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이탈리아의 꽃 피렌체 The Piazzas of Florence>를 읽고...

깃또리 2020. 8. 10. 16:44

<이탈리아의 꽃 피렌체 The Piazzas of Florence>를 읽고...

라사 맥개리 지음 / 강혜정 옮김

중앙 books

 

책 제목과 책 내용은 조금 다르다. 지은이가 정한 책 제목은 정확히 말하면 <플로렌스의 광장들>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책이든 본문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소개와 서문, 후기 등이 독자들이 본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모든 길을 광장으로 통한다>와 에필로그 <아주 특별한 여행기록> 그리고 <피렌체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들> 마지막으로 <피렌체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낱말들>이 덧붙여져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 피렌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나는 내 나이 막 30 30세가 되던 해인 1981년 친구와 함께 로마-피사-플로렌스-베니스-로마, 바티칸을 5일 동안 여행하였다. 당시 원래 계획은 로마, 바티칸을 3일간 둘러보는 일정이었으나 이탈리아 로마 공항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갑자기 이탈리아 북부 여행 일정을 추가하게 되었다. 아마 지금 같아서는 그런 준비하지 않는 여행 변경은 하지 않겠지만 당시 친구와 나는 한창 젊은 나이들이라 그런 약간 무모한 결정을 하였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래서 더욱 인상 깊은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들은 로마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피사에 들러 사탑을 구경하고 늦은 오후 플로렌스에 도착하였다. 떠나기 전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낯선 도시를 그냥 무작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아르노 강의 베키오 다리(오래된 다리라는 의미)를 통해 건너기도 하고 눈에 띄는 단테 하우스를 찾아 갔다가 문이 닫혀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였다. 사실 그 당시 단테가 유명한 <신곡>을 썼던 사람 정도만 알았지 그의 고향이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인지도 몰랐었다.

 

우리가 우연히 골라 들어간 별 두개짜리 오래된 호텔은 어느 이탈리아 열혈 청년이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모나리자를 훔친 뒤 바로 이 호텔의 다락방에 한동안 감추어 두었다는 호텔 소개문을 읽고 우리는 퍽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로우며 다음날 아카데미 미술관에서 미켈란제로의 다비드상을 보았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후인 1994년 다시 플로렌스를 찾았으며 두오모 성당, 미켈란젤로 광장의 언덕 등을 돌아보았으며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에 만성절 전에 로마에 도착하려고 플로렌스를 그냥 지나치는 대목을 읽고 바보 같은 괴테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일본 작가 에후닌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이 한동안 국내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었고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까지 상영되어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플로렌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지은이 라사 맥개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이지만 피렌체를 여섯 번이나 방문한 후에 아예 딸 엘라와 함께 플로렌스에 정착하여 플로렌스에 관한 수많은 책을 섭렵하며 플로렌스의 이곳저곳을 스케치하듯 그리면서 해박한 역사 지식도 곁들이고 있다.

이탈리아 어로는 피렌체 Firenze라 부르며 플로렌스 Florence는 이탈리아의 꽃이란 애칭 때문에 나는 한동안 꽃이란 영어 Flower와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하였는데 사실은 기원전 59년경 로마인들이 아르노 강이 좁아지는 지역의 북쪽에 정착하면서 라틴어 번영이란 의미의 플로렌티아 Florentia 라는 이름으로 부르다가 유래되었다 한다. 오랜동안 메디치 가문이 통치하면서 번영을 이루었고 1865~1870 년 동안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였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대표적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브르넬레스키,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등이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고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보다 플로렌스의 광장에 주목하여 이를 중심으로 플로렌스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유럽의 모든 도시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그래서 각 나라마다 광장을 부르는 어휘도 각각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아고라 Agora, 로마에서는 포럼 Form, 이탈리아는 삐아자 Piazza, 스페인에는 플라자 Plaza, 프랑스는 플라스 Place, 브라질은 프라사 Praca, 그러나 광장을 뜻하는 영어 스퀘어 Square는 직사각형이며 그 외의 광장들은 대개 원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은이는 플로렌스의 13개의 광장의 특색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변화하는 모습과 낙천적이고 친절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리고 수많은 성당과 조각 작품 등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내려오기도 하면서 건축물의 시대별 양식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지만 한두 번 주마간산으로 돌아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광장이 그 광장 같은 설명 같아서 구별하기도 기억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지은이가 열거한 광장들 이름만이라도 옮겨보고 어느 날 플로렌스를 다시 찾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두오모 광장 Piazza del Duomo, 피티 광장 Piazza del Pitti, 산토 스피리토 광장 Piazza di Santo Sprito , 파세라 광장 Piazza della Passera, 베키오 다리 광장 Piazzenta Ponte Vecchio, 시뇨리아 광장 Piazza della Signoria,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 Piazza di Santa Maria Novella, 산타 크로체 광장 Piazza di Croce, 레푸블리카 광장 Piazza della Repubblica, 산타 트리니타 광장 Piazza di Santa Trinta, 산 로렌초 광장 Piazza di San Lorenzo, 산 마르코 광장 Piazza di San Marco, 미켈란젤로 광장 Piazzale Michelangelo,

 

마지막으로 미켈란젤로 광장편에서 붓꽃 정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평소 내가 좋아하는 꽃이라 그대로 옮겨 본다.

피렌체에 붓꽃정원은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코무네 설립 이후 줄곧 도시의 문장 紋章이었던 피렌체 백합, 즉 질리오가 사실은 붓꽃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리고자 피렌체는 1957년부터 국제적인 붓꽃재배대회를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독특한 상이 하나 더 있다. 도시의 문장 색상인 선홍색에 가장 가까운 붓꽃을 찾아 별도의 포상을 하는 것이다. 같은 색상으로 만드는 것쯤이야 간단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가 않다. 붓꽃을 의미하는 아리리스 Iris’는 무지개를 뜻하는 그리스 어에서 유래한 만큼 꽃은 여러 가지 빛깔을 띠지만 빨간색은 원래 붓꽃의 자연색상이 아니다. 매년 탁한 빨강, 주황빛 도는 빨강, 자줏빛 도는 빨강 등등 실로 다양한 빨간색 붓꽃이 대회에 출품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피렌체에 다시 가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책을 읽어 가면서 너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피렌체를 알아 가면서 한 주일 한 달 가지고 피렌체를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런 긴 기간이 나에게 주어질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어 피렌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아무튼 언제 다시 피렌체에 갈지 모르겠지만 그럴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