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인간실격 人間失格>을 읽고...

깃또리 2020. 8. 9. 14:50

<인간실격 人間失格>을 읽고...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전미옥 옮김

느낌이 있는 책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판형이 작은 책, 소위 포켓북이다.사단법인 한국교육지원회’라는 처음 보는 단체가 선정한 아침 독서 10분 운동 필독서”라는” 문구에 걸맞게 가로 세로 약 10센티 16센티 되는 크기의 작은 책이다. 사무실 직원이 빌려주어 받았는데 원문을 전부 번역하여 실었는지 아니면 내용을 간추린 것인지 궁금하였으나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여운은 깊다. 책 뒤표지에 누구보다 인간적이기를 원했으나 끝내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한 인간 실격자의 고백이란 문구가 이 책 읽기를 재촉하였다. 그리고 일찍 세상을 등진 일본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 특이하여 책에 나온 그의 소개를 옮겨본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이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는 도쿄 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후 한동안 좌익운동에 가담하기도 하였다. 1935년에 소설<역행 逆行>으로 등단했고 <사양 斜陽>등의 작품을 통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그는 이름 하여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 의 대표작가로 불리게 된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이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하여 생애 다섯 번째로 자살을 시도한 끝에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로 사망하였다. 주요작품으로 <인간실격>,<만년>,<앵두>,<직소> 등이 있다.”

 

소설은 프롤로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1,2,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내용으로 보면 실존했던 어느 인물의 사진 석장과 그의 자서전이 적힌 노트 몇 권을 작가가 알고 지내던 어느 마담으로부터 우연히 입수하여 흥미 있게 읽은 다음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어 쓴 글이라 하였다. 결국 Nonfiction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글 솜씨를 발휘하여 Fiction으로 변모시킨 작품으로 간주해도 될 것 같으나 또다시 생각해 보면 프롤로그, 에필로그 자체도 작가가 설정한 Fiction으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여 만든 작품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쉽게 책을 손에 놓을 수 없도록 어느 불우한 한 남자의 삶을 흥미 있게 그려져 있다. 시대는 작가가 생존했던 1900년대 초 일본 동북지방 시골이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난 수기의 주인공 요조(葉藏)라는 한 남자의 남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수기는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한다. 1900년대 초라면 우리나라 형편으로는 세계의 변화와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말로만 제국이었던 우리 민족역사상 가장 치욕적이고 지리멸렬했던 대한제국 끝 무렵 한일합방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우리와 달리 유럽 신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이었기에 이 글에서 시골 부잣집 도련님의 그림책에 180년 후에나 우리나라에 들어선 지하철이 등장하고 시골 중학생들의 입에서 고흐, 고갱, 세잔, 모딜리아니,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과 고흐 칼라 화집 이야기가 등장하여 우리와 엄청난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글의 내용으로 짐작하면 주인공 요조는 공부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으며 인물도 준수하여 특히 여성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외모를 가졌으나 시골 부잣집 막내아들로 금전의 가치 개념이 부족하여 주변 사람들이 예외 인간처럼 느끼고 좋아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동경 유학생활을 시작하여 옆에서 누군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올바른 삶의 목표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부친과 관계도 어긋나기 시작하여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아 가문에서 축출당하여 그를 더욱 피폐한 삶으로 내몰았다. 앞서 말한 그의 외모와 타고난 심성이 여성 친화적이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성향이어서 20세 성년이 되기 전에 이미 이런저런 주변의 여인들과 성적 관계를 맺었으며 궁핍한 생활에 쪼들린 그는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시즈코라는 미망인의 정부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술집 여성의 내연남이 되는 등 그의 주변 여러 여성들과 얽혀 지내기도 한다. 급기야 16,7 세쯤 되는 담배 가게 아가씨이며 순진무구하여 요조의 말을 빌리면 <神과 같은 無知>의 처녀 요시코와 동거생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그녀가 간교한 늙은 어느 장사치로부터 겁탈당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난 후부터 스스로를 추스르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부모로부터 재정지원도 완전히 끊겨 싸구려 만화 그리는 일로 생활을 꾸려가다 급기야 포르노 만화까지 그리는 신세에 이르며 엄청난 체력소모에 생계를 위해 모르핀 주사를 맞기 시작하여 결국 중독자가 되고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형은 얼마 전 그들의 아버지가 위궤양으로 사망하였음을 무심히 알려주며 그를 고향에서 기차로 네다섯 시간 걸리는 해변 온천지에 옮겨 주고 3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사실 그는 마약 중독자 일지언정 정신병자는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몰이해로 적절한 마약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였지만 멀쩡한 그를 언젠가 그가 말한 여자가 없는 곳에 해당하는 감옥과 같은 정신병원에 3년이나 가둬 그는 오히려 정신적 피폐를 더하여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백발이 되어 버리고 폐인이 되는 시기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인간실격을 선언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제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내가 단 하나 진리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직 그것 하나뿐입니다. ‘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라는 말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단지 심약하였으며 세상 살아가는데 영악하지 못하였던 한 인간이 주변의 몰이해로 서서히 몰락해가는 비극적인 내용의 소설로 우리 주변에서도 다름을 이해할 줄 아는 포용력과 우리 모두는 서로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