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을 읽고...

깃또리 2020. 8. 24. 16:37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을 읽고...

Joseph Conrad 조셉 콘래드 지음/ 이상옥 옮김

민음사

 

 

 

 

1998년 아니면, 1999년 그 시절 언저리에 나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영어 원문 몇 페이지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워낙 어려워 고생했다는 생각과 제목만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한글 번역본을 읽게 되었다.    <암흑의 핵심>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979년 제작한 말론 브랜도와 마틴 쉰이 출연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소설배경은 아프리카 콩고지만 영화의 배경은 베트남 전쟁으로 내용은 상당히 다르지만 영화의 모티브는 <암흑의 핵심>이다.

 

우선 작가 조셉 콘래드 또는 조지프 콘래드 Joseph Conrad(1857~1924 67)를 소개하면 그는 당시 폴란드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의 베르디쵸프 근처의 작가이자 번역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폴란드 독립운동에 참가한 부친이 러시아 당국에 체포, 투옥 그리고 유배로 고생을 하다 어머니는 8살에 아버지는 12살에 사망하여 외숙의 집에서 성장하였다. 유년시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17세에 고향을 떠나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 도착하여 프랑스 상선 선원이 되어 2등 항해사 자격을 시작으로 29세에 선장자격증을 취득하여 선원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여 해양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단편 <검은 선원>1886년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어서 <로드 짐>,<태풍>,<바다의 거울>등을 비롯하여 여러 소설을 발표하였고 1923년 그의 나이 66세에 미국을 방문하기도 하였으나 다음 해192467세의 나이로 영국의 런던 동남부 켄터베리 근처 비숍스번에서 급환으로 사망하였다.

 

다른 책에 나온 조셉 콘래드의 소개를 함께 적어본다20대에 처음으로 영국 땅에 발을 디딘 폴란드 청년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러나 38살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영어 소설들은 그를 영문학사의 거인으로 제인 오스틴과 조지 엘리엇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영국 소설가의 한 사람이 되게 하였다. 콘래드가 태어날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의 속국이었고 콘래드의 부모는 반정부 운동에 가담하여 1862년부터 유배생활을 시작했다. 1865년 폐결핵으로 어머니가 사망했고 1868년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외삼촌의 보호 아래 자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그는 광범위한 독서를 했고, 그 중 항해와 탐험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 콘래드는 스물네 살 때 본격적으로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1878년부터 영국 상선으로 자리를 옮겨 영어로 작품을 쓰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영어를 할 줄 몰랐다는 것은 전설이 아니라 사실로서, 제프리 마이어스의 <조지 콘래드 전기>에 밝혀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1894년 선원 생활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작품을 영어로 집필했다.

 

 1874년부터 시작된 바다 위에서의 생활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대표작의 하나인 <로드 짐>은 동남아시아 항해를 경험으로 한 것이며, <노스트로모>1876년 서인도 제도 항해를 바탕으로 했다. <암흑의 핵심 or 어둠의 심연으로도 번역>은 작가의 콩고 강 운항을 경험으로 소설화한 것으로 1899년 발표되었다. 콘래드의 다른 작품으로는 <올메이어의 어리석음>,<나르시서스 호의 검둥이>,<비밀 요원> 등이 있다.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은 아들의 이름을 콘래드라고 지으며“내가 늘 가치를 발견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하며 콘래드에게 존경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영국의 템즈강 하류에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썰물을 기다리는 쌍돛 배 유람선 <넬리>호 갑판에 회사 중역이며 유람선 주인인 선장과 변호사, 회계사, 소설 속의 화자 그리고 선장 출신이며 소설의 화자인 말로가 앉아 썰물을 기다린다. 이 다섯 사람이 강에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썰물을 기다리는 동안 말로가 콩고 강을 따라 항해했던 과거 경험을 회상하는 긴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물론 이 소설의 주인공에 해당하는 말로는 바로 작가 콘래드이다. 실제 콘래드는 그의 나이 33세 때 아프리카 콩고 강을 항해했었다. 이 항해에서 그가 보고 듣고 느꼈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9년 후에 이 소설을 썼으며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행기나 보고서는 아니며 작가의 사상이 담긴 이념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화자 말로는 아프리카 벨지움령 콩고의 어느 회사 기선의 선장으로 취직하여 콩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아프리카 중앙부이자 콩고 강의 상류 오지에서 주재원인 커츠를 데리고 나오는 임무를 맡았다. 가는 도중에 단지 피부색이 검고 문명을 등지고 산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는 흑인을 보고 말로는 많은 생각을 한다. 동행하는 지배인은 무능력하지만 오직 아프리카 풍토병에 무사하게 살아남아서 지배인이 된 사람이며 말로는 그와 함께 항해하며 커츠란 인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커츠에 대한 알 수 없는 친밀감을 갖는다.

 

그러나 사실 커츠는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재주를 타고난 달변가이고 수완이 좋지만 잔혹하고 교활하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상아 수집상일 뿐이었지만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그를 만나기도 전에 호감을 더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뼈와 가죽만 남은 그를 대면하게 된다. 이야기 듣던 바와 같이 커츠는 오지에 살고 있는 야만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었으며 심지어 현란한 토속의상을 입은 흑인 여성의 환대를 받는 장면도 목도하며 그곳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커츠를 억지로 자신의 배에 싣고 강 하류를 향해 내려온다. 항해 중에 커츠는 말로에게 한 묶음의 서류와 약혼녀 사진을 건네주고 밀림이 보이는 창문을 닫아 달라고 부탁하며 ! 하지만 나는 너의 심장을 쥐어짜고 말리라!”라고 보이지 않는 밀림을 향해 알 수 없는 말로 소리치기도 하고 올바르게 살아라. 죽을 때는. 죽을.......”이라는 뜻 모를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나는 죽음을 기다리며 여기 암흑 속에 누워 있답니다.”라는 말을 하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서워라! 무서워라!”라는 말을 하는 동안 말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얼마 후에 커츠는 숨을 거둔다. 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말로는 주변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때 거기서 커츠의 뒤를 따라가진 않았어. 나는 죽지 않았던 거야. 나는 살아남아서 그 악몽을 끝까지 꾸었고 다시 한 번 커츠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했네. 그건 운명이었어. 나의 운명이었단 말일세. 인생이라는 건 우스운 것. 어떤 부질없는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게 인생이라고..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우리 자아에 대한 약간의 앎이지. 그런데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한(悔恨)이나 거두어들이게 되는 거야. 나는 죽음을 상대로 씨름을 해왔어.”

 

말로는 문명세계로 돌아와 편지와 사진을 커츠의 약혼녀에게 돌려주려고 그녀를 찾아간다.. 약혼녀는 커츠를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이 앞으로 남은 삶 동안 의지할 커츠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말로는 커츠의 마지막 말을 차마 그대로 전할 수 없어서 “그분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 소설에서 어둠은 비문명의 아프리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사악한 제국주의의 문명일 수도 있으며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간성 자체라는 생각이 드는 약간 난해한 작품이지만 문학사에 이름을 올린 소설 하나를 읽었다는 즐거움이 먼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