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비밀과 거짓말" 을 읽고...

깃또리 2005. 11. 28. 21:24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은희경(1959年)은 195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이중주>가 당선되어 작가로 대뷔하고 불과 3년 후인 1998년<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고보니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를 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당시 작가의 소개를 보고 전북 고창출신 이란걸 알고 퍽 반가워 하기도 했다. <풍금이 있던자리>와 <외딴방>등으로 잘 알려진 국내 여성작가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신경숙씨가 정읍 출신이어서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군데군데 정읍지역 토속어가 나타나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은희경의 경우도 단편<아내의 상자>에선 배경이 서울근처 신도시였고-아마 일산으로 기억- 비교적 젊은 주인공 여성이어서 였는지 내가 관심을 끌만한 토속어 사용도 없었고 단지 여성의 심리묘사가 치밀했었다는 기억만 어렴풋하다.

 

 이번 소설<비밀과 거짓말>은 첫장 첫줄이 “여행자들은 K읍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로 시작하며 K읍이 소설 무대로 설정되어 그 고장을 둘러싼 주변 산세 K읍 사람들 이야기가 나에게 큰 흥미를 끌었다.

 왜냐면 소설을 조금만 읽어가다 보면 K읍이 바로 작가의 고향인 고창읍을 말하며 사실 나는 고창읍 가까운 면 소재지를 옮겨 다니며 6년 간 초등학교 네 곳을 다녀 졸업을 하고 당시 하나밖에 없던 고창중학교를 3년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동안 읍내 중학교에 다니긴 해도 7Km 남짓 떨어진 인접 면소재에서 통학을 하여 고창읍에 대한 뚜렷한 추억이나 기억은 없다.

 그래도 역시 하나밖에 없던 고창여중과 전국에서 원형이 잘 보존된 석성의 하나라는 모양성의 ‘ 답성풍경 ' 이 아직도 기억 저편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 은희경의 부모 아니면 친척 누군가가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했으리라 짐작한다. 왜냐면 소설의 주인공 영준은 독신으로 지내는 영화감독이고 아래로 공무원인 동생 영우가 있는데 그들의 아버지 정정욱이 바로 소규모 건설회사 사장으로 60년대와 70년대 지방 건설공사를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70년도부터 80년 중반까지 지방 건축공사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시절 건설업 사정을 잘 아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 너무 실감있게 내용을 밝히고 있어 작가가 대충 배경조사만 했던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인 일본식 표현인 간조(노임지불), 함바(현장식당), 십장(반장) 그리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질통, 심지어 사장 아들인 영우는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시멘트 풀의 차이를 아는 흔치 않은 농촌소년” 이란 대목에서 시공기술자들이나 쓰는 “시멘트 풀(cement Paste)” 이 등장하기도 하여 더욱 그랬다.

 

 * 그러나 한가지 어색한 표현은 당시 콘크리트를 손비빔 할때 사용하던 철판을 대개 데빵(철판의 일본식 발음)이라 했는데 소설에서는 함석판이라 하여 조금 어울리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내용의 전개보다 이런저런 건설공사관련 이야기들에 더 흥미를 느끼며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