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깃또리 2021. 11. 1. 19:2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21. 10. 09

 

 수 년 전부터 국내 베스트셀러 순위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인기 있는 소설이다. 강남구청역 스마트 도서관에 다섯 번 방문하여 마침내 일주일 전에 대출하여 오늘 읽기를 마쳤다. 책 제목과 함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도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여 낯이 익지만 사실 나는 '게이고'라는 발음 때문에 여성 작가인가 하였다. 조금 생각하면 게이고는 이름이 아니고 성씨이기 때문에 착각할 이유가 없어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일찍 읽지 않은 이유는 추리 소설로 소개되어 내가 원래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 볼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워낙 오랫동안 국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대체 어떤 내용인가 궁금하기도 하여 읽고 싶었었다. 2012년 일본에서 발표하고 그 해 늦게 국내에 번역본이 출판되었으니 9년 동안이나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느 글에서는 국내 번역본이 약 150만 부 가량 판매되었다는 내용도 보인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소설인 셈이다.

 

 책을 열면 20대 초반의 빈집털이범 세 사람 야쓰야, 고레이, 쇼타가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하룻밤을 지내려고 어느 오래 된 폐가에 숨어 들어 대화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제 1 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 제 2 장, 한 밤중에 하모니카를 제 3 장, 시빅 자동차에서 아침까지 제 4 장, 묵도는 비틀즈로 제 5 장, 하늘 위에서 기도를 모두 5 장으로 처음 읽을 때는 서로 연관이 없는 단편 소설 같은 생각이 들고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각 장의 중반 이후에 모든 스토리가 서로 연결되고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의 고민 상담에 대한 답장 편지 중심으로 등장인물 대부분은 아동 복지 시설인 '환광원' 출신들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추리소설로 분류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타임 슬립에 환타지 장르로 여겨졌다. 중심 주인공이라 할 세 빈 집 털이범들은 2000년 대에 살고 있으나 나미야 잡화점 주인이 상담을 해 주는 시점은 33년 전인 1970년 대 후반이다. 상담자들은 성장하여 다시 2000년 대에 50대 중반 사람들로 나타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나와 같이 머리 회전이 재빠르지 못한 사람은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조금 힘든 부분도 있으나 본격적인 추리 소설이 아니므로 큰 혼란은 없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 오사카에서 시계 수리공의 아들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하여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 38 세가 되던 1985년 복수를 다룬 소설 <방과 후>로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고 곧바로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나섰다. 그러나 약 10년 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을 하는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으나 꾸준히 글을 써서 1999년 <비밀>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으며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은 여러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오르지 못하다 드디어 2006년 134회에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어느 작가보다 많은 작품을 쓰다 보니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도 있으며 일본에서 세 사람의 인기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지금은 수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지만 초등학교 시절 책을 읽지 않아 어머니가 담임 선생에 불려 가기도 했다 한다. 담임 선생은 게이고가 책을 읽지 않으니 집에서 만화책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책을 보도록 지도해 달라고 했다 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게이고는 만화책도 보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손에 들 수 있는 쉽고 재미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비록 작가의 책을 한 권 읽고 평하는 일은 조금 이르긴 해도 누구에게도 편하게 읽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이혼의 아픔 때문인지 도쿄의 호화 맨션에 살면서 자신의 사생활을 극도로 노출하지 않고 '네코짱' 이라는 고양이를 끔찍기 돌보며 홀로 지낸다 한다. "네코짱은 가족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교사이기도 한 위대한 존재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다.

 

 이 책의 번역자 양윤옥은 일본 소설 번역으로 명성이 높고 매끄러운 우리말 번역으로 나도 퍽 좋아하는 번역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번역자의 실력에 감탄하였으며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란 말도 실감하고 창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말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기도 한다. 소설 내용에 멋진 번역으로 이 책은 150만 부라는 엄청난 판매를 이뤘다 하는데 책 한 권에 인세를 1,000원만 계산해도 15억 원, 20권 국내 번역본 한 권에 3억 원만 해도 60억 원으로 총 75억 원에 일본 인세를 3배 정도 본다면 약 220억 원 모두 합하면 약 300억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유럽, 미국에서도 작가의 인기가 높아 상당한 인세 수입이 있었을 것이지만 이 부분을 제외해도 적지 않은 재산이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면 어려운 시절에 작가를 버린 전처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그런데 어느 기사를 보니 일본과 한국 독자들의 독서 기호가 상당히 달라 이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특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인기를 많이 얻었으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한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되는데 일본 독자들은 추리, 살인, 범죄, 서스펜스를 선호하고 한국 독자들은 아기자기한 스토리 전개에 인간의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고 시간이 되면 천천히 다시 읽어 볼까 한다.

 

 

 

오늘 하루는 어제의 하루가 아니고 내일의 하루도 아닌 실재하는 현재 Present 입니다. 현재는 우리들에게 주어 진 선물 Present 입니다. 값 있는 선물, 오늘도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