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82년 생 김지영>을 읽고...

깃또리 2021. 2. 20. 21:28

<82년 생 김지영>을 읽고

조남주 장편소설

민음사

2021. 01, 15.

 

"사람들은 나보고 맘충이래"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라마,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현장 보고서-

 

   책 뒷면에 나오는 글이다. 2016년 출판되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하여 이런저런 기사를 읽은 탓에 이런 책은 내가 굳이 읽지 않아도 될 내용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스마트 도서관에 그저 그런 책들만 보여 마땅히 읽을 책이 없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듯하여 대출하여 읽었다. 장편소설이라지만 실은 중편 정도 분량이다.   1982년 하급 공무원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밑에서 언니와 남동생 사이 둘째로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난 주인공인 지영은 연립주택에서 할머니까지 여섯 식구 속에서 살았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서울에서 공부하여 소위 '서울내기'였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박봉이라 더 좋은 집으로 가려고 어머니가 손을 써서 하는 노동을 이것저것 하고 특히 집에서 가사일 틈틈이 부업을 하였다. 당시 80년대 중 후반은 봉투 풀칠하기, 구슬꿰기 등의 부업이었는데 지영의 어머니는 '문풍지 말기'를 했다 한다. 처음엔 실밥띁기, 상자 조립하기, 봉투 붙이기, 마늘까기를 하다 나중에는 문풍지 말기를 주로했다 하며 반페이지 이상 길게 나오는 걸 보면 당시 모든 우리나라의 제조업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품의 최종 단계인 개별 포장은 주로 사람의 손을 빌리다 보니 여성들의 가정 부업으로 이런 일이 널리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밑천 삼아 이런저런 소규모 일을 하다 마지막에 식당을 차려 돈을 모아 조금 넓은 아파트로 이사 하는 등 비교적 순탄하게 대학교를 마친다.

 

 그러나 김지영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나라 남아선호, 남존여비, 성차별을 피할 수 없었다. 함께 살았던 할머니는 언니 다음에 다시 손녀 지영이 태어나자 노골적으로 불평을 하다 3년 후 지영의 동생으로 손자가 태어나자 여섯 식구 중에서 아버지 다음으로 우선 순위의 인물로 여겼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활하면서 줄곳 같은 동급생으로부터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받았고 더구나 선생님과 교수님들 조차 차별한 사실들을 과장이나 왜곡없이 부드럽고 객관적으로 밝히고 있다. 졸업 후 여렵게 입사한 홍보대행회사에서도 신입사원부터 역시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마음이 따뜻한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에 이르고 가정을 꾸렸으나 직장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남편과 둘 중 한사람이 육아를 담당하기 위해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 두는 일로 고민하다 결국 김지영이 회사를 그만 둔다. 어느날 유모차를 밀고 새로 문을 연 카페에서 할인행사에 저렴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들고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 앞날에 대하여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주변 사무실에서 일하는 점심을 마친 또래의 남자 젊은 직원들 중 하나가 지영을 힐끔 보더니 "나도 남편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 한국 여자랑은 결혼 안하려고..." 이말을 들은 지영은 뜨거운 커피를 손등에 와락 쏟으며 급히 공원을 빠져 나온다.

 

  마지막 장인 <2016>은 김지영이 산후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으로 찾아가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처방해 주었던 의사의 이야기가 7 페이지 나온다. 40대 의사 자기 아내에 대하여 쓴 내용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 "대학 동기이자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욕심도 많던 안과 전문의 아내가 교수를 포기하고 페이 닥턱가 되었다가, 결국 일을 그만두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특히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입장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으로 정부가 지출해야할 돈도 많겠지만 1년 이상 회사에 근무한 직장 여성이 임신하여 휴직하면 그 월급의 100%, 육아 2년 정도는 80%를 직접 정부에서 지급하면 어떨까 한다. 인구감소, 저출산, 기업의 인건비 부담 해결, 여성 복지 향상 등에 큰 효과가 있을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불필요한 규제 역시 풀어야 할 것이다. 즉 지금과 달리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짧은 글에서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