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다음 생에>를 읽고...

깃또리 2020. 8. 20. 22:28

<다음 생에>를 읽고...

마르크 레비 Marc Levy/ 조용희 옮김

북 하우스

 

 

 

지난해 우연히 신문을 보다 프랑스 인기 작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프랑스 불로냐 출생으로 건축가로 활약하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어린 아들을 위해 쓴 <천국 같은>이란 글이 공전의 인기를 얻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들기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작가는 여러 방면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창작력을 발휘하여 소설 집필에 몰두하며 한편으로 국제사면위원회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인물인 것 같다.

 

나는 도서관에서 그의 작품 <다음 생에>를 먼저 발견하고 읽기 시작하였다. 순서로 봐서는 <천국 같은>, <너 어디 있니?>, <다음 생에> 그리고 <그대를 다시 만나기>로 이어지는 것 같으나 다른 작품은 천천히 찾아 읽어 볼 계획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대개 이러하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그림 감정가 조나단 가드너, 그의 친구이며 미국 보스턴 크리스티 경매회사 대표인 피터 그웰, 런던의 갤러리스트 클라라, 조나단의 약혼녀 안나 발튼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여기에 백 년 전에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하여 런던에서 그림을 그렸던 블라디미르 라드스킨이라는 화가가 그린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인>에 얽힌 사건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시간적으로 화가 라드스킨이 죽기 전에 아홉 살 된 딸 클라라에게 쓴 편지의 날짜 1867618일에서 현재까지 약 150년이란 세월을 뛰어 넘어 이어지고 재탄생한 딸 클라라가 런던의 갤러리 주인으로 라드스킨의 그림 다섯 점을 최초로 공개하게 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림 감정가 조나단과 클라라는 전생에 이미 만난 적이 있어 현생에서 다시 사랑에 빠진다. 또한 라드스킨과 어린 딸 클라라의 보호자였으나 사실 라드스킨을 감금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고 딸 클라라를 입양하여 키우던 랭튼 경은 라드스킨의 마지막 그림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을 경매에 내 놓았으나 작가의 서명이 없어 사기 경매자로 몰리고 결국 파산하여 미국으로 도피하였다. 그의 부인 앨리스는 자신의 딸 안나를 조나단과 결혼시키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며 급기야 클라라에게 독극물을 마시게 하여 죽음에 이르고 조나단은 그녀와 함께 세상을 떠나 다음 생을 기약한다.

 

이 소설은 공간적으로 조나단과 피터가 살고 있는 보스턴, 라드스킨의 망명지이자 클라라가 살고 있는 런던, 고미술 분석을 위해 주인공들이 들리는 루브르 박물관 연구소가 있는 파리 그리고 라드스킨이 공부하였으며 클라라와 조나단이 죽고 난 다음 피터가 라드스킨의 그림 다섯 점을 기증하여 전시하고 있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 등이 배경으로 나와 독자들이 이곳저곳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의 프롤로그는 피터가 늙어 친구 조나단과 클라라를 그리워하며 다음 생에서 두 사람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적은 글이며 에필로그는 상트 페테르부르그 에르미타쥐 박물관에 걸린 라드스킨의 그림을 보러 온 젊은 여인에게 피터가 제안한 편지를 전하는 부분을 적고 있다. 피터는 그림을 기증하는 조건으로 후일 라드스킨의 그림에 나오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인과 모습이 닮은 여인에게 자신이 쓴 편지를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소설에서 생명의 에너지는 감정이며 영혼은 전파와 같으며 감정의 힘으로 영혼들은 하나로 합쳐지기 위해 만나며 서로 종속된 영혼들은 이생에서 다음 생으로 끝없이 서로 찾아 헤매게 된다고 하였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과 같은 맥락을 엿 볼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감정과 신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며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란 가상의 작품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사랑과 우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 재미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