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6일 째, 피게레스 출발 지로나 거쳐 베소라 2020.01.20

깃또리 2020. 6. 12. 11:23

6일째, 피게레스 출발 지로나 거쳐 베소라 2020.01.20

 

어제 저녁부터 쌀쌀하던 날씨가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춥다. 호텔 카운터엔 호세도 안나도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두 사람에게 그간 친절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오늘 갈 길이 멀어 더 기다릴 수 없어 9시 반에 지로나를 향해 출발하였다. 안나의 말만 듣고 지로나를 가면서 도착지로 일단 시 중심지를 지정하였다. 대개 유럽 도시들은 중심지에 중앙광장을 바라보고 대성당, 시청 등이 있기에 일단 중심지를 가면 무난하리라 생각하였다. 한 시간 정도 운전하여 도시 중심부에 도착하였으나 주차장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조금 비싸더라도 개인 건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이때 지로나 조사가 너무 허술한 점을 깨닫고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지로나에서 볼만한 곳은 모두 도시 북쪽 끝에 몰려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구글 내비게이션을 다시 켜고 대성당을 찾았으나 조금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근처엔 주차장이 없어 빙빙 몇 바뀌를 돌다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근처 공원에 있는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지금 생각하면 차량 운전으로는 스페인에서 두 번째 방문지다 보니 길 찾기, 주차장 찾기, 음식점 찾기에 한참 서툴렀던 셈이다. 작년 2019년 여행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였고 고속도로는 내가 운전하고 시내 운전은 대개 아들이 했기 때문에 스페인 시내 운전에 초반엔 내가 조금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부슬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도 거세어졌으나 기왕 고생하여 도착했기에 대성당, 바실리카, 고대 지하 목욕탕 시설 유적 등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일반적으로 가톨릭 교회는 Cathedral, 우리나라에서는 성당으로 부르고 프로테스탄트 개신교 교회는 Church, 작은 예배소는 Chapel이라고 부르지만 최근 가톨릭 교회도 성당 대신 천주교 교회로 부르는 추세이다. Basilica는 로마교회 또는 로마 성당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경우는 Notre Damm basilica로 표기하고 우리말에 바실리카 성당이란 말도 있는 걸 보면 어느 종파의 구분이 아니고 교회 건물이 고대 그리스나 로마 양식을 따른 경우인 듯하다. 영어사전에 "An early Christian church designed like a Roman basilica: or a Roman Catholic church or catedral accorded certain privileges."라고 나와 있다.

 

Girona, 지로나는 '헤로나'로도 표기하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과 우리나라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촬영지였다는 걸 지로나를 돌아보고 나중에 알았다. 사실 나는 미드도 우리나라 티브이 드라마도 보지 않으니 지로나라는 도시가 스페인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으며 뒤돌아보니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든다.

 

대성당 근처엔 마땅한 식당이 없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도로변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외국인은 우리뿐이고 모두 현지인들인데 대부분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로 아마 근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암튼 배도 고프고 날씨도 추워 찬밥 더운밥 가릴 여지가 없어 크로와상과 스페인 식 아메리카노로 몸을 녹이고 요기도 하고 내일 방문지인 몬세라트 수도원이 너무 멀어 중간 지점쯤 되는 도시가 Vic, 빅이었으나 일부러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 호텔에 예약하였다. 익스피디아 호텔 소개 사진에는 아름다운 강변에 멋진 전망을 지닌 호텔(Hotel Sant Quirze De Besora)이었으나 막상 입실하여 2층 객실 창문 커튼을 열었더니 겨울이라 그런지 작은 강물은 수량이 적어 볼품이 없었다. 다른 손님도 없는 듯하여 우리에게 제일 전망이 좋은 객실을 준 것 같다. 아마 이 작은 마을에선 가장 최근 신축된 호텔이지만 겨울철이라 외지 손님은 우리뿐이고 그러나 1층 식당에는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한편에선 커피도 마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녁을 먹기 전 동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녔는데 30분 정도 걸으니 더 갈 곳이 없어 내일 아침을 간단히 객실에서 하려고 빵집에 들려 빵을 사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