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하루키의 <랑겔한스섬의 하루>를 읽고...

깃또리 2006. 7. 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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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겔한스섬의 하루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

백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서  동질성을 느끼곤한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지만...

그래서 그를 따라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

 아마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연령(나 보다 두살인가 더 많음)에다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이라는 연대감에 연유하리라 추측해본다.

 

레스토랑에서 독서

 

하루키는 레스토랑에서 한가하게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나는 직업상 근무지를 자주 옮겨 다니다 보니 자주 갈 수 있고 책을 마음 놓고 읽을 만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있다면 나에게도 작은 행복이겠다.

 

브람스의 요리

 

 1885년 브람스가 교향곡 4번을 초연할 때 브람스가 직접 지휘하였고 그의 후원자였던 마이닌게 공작의 요청으로 3악장을 거듭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퍽 흥미 있었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음악 정신을 충실히 뒤따르며 베토벤을 존경하였다 하며 그는 교향곡을 4개만 썼는데 그 중에서 특히 4번은 완성도가 높아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으며 브람스는 이런 칭찬에 쑥스러워 하면서 자신을 베토벤과 동렬로 놓는 것에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쉐이빙 홈

 

무슨 얼음집(알래스카 이글루)을 개조할 때 사용 되는 관련 단어로 알았는데 Shaving Foam이었다. 차라리 쉐이빙 포옴으로 번역했더라면 이런 혼동이 없을 텐데...

아무튼 무라카미는 쉐이빙 홈: 면도용 거품비누를 눈에 띄기만하면 반사적으로 산다고 하는데 내가 진열대에 놓인 비누만 보면 사고 싶은 정신 상태와 비슷하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래도 특히 해외를 가게 되면 새로운 브랜드의 갖가지 비누를 한보따리 사오곤 한다. 그래서 아내에게 질책을 받기도 하는데 이제는 만성이 되기도 하였는지 아니면 측은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내가 비누를 보고 있노라면 사고 싶을 텐데 사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우리집 화장실에는 그래서 여러나라 비누가 차곡차곡 쌓여있고 수십년 동안 아내는 자기가 사고 싶은 비누를 사는 즐거움을 박탈 당하고 있다.-미안한 일이다.

 

무라카미씨의 집에도 질레트 거품비누가 있는지 틀림없이 있을테지만 그의 화장실을 구경하고 싶다.

 

여고생의 지각

 

순수해 보이고 사랑스러우며 귀여운 치마 입은 여고생이 학교 담을 타고 넘은 후 "치마 탁탁 털고, 시침 뚝 뗀 얼굴" 생각만해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여 그 여고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 자주 간다는 하루키의 취미도 별스럽다.

 

지갑속의 사진

 

솔직하려고 하다 마는 것을 보니? 똑 같다?

 

모두 함께 지도를 그리자.

 

하루키씨가 내가 지도 그리는 솜씨를 보면 놀라 자빠질 것 같다.

나는 건축기술자이므로 크기에 대한 감각, 비율에 대한 의식(Scale)이 뚜렸하다. -직업상

그러다 보니 약도를 그리는 나를 보는 사람들은 가끔은 칭찬도 때로는 빈정거리기도 한다.

필요 이상 정확하려고 하는 태도가 질투를 부르거나 짜증으로 이어지는가 보다.

 

세면기 속의 악몽

 

화장실 대변기 위에 앉아 신문이나 책을 보다 보면 내가 지금 목적으로 한 일(?)을 마쳤는지 아니면 아직 시작을 하지 않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땐 일어나 변기 속을 보아야 한다. 화장지를 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어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아마 신문 기사에 열중하고 변의가 심하지 않은 한가한 경우에 특히 그렇다.)

그러나 하루키씨 보다는 내가 덜한 것 같아서 퍽 다행이다.

 

Cash and Carry

 

작가와 나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래도 나는 비교적 용감 또는 뻔뻔해서 인지 여자 옷가게에서도 평상시의 호기심을 발휘하여 시간을 잘 보내고 있지만 남자 입장을 염두에 둔 부띠끄가 있다면 서울에서 제법 인기를 누릴만하다.

 

철학으로서의 Underock

 

작가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실  8년을 작은 Bar Tender로 일했으며 더구나 감성이 뛰어난 써머셋 모옴의 " OO 에도 철학이 있다."를 알고부터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 라고 깊이 감동하여 언더록을 만들었다며 정말 언더록에도 철학까지야 몰라도 철학 가까운 경지에 도달할 것임에 동의 하였다.

 

백화점의 사계

 

백화점의 옥상에 대한 이야기 절대 공감

 

뉴스와 시보

 

너무 철저한 정확성, 빈틈없는 현대인의 질식할 만한 생활을 깨뜨려 보고자 하는 열망, 역시 자유인다운 발상이다.  

 

포도

 

돌발 사태 그러나 큰 피해가 없는 정상을 약간 일탈한 일상생활속의 궤도이탈은 생활의 활력이 될것 같다. 자신의 변화없는 일상을 탁 털어내고 자의적으로 궤도이탈을 시도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은 용기부족가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여 미적미적 무의미한 삶을 이어갈 뿐이다.

 

위크맨을 위한 레퀴엠

 

한동안 익숙했던 소지품은 기능, 외관이 비록 뒤떨어 진다해도 자기의 영혼의 조각이 스며들어 있는 듯한 무의식의 상태가 인간 누구나에게 존재한다. 특히 동양 불교 영향권의 사람들은 이런 의식이 더하다.질레트 면도기를 무겁고 불편함에도 참고 10년 넘게 쓰다가 해외 여행길에서 분실하고 얼마나 애석해하였는지...

지금 5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모양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루키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랑겔한스섬의 오후

 

처음 책 제목을 보고 하루키씨가 독일여행에 가서 라인강 하류의 어느 작은 섬 아니면 아프리카의 어느 독일령 섬에서  한가한 오후를 지냈는가 했다. 랑겔한스란 어감에서 독일풍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인간 뱃속 취장에 있는 내분비세포의 이름이라니(내가 무식했나..아니다 나는 건축기술자이니 내 몸 속의 어느 부분 이라고 해도 이런 해부학자나 의사들 용어를 모른다고 흉되지는 않다.)

하필 이런 제목을 선택하여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누구의 발상인지 , 대개는 책이 잘 팔려야 수지가 맞는 출판사의 농간인 경우가 많다.

독자들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다.ㅎㅎㅎ

 

 *** 당뇨병의 치유 ***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당질을 분해시켜 에너지원으로 활용토록 해주는데, 췌장의 랑겔한스섬에서 인슐린의 분비가 되지않거나 부족할 경우 또는 불량한 인슐린이 만들어 질때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이것이 당뇨병의 원인이 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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