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강산무진>을 읽고..

깃또리 2006. 9. 7. 21:48
 

<강산무진>을 읽고...

김훈소설집

문학동네

2006. 8. 16.

 

김훈의 창작집 <강산무진>이란 책제목을 처음 보았을때 나는 언뜻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 霧津記行>이 떠올랐다.

그러나 한문으로 된 책제목은 다른 무진無盡이었으며 도서관에 몇 번의 확인에도 계속 대출 중이어서 이제는 책을 구입해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토요일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을 찾게 되어 반갑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단편 8편이 실렸는데 <강산무진>은 제일 뒤에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 나는 우선 강산무진을 먼저 읽었다. 339페이지 각주 난에 실린 <강산무진도>에 대한 내용을 읽어 보니 나는 강산무진도란 그림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수년전 본듯하다.

먼저 여기에 강산무진도에 대한 해설을 옮겨본다.

 

강산무진도 江山無盡圖 :조선후기 화가 이인문(李仁文, 1745~1821)의 산수화. 화가 시선이 천지간을 정처없이 떠돌며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끝없는 산천의 전개와 운동. 시간의 운행 사이사이에 해운, 어로, 하역, 농경, 주거의 풍경을 묘사하였다.. 가로 856x세로 44.1의 두루마리 그림으로는 가장 긴 가로 화폭이다. 비단에 수묵담채. 국립박물관 소장.

 

단편 강산무진의 주인공 김창수(57세. 남)은 의류제조하여 수출하는 회사의 상무인데 기독교에 심취한 아내가 전도사와 너무 가까이 지내 결국 이혼하고 혼자 산다.

큰딸은 시집을 가 살고 아들은 유학 후에 미국에서 눌러지낸다.

어느날 건강 검진에서 간암 판정을 받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살던 집을 정리하면서 미쳐 다 치르지 못한 이혼위자료를 전처에게 부친다.

 

 아들이 권유하여 미국의 요양원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미국으로 이민수속을 받는 동안 우연히 들른 집근처 박물관에서 조선 후기 특별전 전시실에서 산수화 <강산무진도>를 마주한다.

소설의 끝 부분에서 주인공 김창수는 이제 다시 오기 힘든 자신의 조국을 뒤로 하고 떠나 항공기가 인천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동해에 가까워지면서 산과 강이 끝나는 부분에서 박물관에서 본 <강산무진도>가 눈아래 펼쳐진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한다.

 

주변에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새롭지 않지만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듯하여 쓸쓸한 생각이 든다.

 

<배웅>

오십대 후반의 택시 운전사 김장수는 오늘도 사납금 채우기에 애를 태운다.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작은 규모의 '장수식품'이란 식품가공공장의 사장이었다. 사장이라 해도 트럭을 직접 운전하여 해산물과 양념 재료를 구하여 공장에 들여놓고 몇명의 종업원들이 젖갈을 만드는 수준의 공장의 사장이었다.

이 년제 전문대학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윤애는 김장수와 함께 트럭을 타고 일을 하였는데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 객지에서는 밤에 한몸이 되었다.

IMF 외환위기로 공장문을 닫고 김장수는 택시운전사가 되었고 윤애는 라오스로 이민가 숙박업을 하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딸을 낳아 남희라고 이름지었으며 어느날 한국을 방문한 윤애는 김장수와 반갑게 해후한다.

김장수는 윤애와 함께 했던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윤애의 딸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윤애는 "사장님, 그냥 계시기만 해도 저는 좋아요."라는 말을 한다.

김장수는 윤애와 만난 다음날 라오스로 떠나는 윤애을 위해 공항까지 자기 택시로 배웅하며 윤애는 김장수에게 라오스에 다녀가라고 하며 카트를 밀고 청사로 사라진다.

 

나는 이 단편을 읽으면서 이런 사랑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이 세상에 태어나 한 남자가  한 여성에게 인간적으로 존경받고 이 정도 사랑을 받기만 해도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열매는 씨를 뿌린 자의 몫이니...

 

<화장> 

아내의 긴 투병생활에 지쳐가는 50대 중반의 회사 중역 김민수가 30대 초반의 회사 여직원 추은주에게 느끼는 갈피를 잡지 못하여 헤어나지 못하는 감정을 동시화면을 보여주는 영화기법처럼 다룬 심리소설이다.

결국 아내는 죽음을 맞이하고 상중에 추은주는 사직서를 내고 외무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워싱턴으로 떠난다.

마지막에 김민수는 그간 키우던 개 보리를 더 키울 수 없어 병원으로 데리고 가 안락사 시키고 그는 그날밤 모처럼 깊이 잠들어 그의 모든 의식이 허물어져내리고 증발해버리는 깊고 깊은 잠에 빠진다.

 

오랜시간 같이 고생한 아내의 죽음, 옆에서 항상 자신의 마음을 흔드리게 하던 추은주의 떠남, 그리고 기르던 개의 안락사를 시키며 치열한 생존경쟁의 냉혹한 사회에서 잘 버텨오던 주인공 김민수일지라도 이런 상태에서 그의 의식은 허물어질 수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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