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2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깃또리 2020. 6. 7. 00:50

2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 Wolfgag von Goeth(1749~1832, 83)

박찬기 옮김

민음사

2020. 06. 01.

 

1부에서는 소설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였으나 이제 이 작품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글쓰기 방법이 지금과 달라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가 절친한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는 형식이며 편집자의 글도 보이며 그래서 소설 시작 전에 '빌헬름의 글'도 나온다. 전체 1권과 2권으로 나뉘었으나 큰 의미는 없고 베르테르가 로테를 단념하기 위해 로테가 사는 고장을 떠나 다른 곳의 궁정에서 일하는 내용부터 2부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롯데 껌으로 롯데가 익숙하고 그렇게 표기하지만 이 번역본은 로테로 표기하여 조금 어색하게 보이기도 한다.

 

1771년 5월 4일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자신이 떠나온 기분을 이야기하는 편지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 해는 조선시대 영조 47년으로 후일 정조인 세자 이산 은산군이 세자로 책봉된 해이며 화가 김홍도가 도서화인이 된 시기이다.

 

6월 16일,

편지에 베르테르가 몇 아가씨와 무도회에 초대되어 마차로 가는 도중에 궁정 법무관 딸을 태우고 가게 되는데 이 아가씨가 샤 로테이다. 로테의 어머니는 맏딸 로테 아래 아홉 번째 딸을 낳은 며칠 후 세상을 떠나 상심한 아버지는 마을을 벗어나 외따로 떨어진 황실 사냥터 별장으로 이사하였다. 베르테르는 별장에서 로테를 처음 보는 순간 마음에 끌렸으나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섭섭하게 생각하였다. 여기서 로테의 외모에 대하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그녀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키의 몸매에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녀는 청초하고 단정한 흰옷을 걸치고, 팔과 가슴에도 연한 붉은빛 리본을 달고 있었다." 전후 내용으로 보아 1771년 6월 10일과 15일 사이에 베르테르가 로테를 처음 만났던 것 같으며 이때 로테가 달고 있었던 리본은 나중에 로테가 베르테르에게 선물하였고 베르테르가 죽음을 앞두고 노란 조끼 주머니에 넣어 땅에 묻어 달라고 하였다. 소설 어디에도 로테나 베르테르의 나이가 나오지 않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면 로테는 17~18살, 베르테르는 20~22살 정도로 추측된다. 이 때 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한 걸 보면 당시 유럽도 조선사회처럼 조혼의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7월 16일,

로테와 단둘이서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하며 베르테르는 로테에 푹 빠져 로테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로테의 손가락이 자신의 몸에 닿기라도 하면 현기증이 나는듯하여 어릴 적 할머니가 이야기 해준 자석산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7월 30일,

일자리를 알아보러 외지에 나갔던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왔으며 알베르트는 듣던바와 같이 인품이 너그럽고 교양 있는 젊은이였다. 셋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베르테르의 마음속에는 로테에게는 알베르트보다 자신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8월 12일,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견해 차이로 알베르트와 심하게 논쟁하고 알베르트의 권총을 발견하고 나중에 여행할 때 빌려가겠다고 하였으나 이때 다시 자살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다투기도 한다. 즉 알베르트는 종교적 입장만 내세워 자살자는 나약하고 죄를 지은 사람으로 매도하지만, 베르테르는 불행한 사람에 대한 동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8월 28일,

베르테르는 로테로부터 생일 선물로 로테가 꽂고 다니던 리본과 베르테르가 들고 다니며 읽던 무거운 호메로스 책 대신에 읽기 편한 작은 판본으로 제작한 호메로스 1, 2권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며 리본을 로테의 분신처럼 여긴다.

 

8월 30일,

로테에 대한 사람이 깊어졌으나 이룰 수 없다는 절망으로 자신은 무덤밖에 없다는 말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나온다.

 

9월 10일,

로테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달밤에 로테, 알베르트와 함께 셋이서 정원을 산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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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10월 20일,

로테를 떠나 다른 고장의 궁정 서기로 생활을 시작하다.

 

1772년 1월 20일,

로테에게 편지를 쓰고 새롭게 만난 'B'양 이야기를 한다.

 

2월 20일,

두 사람이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결혼식을 올린 사실을 알고 벽에 걸려 있는 자신이 그린 로테의 실루엣 그림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한다.

 

3월 15~16일,

백작을 위시하여 지체 높은 사람들이 모인 파티에서 모욕을 당하고 파티에서 쫓겨났다. 장차 추밀고문관이나 공사가 되려는 베르테르는 학식과 지식을 겸비하고 똑똑하지만 조금 건방지고 아는 체를 많이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이 부분은 젊은 괴테 자신의 결점을 의식하고 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월 19일,

궁정에 사직서를 냈으나 차일피일하다 마침내 수리가 되고 황태자의 전별금도 받았다.

 

5월 9일,

로테를 잊을 수 없어 다시 돌아가기로 하고 가는 길에 자신의 고향을 방문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지성과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만 자신은 그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높게 평가해 주기를 바란다. 왜냐면 지식은 노력하면 아무나 습득할 수 있으나 마음은 순수하게 자신에게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8월 4일,

로테가 있는 발하임으로 돌아오다.

 

9월 5일,

로테와 재회하다.

 

9월 6일,

로테와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푸른 연미복과 노란 바지와 조끼가 낡아 다시 똑같은 색으로 새로 옷을 지어 입었다.

 

11월 21일,

로테가 헤어질 때 베르테르에게 "안녕히 가세요. 사랑하는 베르테르 씨"라고 하여 처음으로 '사랑하는'이란 말을 듣고 감격하여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11월 22일,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녀를 내게서 멀어지게 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 할 수는 없다. 그녀가 가끔 나의 것으로 느껴지곤 한다. 그녀를 내게 주십시오! 나는 그렇게 빌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것은 그녀가 다른 남자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명제와 반명제의 끝없는 되풀이가 되어버리겠다."

 

11월 30일,

베르테르가 산책하다가 젊은 미친 사람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궁정 서기로 로테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며 로테를 남몰래 사랑하다 거절당하고 파면까지 당하여 미쳤다 한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일처럼 더 슬프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고 그의 어머니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헤어진다.

 

12월 20일,

로테를 만나자 로테는 자신은 이제 결혼한 여자이며 주변 시선도 두려우니 "얌전하게 있어라! 크리스마스이브까지는 찾아오지 마라!"고 말하여 베르테르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한다. 더구나 "적당히 해주세요"하는 말까지 듣고 베르테르에게 지성과 교양이 훌륭하니 좋은 처녀를 만날 수 있으며 그러면 넷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한다.

 

12월 21일,

로테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지만 자신이 죽고 나서 받도록 한다.

 

12월 22일,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로테를 찾아간 베르테르는 반강제로 로테에게 키스를 수없이 하여 로테는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씨 이제는 다시 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마지막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12월 23일,

베르테르는 시동을 알베르트에게 보내 권총을 빌려 달라고 하자 알베르트는 벽에 걸린 권총을 시동에게 주라고 로테에게 말한다. 시동으로부터 로테가 직접 권총을 주었다는 말을 듣고 베르테르는 로테의 손길이 닿은 권총에 수없이 키스를 한다. 베르테르는 빌헬름, 알베르트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법무관인 로테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입은 노란 조끼에 로테의 분홍색 리본을 넣어 보리수나무 옆에 자신을 묻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도 썼다. 밤 12시에 머리에 권총을 발사하여 다음날 발견되었고 낮 12시에 숨을 거두었으며 그날 밤 11시경에 땅에 성직자 없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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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살이라는 젊은 사람의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250년 전 유럽의 사회가 우리와 달라서 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아무리 결혼하지 않은 청년의 죽음이라 해도 낮 12시에 숨을 거두었는데 그날 밤 11시경에 땅에 묻었다는 내용을 읽다 보면 너무 빨리 진행하여 친척이나 특히 어머니가 아들 얼굴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살이기 때문에 성직자 없이 매장되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심야에 묻었다는 생각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다른 생각으로 독일 사람들은 보리수나무를 퍽 좋아하고 아끼는 것 같다. 왜냐면 소설 속에 보리수 나무가 어러번 나오고 베르테르도 보리수 나무 옆에 묻어 달라 했기 때문이다. 그간 이런저런 기회로 독일에 네 번이나 갔지만 보리수 나무를 눈여겨보지 않아서 아쉽다. 하긴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 다섯 번째의 보리수(Der Lindenbaum)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Lime Tree라는 걸 아는데도 퍽 시간이 걸렸었다. 보리수라도 유럽의 보리수나무와 인도의 보리수나무 그리고 우리나라 보리수나무가 다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소설 작가들은 평범한 내용으로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몰입시키기가 어려워 조금 극적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사건의 전개로 소설을 쓰는듯하다. 만일 베르테르가 어느 기간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죽음을 피했더라면 이런 소설이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인 죽음으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괴테는 베를테르를 죽음으로 이끌었지만 자신은 베르테르와 달리 죽음에서 벗어나 수많은 빛나는 작품을 남긴 일은 아이러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