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나의 생명 이야기"를 읽고...

깃또리 2005. 12. 7. 11:26
 

"나의 생명 이야기"를 읽고...(1)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공저

효형출판사

 

 

2005. 12. 4.

 

 

"나의 생명 이야기" 를 읽게 된 동기는 같은 사무실 직원 책상에 책의 제목이 조금 종교적 색체가 느껴져 무심히 보다가 저자를 보니 요즘 메스컴에 오르내리는 황우석 교수와 최재천교수 그리고 김병종교수 이름이 보여 일요일 해치우려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의 과학자와 한 예술가의 三人行' 이란 소개가 붙어 있는데 세사람이 모두 서울대학교 교수이며 우연인지 1953년생이다.

 

 잘 알다시피 황우석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 될 정도로 그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윤리문제와 일부 연구결과의 진위 논란에 휩싸여 두문불출하고 있는 형편인데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퍽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과 윤리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논란거리였으며 유전자 공학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더욱 첨예한 문제가 되는 추세이다.

 

 황우석교수는 부여의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15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더욱 어려운 살림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으나 외삼촌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대 수의학을 택하였으나 담임선생님이 의대를 권하여 듣지 않아 혼이 나기도 했다고 한다.

 누구나 선망하는 의대를 원하지 않고 당시로는 인기가 없던 수의대를 원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돌보고 키우던 소에 대한 애정이었다는데 정말 큰 인물이 될 사람은 생각이 남다르기도 하다.

 대학원에서는 임상수의학을 공부하여 교수가 되었으나 연구에 몰두하고 인맥관리에 소홀하여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여 고육지책으로 일본의 홋카이도 대학에 객원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 연구 생활이 밑거름이 되어 우량 유전자를 가진 가축 보급을 위한 인공임신과 복제 기술 연구에 눈을 뜨게 되고 더욱 한부분에 매진하여 1999년 한국 최초의 체세포 복제젖소인 '영롱이'를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여 노벨상 후보로 거론 될 정도가 되었다. 

 

 이런 연구 업적을 인정하여 2004년에는<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어릴적 5남매를 어렵게 기르던 어머니는 다섯 아이들 중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였으나 중학교를 진학한 황우석에게 면서기가 되라고 부탁했다 한다. 서울대학교수가 된 황우석 교수의 고등학교 선배인 심대평지사에게 이런 말을 하였더니 얼마 지나 부여의 황교수 어머니를 찾아가 큰절을 올리고 제가 충청남도 지사지만 황우석교수는 저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말한 에피소드도 소개하였다.

 

 황우석교수는 자신의 일이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고  100 여명이나 되는 연구원들의 합심노력한 결과라고 여러 차례 밝히면서 지금까지의 일이 천재적인 영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고의 인내와 피눈물나는 고통을 참아낸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시험에 몰두하고 자신을 희생하여 성과를 얻었으며 이러한 바탕에는 국가관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빨리 풀어주려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자신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배경에는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한 외삼촌과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국립서울대학교 그리고 경제사회단체들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발간은 1년 전인데 이미 그 당시에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윤리문제에 대하여 상당 부분 할애하여 곳곳에 언급 하고 있으며 특히 난자제공에 대한 문제도 나오는데 여성 연구원의 난자일 경우 직무를 이용 강압에 의한 제공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 연구원 자리를 떠나면 제공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난치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는 여성들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난자 제공을 제의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라마다 난자제공에 대한 기준이 다르며 대개 판매방식기증방식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판매가 허용되어 4몇달러이며 중국에서는 5백달러가 불문율이라 한다. 연구의 편리함으로 보면 복잡한 기증보다는 판매방식이 좋다고 하나 황우석교수의 견해는 기증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난자 기증에 대해서 '난자기증에 대한 오해'와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소제목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난자제공에 대한 문제가 오래전에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라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고 오해의 소지도 있어서 황우석교수의 고충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이책을 보면 복제인간은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지금 연구하는 사업도 난치병환자를 위한 연구 중심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의 연구에서 모든 의혹이 사라져 다시 연구가 재개 되고 생명 윤리에 한점 의심이 없는 상황이 다가와 욕심 같아서는 한국에서 처음 배출되는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지울수 없다.

 

황우석박사의 '어머니의 선물'이란 글의 일부를 옮겨 본다.

 

"어머니를 위해 나는 아무리 중요한 회의를 하는 중이라도 어떻게든 틈을 내어 전화를 드린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사랑으로 헌신하신 어머니께 더 많은 보답을 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중학생이 되어 대전에 유학하던 시절, 차비가 없어서 집에 잘 들르지 못하다가 어쩌다 돈을 모아 집에 가는 날이면, 동네 어귀에 이르기 무섭게 어머니는 저 멀리서 귀신처럼 나를 알아보고 논에서 피를 뽑다 말고 맨발로 달려나오셨다. 거머리에 물려 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도 모르시고서. 평생을 홀로 자식들 키우시느라 고생스럽게 살아오시며 소리 내어 웃을 줄도 모르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입가에 번지던 눈부신 미소와, 말없이 어쩔 줄 모르며 내 얼굴을 쓸어 내리시던 그 손길이 지금도 그립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선물 중 가장 큰 것은 가없는 사랑이리라.
 
 내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또 하나의 큰 선물은 소같은 우직함이다.
어머니는 평생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별이 총총한 새벽부터 달이 밝은 한밤중까지 자식을 위해 소처럼 일하던 어머니를 고스란히 배웠는지 나도 일이라면 누구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남달리 명석한 두뇌도 아니고 배경도 없었다. 오직 소 같은 성실함만이 최선의 자세라는 신념을 늘 간직하며 살아왔다.
 
 우리 실험실의 모토는 '하늘을 감동시키다'는 것이다. 일에 미칠 정도가 아니면 하늘에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연구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도 하늘을감동시킬 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실험실 생활이 힘겨운 나머지 나를 찾아와 우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한참 울다가 하는 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어디 한 두번 들었겠는가. "교수님 그만두겠습니다.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그러면 위로하는 대신 이렇게 소리를 버럭 지른다.
"이사람아, 우시지 마시게. 차라리 자네 성실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해! 그럼 내가 받아들이지."내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
 
나도 누구 못지 않게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누군가가 네가 죽을 지경으로 성실했느냐고 묻는다면 어찌 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성실하다면 바보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을 보면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삶의 원리를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