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네 째날, 바르셀로나에서 피게레스 2020. 01, 18,

깃또리 2020. 5. 31. 21:13

 

네 째날, 바르셀로나에서 피게레스 2020. 01, 18,

 

 아침 식사도 어제처럼 같은 카페에서 간단히 하고 10시쯤 렌트 카를 인수하기로 하고 그전에 2시간을 잘 보낼 곳이 어딘가 궁리하다 호텔-중양 역-스페인 광장- 몬주익 마법의 분수를 돌아보기로 했다. 스페인 광장의 넓고 시원한 모습을 다시 보고 그곳에서 바라본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방향으로 곧게 뻗은 대로의 끝에 경사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궁전 같은 건물도 가 볼 계획이었다. 조금 이른 아침이라 스페인 광장은 자동차 통행량은 적었으나 여기저기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대부분 동양인들이고 멀리 7~8명 젊은이들 모습이 한국사람들 같아서 다가가니 역시 우리말을 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과연 한국사람들은 부지런하여 이른 아침에 관광지에 가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몬주익 마법의 분수는 겨울이라 가동을 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지나치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제일 높은 곳의 건물 정문에 갔으나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는 박물관으로 현관 유리 창문을 통하여 호화로운 홀 내부를 눈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을 조망하였다. 이 박물관 뒤로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시설들과 대규모 공원지역으로 마라톤 우승자인 황영조를 위한 기념물도 있으나 욕심을 내서 가보기에는 너무 멀어 그만두고 Hertz 영업사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중앙역 근처 영업점엔 세명의 직원 중에 말의 억양으로 보아 필리핀계인 동양 여성이 나의 예약을 확인한 다음 어떤 차종에 대하여 길게 설명을 하였다. 처음엔 우리 차의 사용 설명이나 주의사항인가 했으나 듣다 보니 그게 아닌듯하여 무슨 말이냐 물었더니 내가 예약한 Fiat 차종이 아닌 다른 차종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으로 돈을 조금 더 내면 훨씬 좋은 차로 변경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요구하거나 사전 양해도 없이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여 조금 어이가 없어 나는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내가 예약한 차의 키를 달라했더니 조금 무안했는지 뭐라 말하고 키를 주고 자리를 떴다. 물론 차가 어디 있다는 말을 한 것 같으나 다시 확인하러 옆에 있는 중년 백인 여성 직원에게 물었더니 상황을 파악하고 미안해서 인지 카운터에서 나와 사무실에서 두어 건물 떨어진 다른 건물의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함께 타고 차가 대기하는 지하 주차장까지 알려주어 나는 조금 전의 불쾌했던 기분이 이 직원의 친절에 마음이 바뀌어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사실 작년 2019년 8월 아들 내외와 우리 부부 넷이서 독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2주간 자동차 여행을 시작할 때 독일 푸랑크푸르트 영업사무실에서 Benz 200 Luxury Wagon을 인수하였었다. 그때는 아들과 상대했던 직원이 내가 계약에 들지 않았던 앞 유리와 타이어 보험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권유하여 아들이 추가로 보험을 들었었다. 물론 보험이란 예측 불가한 경우를 대비한 일이지만 그래도 선진국인 나라에서 앞유리와 타이어 보험은 지나치다고 생각하였으나 아들이 하는 걸 막지 못했다. 이번 경험까지 더해 보면 Hertz 영엽 직원들은 예약한 고객에게 의례적으로 추가나 변경을 설명하고 권유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차를 인수하여 계기판을 시작으로 앞 뒤 좌우 사진을 찍고나서 호텔 근처 슈퍼마켓 LIDL에서 생수, 과일,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여 싣고 3일 간 잠을 잔 Acta City-47 호텔에서 Check out 하고 두 번째 방문지인 북쪽 방향의 피게레스, Figures를 향해 출발하였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니 바로 고속도로 톨 게이트가 나왔으나 독일, 프랑스, 스위스에서는 보지 못했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였으나 고속도로 통행료를 얼마나 낼 지도 모르고 미리 교통 카드를 사지 않아서 게이트에서 당황하였다. 마침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통과했으나 지금도 그 당시 조금 당황하여 확실한 방법이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점은 출발지에서 자신이 결재할 카드를 입력하고 그다음에 티켓을 받았던 기억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왜냐면 이때 고생도 하여 그다음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았다. 마침 우리들이 다니는 길들은 무료 고속도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스페인은 90% 정도가 무료 고속도로이다. 구글 내비게이션에 따라 한 시간 정도 가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눈에 띄는 첫 번째 휴게소에 들어갔다. 휴게소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1/3 정도로 작고 주유소와 화장실 그리고 작은 식당이 전부였다. 식당은 진열장에 놓인 음식을 트레이에 담아 계산대에서 결재하는 방식인데 아내와 나는 생소한 음식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아마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어느 중년 신사가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우리 눈에 볶음밥 비슷한 음식과 샐러드였는데 당시는 몰랐으나 스페인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였던 셈이다. 우리나라 볶음밥도 종류가 조금씩 다르듯이 빠에야도 지방에 따라 요리사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고 맛도 다르다는 걸 알았다. 아무튼 그 신사는 우리 테이블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자신도 식사를 하면서 우리들을 주시하는 느낌이었다. 스페인 도착하여 느낀 점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여러 곳 여러 번 느꼈는데 이번 경우에 새삼 확실하게 느꼈다. 더구나 유럽의 관광지 대부분과 특히 스페인에 소매치기가 많다고 알려져 신용카드, 현금, 휴대전화, 배낭 간수에 각별한 조심을 해야 한다 하여 특히 아내는 나보다 훨씬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스페인 도착하여 며칠 되지 않았고 관광객이 북적였던 파밀리아 성당 말고는 아직 험한 곳을 가지 않아서인지 별 위협적인 경우가 없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도 주차 차량만 전적으로 감시하는 듯한 사설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신 다음 다시 운전석에 앉아 목적지를 향하였다. 그러나 도중에 잠깐 실수로 어뚱 한 출구로 나와 조금 헤매다가 다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피게레스 진입 톨게이트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도 결재 방법이 쉽지 않아 호출 벨을 눌러 관리인의 도움으로 카드 결제를 하고 통과하였다. 말은 이렇게 쉽게 했지만 사실 당시에는 퍽 당황하였다. 왜냐면 내가 앞에서 꾸물거리니 뒤에 많은 차량이 밀려 내차만 처다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없이 기다려 주어 스페인 사람들은 신사라는 생각을 한다.

 

 톨 게이트를 지나 시내 중심부에 있는 예약한 호텔에 가는 동안 대략 회전 로터리 12개 정도를 지나야 했는데 도로 4개가 만나는 로터리는 별 문제가 없지만 도로 다섯 개나 여섯 개 만나는 로터리는 왼쪽에서 오는 차량도 봐야 하고 오른쯕 몇 번째인가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햐 했다. 옆에 앉은 아내가 하나, 둘, 셋 도로를 세어가며 빠져나갈 도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여 그나마 쉽게 통과하였으나 만일 실수로 잘못 진입하면 일방통행 도로를 한 참 돌아 다시 로터리에 와야 하고 그나마 지나쳤을 경우엔 다시 천천히 한 바뀌 돌아서 올바른 진입로로 들어가기도 했다. 우리가 예약한 Hotel Rambla는 시내 가장 중심지 Rambla 광장에 면해 있는 5층의 작은 규모의 호텔로 정문 앞에서 짐을 내린 다음 작은 모퉁이 길을 돌아 조금 떨어진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했다. 호텔 주인인지 지배인인지 모르지만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마음씨 착해 보이는 카운터의 호세와 그와 교대로 일하는 아내 안나도 역시 친절하여 내가 좁은 주차장에 차를 운전하고 내려 가기가 어렵다고 하자 앞장 서서 안내를 해주고 다음날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을 갈 계획이라고 하자 3유로인가 할인 혜택까지 주선하여 예약도 해주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여유가 있어 작은 도시여서 호텔에서 가까운 부근을 돌아 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다음 저녁 식사를 할 곳을 찿아보았다. 골목길을 걷다가 손님이 많은 'Cafeteria 365'에 들어갔다. 여기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걸 보니 코로와상 중간에 참치 통조림을 넣은 빵과 스페인식 커피였다. 우리도 역시 같은 걸 주문했는데 의외로 맛도 좋았고 두 사람 계산으로 13유로여서 다음날 아침도 이 집에서 하기로 하였다. 살바도로 달리 미술관이 가까이 있어 건물 외관을 구경하고 렌트 카를 인수하고 첫 운전에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서 너무 긴장하였고 시내 진입에 역시 조금 고생했기 때문에 시내 야간 구경은 다음날 하기로 미루었다. 사실은 피게레스에서 하루 일정을 세웠었으나 하루 더 있기로 하고 호텔에 돌아 와 호세에게 스페인 고속도로 현황지도를 부탁하여 받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유로 고속도로는 대략 1/10 정도였고 대부분 일반 무료 고속도로여서 남은 여행 중에 톨 게이트에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