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를 읽고...

깃또리 2020. 12. 12. 11:29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를 읽고...

오병훈 글과 그림

도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과 향기를 전해주는 꽃 전설" 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손에 들고 지난봄 온 세상을 환하게 물들였던 색색의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를 그려 보았다. 지금은 동토 밑에서 웅크리고 있겠지만 새 봄엔 그 가냘픈 씨앗에서 움터 오를 꽃들의 축제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생명의 치열함을 다시 생각해 본다. 수필 문학가이기도 한 오병훈은 직접 꽃 그림을 그리며 세상의 아름다운 75 종류의 꽃에 얽힌 전설, 동화, 신화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유럽, 아시아, 러시아, 그리스 그리고 영국 등 세계 각지를 가리지 않고 수집하여 책으로 만들었다. 특히 책갈피 곳곳에 아름다운 꽃 그림은 나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그러나 조금 이상하게 생각 되는 일은 원산지가 한국으로 밝힌 꽃나무가 너무 많아서 나는 저자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몇 골라 옮겨 보기로 한다.

 

순결의 증명: 라일락

학명: Syringa dilatata

영명: Lilac

원산지: 한국

출처: 유럽 종 라일락에 관한 설화

용도: 관상수, 향료

꽃말: 청춘, 우정, 젊은 날의 회상, 첫 감정(보라 :자각 하양: 무지)

 

라일락은 그 매혹적인 향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다. 영국에서는 라일락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 라일락을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어느 작은 마을에 '라일라' 라는 예쁜 아가씨가 있었다. 라일라는 얼굴이 아름다운 것만큼이나 마음씨 또한 고와서 어른들께 늘 칭찬을 받았다. 이 아가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그 청년은 같은 마을 사람이었는데, 라일라를 무척이나 사랑하여 미래를 함께할 것을 꿈꾸었다. 또 둘은 서로 사랑했지만 결혼 때까지 순결을 굳게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잘 지켜져 왔다. 그런데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라일라에게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라일라가 들판에서 꽃을 꺾고 있을 때였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심술꾸러기 목동이 라일라를 보았다. 이 목동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손을 대서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위인이었다.

 

목동은 라일라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이런 외진 곳에 혼자 오다니 무섭지 않소?"

목동은 제법 부드러운 말씨로 말을 붙였으나 라일라는 벌컥 겁이 났다. 이제야 마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꽃들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이것 보세요. 앙증맞은 제비꽃이에요."

라일라는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감미로운 향기가 깃털처럼 코끝을 간지렀다. 라일라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의 마음을 딴 데로 돌려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목동은 한발 다가와 라일라를 껴안았다.

", 안 돼......."

말을 마치기 전에 목동은 라일라의 입술을 막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라일라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절박감에 사로잡혔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라일라는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면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라일라가 사라진 후 슬픔에 빠진 약혼자는 라일라를 찾아 헤매다 그녀의 주검을 발견했다. 그리고 라일라의 주검을 교회 묘지에 영원히 잠들게 하였다. 약혼자는 라일라의 무덤에 향기로운 꽃을 꺾어다 바쳤다. 그 꽃은 평소 라일라가 좋아했던 꽃이었다. 그녀의 고운 마음씨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도 제각기 꽃을 바쳤다. 이렇게 하여 수북이 쌓인 꽃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풍겨 나왔다. 이튿날 약혼자는 라일라의 무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어제 갖다 놓은 보라색 꽃이 모두 흰색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약혼자는 그제야 깨달았다. 라일라가 자신의 순결을 흰색으로 증명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 꽃을 라일락이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아가씨들은 자신의 순결을 라일락꽃으로 표현하였다 한다.

 

꽃창포(아이리스)

아이리스의 입김

학명: Iris enasta vqr. Spontanea

영명: German iris

원산지: 한국,중국,일본

출처: 그리스 로마 신화(유럽종)(유럽종)

용도: 관상용

상징: 무지개

꽃말: 우아한 심정

 

그리스의 어느 마을에 아이리스라는 예쁜 요정이 있었다. 그녀는 어찌나 이쁜 지 보는 이들마다 가까워지고 싶어 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평화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요정이었다. 아이리스가 샘터에서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헤라는 아이리스의 맵시 있는 모습에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 그래서 아이리스를 자신의 시녀로 임명하여 함께 지내도록 했다. 헤라는 많은 시녀들 중에서도 아이리스를 특별히 총애하였다. 언제나 그녀를 곁에 두고 잔심부름을 시켰고 나들이도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리스에게 모든 일을 의존하는 수가 많았다. 헤라와 아이리스가 늘 함께 다니게 되자, 헤라의 남편인 제우스도 자연스럽게 아이리스와 마주치게 되었다. 신 중에서도 최고의 신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제우스에게는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상대가 여신이건 요정이건 유부녀이건 가리지 않았다. 헤라의 질투심은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더욱 극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어느 때부터인지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이리스의 매력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다른 여신들의 세련된 아름다움에 비해, 아이리스는 청순함이 넘치는 아가씨였다. 제우스는 아이리스를 유혹하려고 했지만 질투심 많은 헤라가 늘 곁에 있었으므로 좀처럼 기회를 찾지 못했다. 여러 날 비가 계속되더니 모처럼 화창한 날씨로 개었다. 대지는 짙은 초록으로 바뀌었고 잎사귀마다 물방울이 반짝였다. 오랜만에 아이리스는 헤라의 외출로 혼자 들로 나갔다. 푸른 초원에는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들판을 뛰노는 아이리스의 발걸음이 나비처럼 가벼웠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우스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제우스는 아이리스를 살포시 껴안았다. 깜짝 놀란 아이리스는 제우스신임을 확인하자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달콤한 속삭임과 함께 몇 차례나 계속 안으려고 시도했지만 아이리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때마침 이 광경을 보게 된 헤라는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억누르며 말했다.

제우스! 당신의 바람기가 또 발동했군요.”

헤라, 그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나 난 그냥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소, 아이리스가 하도 귀여워서……”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제우스는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헤라는 아이리스의 몸가짐을 높이 평가하여 그녀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헤라는 일곱 가지 색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아이리스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신들이 사는 하늘과 인간들이 사는 땅을 연결하는 무지개다리를 주었다.

“헤라신이시여, 미천한 저에게 영광된 선물을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이리스야, 네 마음은 일곱 색깔 보석 목걸이보다도 맑고 깨끗하구나. 너에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원한 힘을 주노라

 

헤라의 선물은 정말 값진 것이었다. 아이리스에게 준 무지개라는 다리 때문에 신들이 땅으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리스는 더욱 바빠졌다. 신들의 나라 여기저기에 무지개다리를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향기로운 입김을 후 하고 불면 동그란 반원형의 일곱 색깔 구름다리가 놓였다. 여름이 되면서 아이리스는 일손이 더욱 바빠졌다. 여러 날 계속된 작업으로 아이리스는 몹시 피곤했다. 그녀가 긴 입김을 내뿜고 있을 때 그만 몇 방울의 향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리스의 입김이 땅에 닿는 순간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났다. 바로 꽃창포였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무지개꽃창포란 뜻을 가지고 있다.

 

앵초

효심이 가져온 행복

학명 : Primula sieboldii

영명 : Primula

원산지: 한국, 중국, 일본, 시베리아

출처 : 유럽신화

용도 : 관상용, 식용

상징 : 희망

꽃말 : 청춘의 희망

 

옛날 독일의 어느 마을에’라스페스’라는 마음씨 고운 아가씨가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몹쓸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 말았다. 어느 겨울날, 병석의 어머니가 앵초 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눈 속에 어디 가서 앵초를 보며 앵초 꽃을 구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효심이 지극한 라스페스는 앵초 꽃을 찾으러 숲으로 갔다. 그리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앵초 꽃 한 송이만 자신에게 달라고 빌었다. 차디찬 눈 속에서 몸이 얼어가는 줄도 모르고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때쯤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라스페스! 라스페스!”

조그만 목소리였다. 자세히 보았더니 머리에 앵초 꽃을 가득 장식한 앵초 요정이 숲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요정은 라스페스의 딱한 사정을 알기라도 하듯 손가락질을 했다. “이 길로 똑바로 가면 숲 저편에 성이 있을 거야,, 그 성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바로 이 앵초 꽃이지.. 단 하나, 네가 꼭 지켜야 할 것은 성에 있는 보물 중에서 단 하나만 가져야 된다는 점이야. 명심해. 라스페스! 그리고 성공을 빌어

말을 마친 요정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라스페스는 오솔길을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가시덤불에 옷이 찢기고 진흙 밭에 넘어져도 우뚝 일어나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울창한 잣나무 숲을 빠져나갔을 때 눈앞에 훌륭한 성이 나타났다.

 

라스페스는 요정이 가르쳐준 대로 큰 자물쇠에 분홍색 앵초 꽃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커다란 성문이 스르르 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잘생긴 왕자가 라스페스가 올 줄 이미 알았는지 성 문 안에서 라스페스를 바라보며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소. 성에 있는 모든 보물들은 이제 모두 당신의 것이오.” 라스페스는 이것이 꿈이 아니길 빌었다. 성벽은 황금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창은 수정이었고, 갖가지 보석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왕자는 라스페스를 성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방 앞에서 멈춰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왕자가 말했다.

이 보물들은 다 당신 것이오. 다 가져요.”

라스페스는 말했다.

내게는 너무 과분합니다.”

왕자는 또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는 과일과 갖가지 요리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배고프지요, 라스페스! 여기 있는 음식들은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들이지요, 모두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마음껏 드세요.”

라스페스는 병석에 누워계신 어머니가 생각나 먹을 수가 없었다.

왕자가 라스페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또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단으로 만든 옷들만이 가득 걸려있었다. 왕자가 말했다. “이 비단옷들은 모두 당신 것이오. 마음에 드는 것을 입어보세요. 이 옷을 입으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될 것입니다.”

라스페스는 머리를 저었다. 왕자는 이제 마지막 방이라며 라스페스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세상의 어떤 병이라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가득했다. 라스페스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약병 하나를 들었다.

왕자님, 이 약병을 제게 주실 수 있는지요.” 왕자는 욕심 없는 라스페스의 마음씨에 감동했다.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사람임에 틀림없소. 당신과 영원히 살고 싶소. 나와 결혼해주겠소 라스페스?

네 어머니의 병이 나으면 당신을 찾아오겠어요.”

이제부터 이 성의 여주인은 당신이오. , 나와 함께 어서 어머니를 모시러 갑시다.”

라스페스는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했을 뿐 아니라 성으로 모시고 왔다.

그리고 왕자와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