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무취미의 권유>를 읽고...

깃또리 2020. 6. 28. 09:05

<무취미의 권유>를 읽고...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

무라카미 류 지음/ 유병선 옮김

.

 

 

 

 

가로 세로 15센티 20센티 정도 되는 작은 판형에 170페이지 조금 넘는 내용은 일상생활에서 직장인들이 흔히 부딪치는 일에 대하여 조언하는 글이라 마음먹고 한 시간 정도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최근 매주 화요일 경주 출장을 가는데 지난주 갈 때는 KTX에서 이런저런 신문을 읽었으나 서울로 돌아올 땐 이 책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Murakami Haruki, 村上春樹 1949~), 무라카미 류(Murakami Rjú 村上 龍, 1952~) 비슷한 이름의 일본 작가지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을 필두로 작년에 출판된 <1 Q84 1, 2, 3>까지 제법 여러 권의 책을 읽었으나 무라카미 류의 책은 도서관 서가에서 그의 책을 몇 번 뽑았다가 내용을 잠시 보고 다시 꽂았던 기억만 있을 뿐 정작 제대로 읽었던 작품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이 처음인 셈이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비즈니스 <괴테>'라는 일본 월간지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한다. 비즈니스를 위한 월간지 제호에 왜 독일의 문호 <괴테>가 들어갔는지 조금 궁금하다. 일반 4.6 배판의 한 페이지 정도 되는 글 38편이 실렸는데 내가 오랫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였으며 지금도 회사원이라 그런지 일본 회사원들에 대한 글이라서 전혀 낯설지 않다. 평생 소설을 써서 밥벌이를 한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회사원 세계를 정확히 썼는지 감탄하였으며 마치 우리나라 회사원들을 위해 쓴 글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놀라기도 하였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지금은 조금 달라지긴 했어도 사실 그동안 모든 분야에게 일본 따라가기에 열중하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작가는 <반도에서 나가라>라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일본을 점령한다는 스토리의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 북한 관련 서적 200여 권을 읽었으며 탈북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니 일본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우리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으로는 우리 일반 사람들이 아무 의심 없이 진리처럼 생각하는 일들을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사고력을 발휘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부분을 마주 할 때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아무 생각과 의문 없이 지나쳤는데라 하면서 이런 부분을 골라 후일 다시 보려고 몇 부분을 간단히 추려보았다.

 

무취미의 권

 

"'취미'란 한 결 같이 동호회처럼 특정 모임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한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망도 함께 한다. 결국 우리는 ''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조금은 과장되었지만 그럴듯하다. 일은 잘했을 때 보상이 있으며 잘못되었을 때는 엄정한 평가가 있지만 취미는 그렇지 않다 보니 치열성도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덜하.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소수파의 원칙

 

"소규모로 외롭게 출발하여 다수파로의 편입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것이야 말로 벤처의 원칙이다. "

 

-항상 일생을 소수파로 살아가는 일도 쉽지 않고 언제나 깨어 있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좋아한다는 애매함

 

"'좋아한다는 마음은 감성의 깊은 영역인 뇌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지만 설명을 담당하는 것은 이성인 까닭에 근본적인 간극이 불가피하다."

 

-감성과 이성, 영국의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의 란 작품에서도 이런 문제가 잘 나타나 있다. 감성과 이성의 컨트롤, 사람이 생활하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꿈과 목표

 

"목표는 마음 깊은 곳에 봉인해 두어야 한다. 목표를 갖는다는 건 곧 걱정을 끌어안는 것이다."

 

-아무 걱정도 되지 않는 목표란 사실 목표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목표는 걱정을 끌어안는 것이라 하는 것 같다.

 

중과 목표

 

"말론 브란도,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와 같은 탁월한 연기자들이 수업을 한 액터스 스튜디오(The Actors Studio)의 기본 교육방식 중 하나가 '이완''집중"이다. 긴장은 감정 표현을 방해한다. 이 스튜디오의 위대한 지도자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는 집중에 관해 다음과 같이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하였다. '극적인 상황의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는 스스로 극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자각해야 한다. 예컨대 망연자실한 상태의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는 스스로 망연자실 해지는 게 아니라 망연자실한 인간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하는 분명한 자각 속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택과 집중, 기업이나 개인사에서 요즘 대두되고 있는 화두이다.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이것저것 다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선택과 집중이 유독 강조된다. Choice and Concentration, Choice and Focus, 어느 것으로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영어 BD사이에는 C가 있으며 즉, BirthDead, , 태어나서 죽는 사이에 이 "C"Choice이며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 사이에 무수한 선택이 있다는 말도 있다.

 

품격과 미학에 관하여

 

"업무에서 품격과 미학을 추구하는 사람은 뭔가 대단한 특권이라도 지녔거나 아니면 구제 불능한 바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업무에서 품격과 미학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하였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업무를 추진하면서도 기왕에 품격을 지키고 미학을 추구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리더의 역할

 

"리더는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는 태어나면서 타고 난 자질을 갖는가? 아니면 훈련이나 환경으로 리더의 덕목이 갖추어지는지 궁금하다. 태어나면서 지닌 자질에 훈련이나 환경이 더해진다면 더욱 훌륭한 리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스케줄 관리’

 

"일본에서는 야구 감독, 축구 감독, 영화 감독을 모두 감독이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야구 매니저 축구 코치, 영화 디렉터이다. 약간씩 어감이 다름은 물론이다.'관리하다"를 영어에서 찾아보면 administer, manage, control, superintendent, supervise, overlook, 등 어감이 미묘하게 다른 단어들이 나온다.(중략) 관리를 하는 쪽인지 아니면 관리를 받는 쪽인지 하는 두 가지 잣대만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방법과 운용 방식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사회인 까닭에 관리라는 단어 하나만 써도 별로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정확한 관찰이고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마치 우리들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직책의 성격에 따라 호칭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감독이란 말에 오래전에는 Inspector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사실 inspect라는 동사는 단순히 검사하고 확인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검사원 정도에 맞는 말이라서 적절치는 않다.

 

"스케줄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업무나 개인사에서 스스로 매기는 일의 우선순위가 그 사람의 인생이라 생각한."

 

인맥

 

"한 조사에 따르면 흑인과 히스패닉이 주로 사는 뉴욕의 빈민가 저소득층은 거의 전적으로 '강한 고리'의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정보기술이나 금융, 언론 등 첨단업종에 종사하는 엘리트들은 '약한 고리'의 인간관계를 다양하게 맺고 있다고 한다."

 

호적수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과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것에 늘 경의를 보내지마는 특별히 그와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무라카미라는 성이 같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나와 그를 호적수로 여긴다는 건 둘 다 새로운 사상의 주목을 받는 평가의 대상일뿐더러 무엇보다도 팔리는 소설을 꾸준히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라카미가 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하루키가 성인가 하였는데, 더구나 일본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일반인들이 호적수라고 할 정도로 엇비슷한 위치의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부하는 '장악'해야 하는가

 

"부하가 일을 잘하지 못하면 '야단을 칠 게 아니라 '가르치면 되고,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경우라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든지 사표를 받으면 그만이다. '야단치는 방법을 모른다.'라고.' 하면 듣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르치는 방법을 모른다.'로 말을 바꿔 보면 결국 그 상사는 소통 능력이 없는 꽉 막힌 멍청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는다."

 

-리더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고 나 자신도 꼭 마음에 새겨둘 내용이다.

 

결단하는 힘

 

"'결단(決斷)이라는 말은 홍수가 났을 때 수해를 줄이기 위해 둑을 터서 물을 방류하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충고에 대하여

 

"특히 뭘 좀 아네, 배웠네 하는 식자라는 사람들은 알거나 모르거나 어찌 되었든 충고나 조언부터 하려 든다."

 

-나도 가끔 남에게 충고 비슷한 것을 하는데 앞으로는 조심할 일이다.

 

업무상 글쓰기

 

"업무에서 문장은 '정확하고 간결'해야 한다.(중략) 무엇보다 글쓰기의 전제는 상대에게 반드시 전하려 하는 게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업무란 공적인 사항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에 미문으로 만들려다 전달하려는 내용이 자칫 흐려질 것을 경계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그리고 적절한 어휘와 전문용어를 골라서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재를 시작할 때

 

"나는 언젠가 분재를 시작할 때가 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시시때때로 한다. 그때가 되면 나는 소설 쓰기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이 결코 불쾌하지 않다. 분재는 생각보다 멋진 세계이며 심오하고도 흥미로울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분재의 세계에 빠져들면 그때는 오히려 분재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분재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도 분재를 그만두지 않을까"

 

-작가는 어정쩡한 취미로 인생의 소중한 세월을 흘러 보내지 않겠다는 말을 이렇게 하는 것 같다. , 분재라는 취미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있는 소설 쓰기를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를 말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음미해 볼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