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Girl with a Pearl Earring>을 읽고...

깃또리 2020. 6. 9. 19:51

<Girl with a Pearl Earring>을 읽고...

Chevalier, Tracy

Plume Books

2014. 06. 20.

 

 

수년 전 내가 근무하던 설계사무소에서 30대 초반 직원들이 이 책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그림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을 알고 왜 갑자기 이 그림이 인기가 있는 가 궁금하였지만 그냥 넘기고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쯤 이번에 내가 읽은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하였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도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영문판이지만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이라 빌려주어 처음엔 부담스러워 망설이기도 하였으나 막상 읽어보니 어려운 단어도 많지 않았으며 실존 인물과 그가 그린 그림을 소재로 하여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당시 네덜란드의 생활을 재현하여 쓴 책으로 퍽 재미있게 읽었다.

 

먼저 화가에 대하여 소개해 보면, 1632년 네덜란드 Delft, 델프트라는 도시에서 여관 주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이 도시는 운하를 끼고 모직, 맥주, 도기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15살쯤 화가 수업을 받는 도제로 6년 동안을 보낸 다음 21살에 화가 길드에 가입하여 자신의 서명한 그림을 팔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비교적 부유한 여관집 딸인 카타리나와 결혼하여 15명의 자녀를 보았지만 반 가까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6명의 아들, 딸을 길렀다. 베르메르는 그림 그리기에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생활비는 주로 처갓집 여관 수입으로 충당하였으며 주문을 받거나 특별히 그림을 그려주어야 할 경우에만 작업하였기 때문에 평균 1년에 한두 점으로 그가 그린 그림이라고 밝혀진 것은 대략 32~35점 정도라 한다. 다른 화가에 비하여 자신을 알리는 일에 관심이 없었고 다른 화가와 교류한 일도 없었으며 자신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않아 '은둔의 화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죽기 전에 화가 길드 조합의 대표도 맡았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느끼며 살다간 사람이라 하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회화의 우의, Allegory of Painting>를 회화 권위자들은 꼽고 있으며 <델프트 풍경, View of Delft>을 좋아하고 가치를 높이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화가가 자신의 그림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델프트의 풍경에는 그림에 나오는 시계에 7시 10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과 니체에 대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화가의 성 베르메르는 그가 태어나기 불과 7년 전부터 사용했으며 네덜란드 발음으로는 페르메르에 가깝다 하며 그림을 그린 다음 서명으로도 자신의 이름과 성을 쓰는 대신 델프트 베르메르 또는 이름만 쓰기도 하여 제작 연도 추정도 어렵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위작도 많은 것이 특징이라 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인물과 사물에 비치는 아름다움을 깊이 관찰하여 부드럽고 신비스럽게 표현하면서 정교하고 사실성이 뛰어나며 충실감으로 그림 내용도 사소한 순간들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표현하는 붓 터치 등으로 최근 재평가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렘브란트, 프랑스 할과 함께 17세기 황금시대의 세 거장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다.

 

다소 흠이라 하면 주제가 작고, 작품의 크기도 작으며 작품 수가 적다는 것이며 세계 곳곳에 진위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그의 작품으로 판명된 것은 모두 32점이라 하며 실내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우유를 따르는 여인>, <저울을 든 여인>, <델프트 풍경> 그리고 성경에서 영감을 얻었으리라 추측되는 <뚜쟁이>이며 이 소설의 소재가 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유명하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 하이스라는 비교적 작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크기는 44.5cmX39cm의 작은 유화이다. 그러나 베르메르의 그림 중에서 단연 인기가 있으며 그 이유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그림 기법 자체가 그림 바탕과 인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소위 스푸마토 기법으로 부드럽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모나리자>와 유사한 기법이다. 그래서 이 그림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북구의 모나리자"또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부른다 한다.

 

그림 내용으로 그림 속의 소녀의 복식은 당시 네덜란드의 하녀들이 입던 옷이며 하녀의 신분으로 작지 않은 꽤 굵은 진주 귀고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머리에 두른 푸른 두건도 역시 평범한 모습이 아니어서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한다. 이런저런 일들이 결국 이 소설이 쓰여지게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그림의 인기를 더욱 높여 주었으며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해외 전시를 하지 않는 관례를 버리고 2012년 일본에서 <마우리츠 하이스 미술관전>이란 제목으로 전시하여 무려 6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나의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내 전시가 있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워낙 유명한 그림이라서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소설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 그림이 1666년 베르메르 가 34살 때 쯤 그려졌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행적이나 그림에 관련한 기록이 없어 소설의 작가는 오히려 소설 쓰기가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그림의 모델을 베르메르의 하녀로 나이는 16세로 같은 도시 델프트에 살았던 Griet’로 설정하였다.

 

아버지가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Griet는 운하를 건너에 있는 베르메르의 집 하녀로 들어간다. 일요일은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며 교회도 가고 음식도 만들어 화기애애하게 지내지만 오빠 Frans는 도공이 되려고 하루 종일 불가마 앞에서 일하는 도기 공장의 도제가 되었고 나이 어린 여동생 Agnes는 언니 Griet가 일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낙으로 삼고 기다린다. 주인 베르메르는 장모를 모시고 처가살이를 하며 주 수입은 장모가 소유한 여관에서 조달하고 부업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가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지런하고 마음씨 착한 Griet28살의 고참 하녀 Tanneke와 함께 여섯 명이나 되는 베르메르의 아들 딸 그리고 까탈스러운 부인 Catharinan와 베르메르의 장모 Maria 등 대가족의 가사 일에 참여하고 또한 베르메르의 아틀리에 청소와 정리 정돈하는 일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편 과묵한 베르메르는 Griet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Griet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한다. 가사 일에 익숙해진 다음 MariaGrietTanneke를 따라 Griet가 시장에서 장보는 일을 함께 하도록 하여 정육점 주인 아들 Pieter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Pieter의 아버지가 은근히 추파를 보내기도 하고 베르메르의 그림을 자주 구입하는 부유한 후원자이며 친구인 어느 한 사람이 노골적으로 Griet에게 다가와 신체 접촉을 하는 등 귀찮게 한다. 17세기 유럽도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는 동양에 비하여 크게 다를 바 없었으며 이런 소설책에서도 이런 부분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이 책을 쓴 소설가는 화가 베르메르가 신분과 나이 차이를 의식하여 하녀 Griet에게 수치심이나 하녀의 앞날에 상처가 되는 어떤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단지 하녀에게 귀고리를 하게 한 다음 그림을 그리려고 부인이 외출한 틈을 이용하여 장모에게 귀고리를 부탁한다. 그림을 그려 팔아야 하는 상황을 장모에게 설명하여 아내의 보석함의 귀고리를 꺼내 Griet에게 주는 상황을 설정하였다. 물론 하녀 신분에 귀 볼이 뚫려 있지 않아 사전에 Griet를 설득하는 부분이 나온다그러나 결국 부인이 자신의 귀고리를 하녀가 착용했던 사실을 알고 Griet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몇 년이 지나 Griet는 정육점 아들과 결혼하였으며 베르메르는 43살의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집안은 서서히 몰락해 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책 제목과 관련하여 우리말과 달리 영어는 꽤 합리적인 언어체계와 어휘적용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단수, 복수의 개념은 분명하다. 그래서 짝으로 이루어지는 명사의 경우 예를 들면, 수갑/handcuffs, cuffs, manacles 장갑/gloves, mittens 양말/stockings 는 복수로 s, es가 붙는다. 그러나 하나로 이루어진 바지/pants, trousers, slacks, jeans 안경/glasses, gogles, spectacles 등은 어색하다. 왜냐면 바지는 두 개의 다리지만 이어졌고 안경도 두개의 알이지만 기능상 둘이 아니어서 굳이 복수로 하는 것이 적절한 가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장갑이나 양말보다 더욱 하나로는 소용없는 귀걸이를 earring 단수로 한 것이 눈에 띤다. 물론 그림에 귀고리가 하나만 보이기 때문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17세기의 유럽 특히 네덜란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그림에 대한 지식을 더 할 수 있어 유익한 글 읽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