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나마스테" 를 읽고...

깃또리 2005. 12. 4. 19:11
 

"나마스테"를 읽고...

박범신 장편소설

한계레 신문사

2005. 9.

 

 

 

 나마스테, 어디선가 많이 본 낱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문의 책 광고에서 그리고 누군가가 쓴 글에서 어느 나라 인사말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요즘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조금 숙이며 하는 인도식 인삿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티벳 인사말이라고 한다.(태벳에서 살다 온 사람에 의하면 사실은 네팔과 인도식 인사말이라고...)

 하긴 합장은 불교식이니 힌두교인 인도는 애초부터 짐작이 틀렸다.

"안녕하세요"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도 된다는 티벳의 인사말을 소설 제목으로 글을 쓴 박범신씨는 5공 시절 필화 사건으로 한동안 절필 선언을 했던 사람으로 감성이 넘치고 유려한 문체로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티벳은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있어 '세계의 지붕' 이라 불리우며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자치구이다.  나는 오래 전에 'Nepal'에 관한 글을 너무 인상 깊게 읽어 히말라야 근처만 나오면 네팔이 먼저 떠 올라 네팔과 티벳을 자주 혼동하기도 한다.

 사실 네팔은 Kingdom of Nepal 이란 어엿한 독립국이지만 티벳은 1950년 중국이 침공하여 자치구로 선포해버린 불행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 하는 외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평등한 고용상태 더 나아가 인종차별 문제를 여자 주인공 '신우"를 통하여 밝히는 사회고발소설의 성격이 짙다.

 

대강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신우의 아버지는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 희망을 안고 가족과 함께 이민 생활을 시작하여 기반이 다져질 즈음 L.A.폭동으로 총에 맞아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다. 신우의 세 오빠 중 막내 오빠도 이 소용돌이에서 총상으로 죽고 중,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마친 신우는 어머니와 작은 오빠를 따라 서울로 돌아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평소 얌전한 남편은 술만 취하면 어쩌다 알게된 신우의 결혼전 처녀성을 버린 일을 트집 잡아 폭행을 하며 휴유증으로 유산을 거듭하고 결혼 후 1년도 안되어 이혼하고 혼자 지낸다.

 신우는 부천의 춘의동 재개발이 시작되는 지역의 어느 작은 집에서 혼자 살며 동대문에서 의류업을 하는 오빠 일을 거들며 생활하는데 서른살이 되는 어느날 작은 부상과 함께 굶어서 기력을 잃은 외국 노동자 카밀을 담장 밑에서 발견하고 간호를 해준다.

 카밀은 티벳 카트만투에서 온 27세로 어엿한 카펫공장 사장 아들이며 대학에도 다닌 적이 있으나 단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하던 가난한 처녀 사비나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되어 노동하는 사람이다. 카밀의 간청으로 사비나와 카밀에게 빈방을 빌려 주고 사비나와 신우가 일하려 집을 나가 있는 사이 카밀은 집청소, 설거지, 한국음식 만들기까지 익혀 신우를 도와 준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비나는 카밀을 두고 떠난다. 상처를 받은 카밀과 동병상련의 신우와 카밀은 서로 가까워지고 외국인 강제출국에 따라 자살자가 속출하자 카밀은 노동운동에 뛰어 들고 신우는 카밀의 아들을 딸을 낳아 "애린" 이라 이름 짓는다.

 

 어느날 사비나가 나타나 신우는 갈등을 겪지만 다시 세사람은 좋은 관계가 되지만 결국 카밀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서 분신자살을 택하고 당시 현장을 지켜 보고 있던 신우는 추락하는 카밀을 보고 달려 나가다 불붙어 떨어지는 카밀과 충돌하여 식물인간이 되어 몇년을 살다 사망한다.

 

 소설은 시점을 훌쩍 뛰어 넘어 2021년으로 옮겨진다.

외삼촌들의 보살핌으로 유학생활을 하던 신우의 딸 애린은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면서 어머니가 사랑했던 아버지 카밀의 고향 티벳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바뀌는데 카트만투 공항에서 이젠 중견기업 사장이 된 사비나와 카밀의 친구였던 덴징 그리고 열입곱살의  카밀이 애린을 마중한다.

 여기서 카밀이란 서울에서 분신 자살한 애린의 아버지 카밀이 분신전에 사비나에게 임신시켜 태어난 아들로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즉, 애린에게는 배다른 남동생인 셈이다. 동생 카밀도 영국에서 유학하여 영어에 유창하여 둘은 이제 은퇴하여 카밀의 고향이기도 한 마르파란 조용한 고장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여행을 을 떠난다.

 애린은 어머니 신우가 꼼꼼히 적어 놓은 일기장을 읽어 지난날의 일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 카밀이 그렇게도 가고 싶어하는 힌두교에서 신들이 살고 있어 오체투지로 한바퀴 돌면 세상에 눈을 뜬다는 카일라스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이 소설에는 희말라야의 만년설을 이고 있는 여러 준봉들 이름들이 나오는데 몇은 우리가 들어서 아는 익숙한 산이기도 하며 또한 힌두신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여기서 카일라스에 대한 이야기도 길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