메뚜기 날개의 갸냘픔까지도 정확히 묘사하는 글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작가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서울에서 지낸 기간이 훨씬 길지만 아련한 추억이 베이고 그의 성격을 형성한  곳은 분명 자연과 함께 한 시골이라고 생각된다.

이 산문집에서도 미국의 대도시, 중국의 여러 고장, 동남아를 수 없이 여행하면서 맞닫뜨린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은 궁핍한 시골에서 자랄 시절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였고 더 풍부한 감상과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양 음식과 중국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로 재미 있지만,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하여 더 많은 애착과 아련한 추억을 내비치고 있다.

즉, 국수, 냉면, 자짱면, 묵밥등에 대한 추억담이 줄지어 나온다.

 

사실 음식을 섭취하는건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며 어쩌면 삶 자체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먹기 위해서 산다고도 할까. 또한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하고 먹는다는 일은 우리 삶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 성석제는 이에 대하여 책머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먹고살기에 급급한 때가 있었다. 살기 위해 먹는 처지에 좋은 것과 나쁜 것,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를 가릴 형편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음식들 먹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맛을 본다는 건 바로 소풍 같은 것이다.

가기 전날부터 가슴이 설레고 살짝 땀이 배도록 걸어서 가느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담소를 나눌 동무들이 있으면 더욱 좋다. 보물 찾기처럼 예상치 않았던 것을 얻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먹고 이야기하는 것, 이 모두가 '음식'이 라는 말로 뭉뚱그려진다고 할 때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다. 음식에 관한 기억과 눈,귀, 코, 혀, 몸, 뜻(眼,耳, 鼻, 舌,身,意)의 감각 총체 예술이다. 음식에 관한 기억과 그에 관한 이야기는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

이 책에 든 글들은 대체로 음식에 관한 것이지만 음식만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니다. 음식을 통하여 새삼 깨닫게 되는 사람과 세상에 관해 썼다. 소풍 가서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 (食) 샘물을 마시는(飮)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낌(感)이 움직이는 (動)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숙제를 해치우듯 먹어본 음식은 맛을 느낄 수 없었고 그렇게 해서는 음식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먹는 것이 소풍이라면 음식이야기 역시 소풍이며, 무릇 이야기란 우리 삶의 소풍 같은 것이다."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산무진>을 읽고..  (0) 2006.09.07
월간지 <착한 이웃>을 읽고...  (0) 2006.09.02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  (0) 2006.07.12
솔롱고스  (0) 2006.07.09
하루키의 <랑겔한스섬의 하루>를 읽고...  (0) 200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