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열하일기 熱河日記>를 읽고...

깃또리 2020. 9. 25. 13:32

<열하일기 熱河日記>를 읽고...

박지원지음/ 김연호 옮김

하서출판사

2007.12.14.

 

열하일기는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러 가는 사신단인 진하사(進賀使) 일행을 따라 가게 된 연암(燕岩)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보고 듣고 느낀 중국 견문기이다. 박지원의 자는 중미 호는 연암으로 당시 임금인 정조 시대 소위 북학파의 영수로 청나라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 실학파 학자이다.

 

이번 책은 '압록강을 건너며' 라는 소제목의 15일간 기록인데 아마 열하까지 긴 여행을 전체 기록하였다면 퍽 두꺼운 책이었으리 생각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을 발췌해보면 사신일행이 북경까지 가는 동안에 중국의 여러 지방을 지나게 되는데 대부분 조선의 사신일행이 매년 정기적으로 지나가는 길이기 때문에 조선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한다. 특히 조선의 청심환과 당시 중국에서는 생산하지 않았던 담배가 가장 인기 있던 품목이었다고 나와 있다. 여행하던 어느 지역에서 골동품에 대하여 중국인들과 토론이 벌어졌는데 당시 이미 가짜 골동품을 만드는 일이 자세히 거론되는데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의 모조품 소위 짝퉁을 만드는 기술은 탁월했던 것 같다.

 

또 어느 날 박지원이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말 등에서 졸며 가다가 한 무리의 몽고인들이 몰고 가는 낙타를 보지 못하여 애석해 하고 다음번에도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있었지만 연암은 또 낙타 보는 것을 놓쳐 하인들을 야단치는 부분이 나온다. 연암은 호기심과 아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길에 보고 들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였으며 특히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 할 수 있는 실리적인 방편과 물건에 더욱 그러하였다.

연암은 어느 날 중국 노파로부터 비싸게 참외를 사먹고 후회하던 일을 적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와 비슷한 일은 똑같이 반복되는 듯하며 북경을 다녀 온 후에 여행길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경치나 고적 풍물에 대하여 길게 기록하여 몇 부분을 참고로 적어본다.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로 요동천리의 들판, 구 요동의 백탑, 노구교, 산해관, 각산사, 망해정, 조가패루, 유리창, 통주의 배, 금주위 목축, 서산의 누대, 사천주당, 상방, 남해자, 동악묘, 북진묘 등등이다. 그러나 萬里長城이나 천안문등이 나오지 않은 게 좀 이상하지만 하여튼 연암 당시에 제일 장관이라고 하는 것들이 지금도 대부분 남아 있어 후일 중국 여행할 때 눈여겨 찾아 볼 일이다.

 

연암은 중국식 방 구들에 대하여 자세히 기록하였으며 그 장점을 밝히기도 하였고 어느 날 길가의 집에서 불이나자 3대의 불 끄는 소방차(水桶車)가 진화작업을 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기도 하였다. 또한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는데 유용한 마차에 대하여 자세히 본 다음 조선에도 육로를 잘 정비하여 물산의 교역이 편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연암은 조선 당대의 최고 수준 학자였기 때문에 북경 여행길 주변의 중국 시골선비들과 지식담론에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여 나이를 떠나서 스승으로 대접받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대개 이런 경우에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꼭 들러 달라는 간청을 받으면서 좋은 음식과 술을 대접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가문의 삼종형이며 사절단장에 해당하는 정사(正使) 정명원 덕분에 요즘으로 치면 보직도 없이 따라간 비공식 요원이라 연암은 마음 편하고 자유롭게 주변을 돌아보며 즐거운 여행을 하였다. 특히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탓에 그에게는 일생 최대의 의미 있는 여행이었으리라 추측되며 앞으로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소망을 해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