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가면 산장 살인사건을 읽고...

깃또리 2022. 8. 23. 14:54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김난주 옮김

재인

2022. 01. 05.


 작년에 처음 손에 들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고 일본 추리소설의 새로운 면모와 흥미를 느껴 올 초 책읽기는 게이고의 이 책 <기린의 날개>부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악의>를 읽었으나 썩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읽다 마다를 반복하다 겨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역시 <악의> 후기 쓰는 일도 내키지 않아 뒤로 미루고 나중에 읽은 이 책의 후기를 먼저 써 본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게이고 소설 번역자는 주로 양윤옥과 김난주 두 사람으로 우연 치고는 희소하게 작가 게이고와 두 번역자, 세 사람 모두 1958 년생이다. 김난주는 부산 출신으로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양윤옥은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니 호남 출신인 듯 하여 소위 영호남 출신들인 셈이다. 또한 김난주의 남편 양억관도 번역가로 이름이 낯설지 않으며 그가 번역한 책도 여러 권 읽은 듯하다. 최근 책으로 퍽 재미있게 읽었던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 양억관의 번역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부부가 한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는 다소 드문 경우의 일이다. 

소설의 배경은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수가 내려 다 보이는 낮은 절벽 위의 호화산장이며 현관문 위에 산장 주인 노부히코가 외국에서 기념물로 가져온 험한 얼굴 표정의 가면이 결렸다. 그래서 가면산장이다. 등장인물로는 회사 사장 노부히코, 그의 아내 야스코, 아들 도시아키, 그리고 소설 시작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딸 도모미, 도모미의 약혼자 다카유키, 도모미 보다 한 살 아래로 빼어난 미인인 사촌 여동생 유키에, 유키에를 좋아하는 청년, 기도 도부오, 죽은 도모미 친구이자 영특한 소설가 게이코(23 살) 그리고 노부히코의 여비서 시모조 레이코 모두 아홉 명이지만 산장에서 지내는 사람은 죽은 도모미를 제외하고 여덟 명이다.
 소설의 시점은 도모미가 다카유키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사망한 이후 3개월이 지난 여름휴가 기간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도모미의 죽음이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로 처리 되었으나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자살이냐, 타살이냐 아니면 순수한 졸음에 의한 사고사인가? 를 가려 보는 대화가 산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길게 이어진다. 그러나 갑자기 강도 두 명이 침입하여 여덟 명 모두 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된 상태에서 도모미의 사촌 유키에가 의문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시 유키에의 살해 동기나 용의자가 누구인가를 강도 두 명을 포함하여 아홉 명이 제각기 자기 방어를 하며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 결국 도모미와 유키에 두 사람의 죽음이 연결되었으며 여기에 또 한 사람의 용의자가 있다는 추리를 소설가 게이코가 내 놓는다. 즉, 유키에가 도모미를, 도모미의 아버지 노부히코가 딸의 복수를 위해서 유키에를 살해했다는 가설을 내 놓자 노부히코가 창문을 뛰어 넘어 호수로 뛰어 든다.독자들에게 마치 게이코의 추리가 사실인 듯 여겨지게 한다.

 그러나 결국 산장의 모임부터 강도 두 사람의 출현 그리고 유키에의 살해 사건 등은 모두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한 연출이었으며 도모미는 다카유키의 간접 살인에 의한 자살이었고 유키에는 죽은 게 아니고 연기를 했을 뿐이며 이는 약혼자 다카유키의 본심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한 트릭으로 밝혀진다. 이 모든 일은 노부히코가 사랑하는 딸의 죽음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하였고 총 지휘한 것이다. 다카유키는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배척되고 스스로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설정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읽는 동안은 별 흥미가 없는듯하였으나 다시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런대로 퍽 구성이 탄탄하고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 노부히코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의미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