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둘째 날,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 보케리니 전통시장 2020. 01. 16.

깃또리 2020. 5. 23. 10:46

 

둘째 날,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 전통시장 2020.01.16.

 

깊은 잠에서 눈을 뜨니 이른 아침이었다. 객실 창문 커튼을 열자 2층까지 자란 나무들이 창 가까이까지 가로세로 줄지어 심어진 공간이다. 공원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왜냐면 풀한 포기 없는 맨땅에 똑같은 종류와 크기의 나무들만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1월 중순 한 겨울인데도 푸른 잎이 무성하다. 나무들 너머로 헬스클럽과 대형 슈퍼마켓이 보인다. 1 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아내와 내가 첫 손님이고 몇 분 지나 객실 손님들이 내려와 모두들 조용히 식사를 한다. 호텔 예약할 때 바르셀로나 첫날 아침 식사는 호텔 식당으로 정했었는데 15유로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빵과 치즈 종류도 다양하고 마실 음료도 여러 가지에 커피도 있어 좋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야채샐러드가 안 보이는 게 흠이었다.

 

서울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장시간 비행하였고 앞으로 한 달 이상 돌아다닐 일을 감안하여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편히 지내기로 했으니 여유롭게 천천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발길 닿는 대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2 년 전 여행사 관광상품으로 14일간 모로코, 포르투갈 그리고 스페인을 관광할 때 바르셀로나에서 1박 2일 지낸 일이 있어 이번에는 그때 가 보지 않은 곳을 가보기로 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 Hertz로부터 렌트 카를 받기로 하여 지나는 길에 Hertz 중앙역 지점 사무실을 눈여겨보아 두고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넓은 중앙대로를 따라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사실 스페인 광장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가 볼 이유는 없었으나 어느 도시든 그 나라 이름이 붙은 광장이나 공원은 역사가 깊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40분 정도 되는 거리를 주변 거리와 건물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서양의 도시들은 크던 작던 그리스와 로마제국의 영향을 받아 대중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공원(Public park), 광장(Square, Plaza), 경기장(Stadium, Arena) 등을 여기저기에 만들었으며 Square는 말 그대로 사각형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스페인 광장도 표기는 Spain Square이지만 큰 대로 6개가 방사형으로 맞나는 원형 로터리이다. 중앙 녹지공간, 회전 차로와 보도까지 합하면 눈대중으로 대략 축구장 두세 개 넓이이다. 주변에 고급 호텔인 Catalonia Barcelona Plaza가 보이고 멀리서 보면 투우 경기장 모습의 원형 벽돌 건물이 보여 들어가 봤더니 고급 제품을 파는 상가였다. 이곳저곳 상품 구경을 하다 아내의 강권으로 Prada 상표의 제법 비싼 선글라스를 사고 나와 아무래도 건물 형태가 낯익어 외벽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더니 벽 한 면 작은 동판에 간단하게 Toroso란 단어가 보였다. Toroso는 스페인어로 황소이며 투우를 의미하기도 하여 이 원형 건물이 본래 투우장이었으나 이제 내부를 매장으로 바꾼 것임을 알았다.

 

우리들은 호텔 식당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다시 커피를 한 잔 더 하려고 광장이 시원하게 보이는 넓은 유리창의 카페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식당은 2시부터 문을 열고 카페는 조금 일찍 열기 때문에 아직 손님은 우리 뿐인 카페에서 커피 대신 이른 점심을 하기로 마음을 바꿔 나는 스페인 지역 맥주 한 병과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아내도 역시 간단한 식사를 선택하여 창문 밖에서 광장 주변을 돌아 나가는 차량 구경을 하면서 점심을 마치고 바르셀로나 전통시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구글 내비게이션으로는 40분 거리였으나 조금 돌아가기도 하여 거의 한 시간만에 도착하였다. 람블라 거리에 있는 라 보케리아, La Boqueria 시장은 중세기에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큰 시장 중에 하나였다는데 이제는 많이 축소되었고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조금 다른 점은 실내 식물원 형태의 크고 높은 건물 하나로 주로 과일, 간단한 음식이 전부여서 조금 실망하였다. 과일은 오렌지, 포도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에서 생산하는 과일들이고 음식은 예전에 맛만 보았던 하몬이 여러 가게에서 팔고 있어 간식으로 사서 먹었다. 시장을 구경하면서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이 훨씬 예스럽다는 생각도 하며 내일 일찍 일어나 구엘공원을 가려고 호텔에 걸어서 왔는데 역시 한 시간 정도를 걸은 셈이라 우리들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