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읽고...

깃또리 2021. 11. 1. 19:43

<빈센트 나의 빈센트, Vinecnt My Vincent>를 읽고…
정여울 글/ 이승진 사진
21세기북스
2021. 08. 31.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여울씨가 빈센트 발자취를 따라 이곳저곳을 찾아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적은 수필집이다. 정여울은 197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국어 국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 작가이다. 사실 나는 정여울이라는 이름은 이런저럭 간행물에서 여러차례 보았으나 기억에 남는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2006년 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수 십편의 평론을 쓰고 산문집도 여러 권 출판하였으며 자신의 이름을 달고 월간지도 펴낸 적이 있으며 번역서도 2권이나 냈다. 그러나 창작 소설은 한 권도 없다보니 내가 생각하기로 작가라 부르기는 조금 어색하였다. 하긴 소설만이 글이 아니고 산문도 어엿한 문학 장르의 하나이기 때문에 작가라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 책은 2019년 펴냈으니 정여울의 최신작에 속한다.

 

 나는 그 동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이런저런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다른 사람에 비하여 고흐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고흐에 대하여 많은 점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만큼 다른 화가들에 비하여 고흐에 대한 이야기 거리가 많다는 말이다. 특히 고흐는 동생 태오로부터 생활비와 그림 물감 비용을 얻어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 수백통의 편지를 썼고 다행히 이 편지들이 잘 보관되어 더욱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작가는 평소 고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고흐의 발길이 머물렀던 곳을 모두 섭렵했다 한다.  먼저 고흐가 태어났던 고향인 네덜란드의 준데르트, 집을 떠나 광부들을 위해 목사가 되려고 머물렀던 벨기에의 몽스, 화가가 되려 결심하고 한 동안 머물며 처음으로 그림 다운 그림인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렸던 누에넨, 동생 태오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여 잠시 머물다 화가 공동체를 꿈꾸고 내려가 수많은 걸작을 쏟아낸 남 프랑스 아를, 고갱과 얽힌 애증으로 정신발작을 일으키고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입원해 머룰던 생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그림과 이야기를 남기고 권총 자살로 삶을 마쳤던 파리에서 가까운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책 여러 곳에 흥미있는 내용이 많지만 나는 특히 책 중반 이후에 나오는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여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가기 전에 파리의 동생 태오 집에 잠시 들린 부분이 인상 깊다. 즉, 고흐도 1890년 5월 16일 정신병원에서 겨우 완쾌 판정을 받긴 했지만 완전한 정상 상태가 아니었는데 태오의 아내 요한나가 처음 본 고흐가 태오보다 훨씬 건강하고 잘 생겼다는 말을 했다는 말이다. 또 한 가지 새로 알게 된 내용은 태오 집 식탁 옆 벽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걸려 있었고 거실 벽에는 <크로 들판> 그림과 <별이 빛나는 밤>이 그리고 부부 침실 벽에는 <과수원 풍경>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한다. 여기서 <별이 빛나는 밤>은 <교회가 보이는 별이 빛나는 밤>과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두 점이 있는데 아마 <교회가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이 아닐까 한다. <과수원 풍경>은 정확히 어떤 그림일까 궁금하다. 사실 여기에 나오는 네 점의 그림은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인기 있는 그림들이다. 고흐가 자신의 그림들이 동생 집에 걸려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더구나 동생 태오와 요한나의 눈에도 이 그림들이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여 자신들의 집에 걸어 놓았던듯하다.

 

 정여울씨는 유려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그림 설명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고 원색의 고흐 그림이 여러 페이지 실렸으며 고흐가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던 지점과 풍경도 사진에 담아 책 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 페이지는 치열하게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고흐와 네덜란드 고향에 묻혔다가 형 고흐 곁으로 옮겨져 두 형제가 세상을 떠난 뒤 함께 한 무덤 사진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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