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를 읽고...

깃또리 2019. 10. 29. 09:19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를 읽고...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최세희 옮김

다산 책방

2012.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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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우리 사무실 직원에게 책을 빌려주었으나 몇 달이 지나도 읽지 않았다하여 그러면 돌려 달라했더니 대신 다른 책을 선물하겠다고 하여 마침 내가 사보려던 이 책을 말해서 얻은 소위 ‘앉아서 절 받는 것’처럼 받은 책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문학상은 '노벨 문학상(The Nobel Prize in Literature)'을 첫 손에 꼽고 다음으로는 각 나라마다 자신들이 제정한 상을 아전인수 격으로 다음으로 꼽기도 한다. 말하자면, 문화 국수주의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공쿠르상(Prix Goncourt), 영국에서는 부커상(The Booker Prize), 미국에서는 퓰리처상(The Pulitzer Prize), 일본에서는 아쿠다가와(芥川)상,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문학상(Cervantes Literary Award), 중국에서는 마오둔 문학상(茅盾文学奖 모순문학상), 우리나라에서는 단편소설에 주는 상이지만 그래도 수상 역사로 보면 세계 어느 문학상에도 손색이 없는 36년이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李箱文學賞) 등이 그렇다.

 

내가 아는 짧은 소견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의 영향력이 자못 커서 수상이 발표되면 여러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수상작을 짧은 시간에 번역 출판하여 서점에 내 놓아 졸속번역 잡음이 일어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에 열거한 상 중에서 프랑스 공쿠르상으로 수상작가의 이름과 수상작품이 자주 거론되기도 하고 수상작품 대부분이 번역되어 서점에 진열된다. 미국의 퓰리처상도 대강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무슨 탓인지 영국의 부커상 수상 소식이나 수상작, 수상작가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관심은 적고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듯하여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우도 부끄러운 말이지만 부커상을 알고는 있었지만 2011년 작년 부커상을 받은 이 책이 내가 읽은 부커상 수상작으로는 처음인 듯하다. 하긴 심신파적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소설책이나 산문집을 읽는 처지에 외국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을 읽지 못한 것이 뭐 크게 부끄럽다 할 일은 아니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여튼 앞으로는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기록을 뒤져보니 옥스퍼드대학교 출신의 줄리언 반스, Julian Barnes(1946~ )는 영국에서는 잘 알려진 중견작가로 이미 다수의 작품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전에 부커상 수상대상에 세 차례나 올랐으며 이번 수상자체가 늦은 감이 있다고 나와 있었다. 또 다른 수상관련 소식에 따르면 원래 매년 부커상은 심사위원들 간에 견해 차이가 심하여 수상작 선정에 여러 곡절을 겪기도 하는데 작년 이 작품의 수상결정에는 전혀 이론의 여지없이, 심사위원들의 격론 없이 만장일치로 단 31분 만에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한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카펫에 흘린 피 같은 건 일절 없었다. 씩씩거리며 자리를 뜬 사람도 없었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되었고 결과에 만족했다.”

- 스텔라 리밍턴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의 글도 보인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전통적으로 장편소설에 수상하는 관례이기 때문에 영문판 기준하여 150여 페이지 되는 경장편이다보니 수상발표 후 약간의 비난 일었으나 작가는 ‘이 소설 독자 대부분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다음 바로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는다고 하니 300페이지 소설과 다름이 없다’라고 응수했다 한다. 사실 나는 이런 에피소드를 먼저 알고 읽기도 했지만 소설 마지막 부분의 극적인 반전 때문에 앞의 줄거리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 곧바로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는 최초의 독서경험을 하였다. 책 뒤에 '이 책에 쏟아진 찬사'라는 세 페이지에 걸친 세계 굴지 신문사의 촌평이 실렸다. 물론 대개 신문평들은 전통적으로 책에 대한 찬사가 조금 지나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여겨 볼 표현들 몇 개를 골라 옮겨본다.

 

* 치밀한 철학적 깊이. 심리 스릴러의 진정한 서스펜스를 갖춘 작품. 양파껍질을 벗기듯 인물의 생을 벗겨나가며 그의 과거를 저미고 또 저며서 마침내 재탄생시킨다. -뉴욕 타임스

 

* 책장을 멈출 수 없다. 끝까지 읽은 뒤,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만약 당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면? 짧지만 가장 긴 소설, 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우아하고 유희로 넘치는, 놀라운 노벨라. -뉴요커

 

*언어의 마술사가 펜 끝으로 빚어내는 한 편의 드라마.- 북먼치

 

그야말로 최상의 찬사, 평가들이다.

 

옮긴이 최세희는 자타가 인정하는 1급 번역가에 속하여 우리말 번역에 더 이상 트집을 잘을 수 없을 것이며 신문사들의 찬사를 읽고 영어 원문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여 원서를 구입하려고 서점에서 막상 손에 들었으나 어려워 읽기를 포기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 전 삼성동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서 갔으나 두 번이나 재고가 없어 헛걸음을 하였다. 그래도 언제 다시 들려 원문을 몇 페이지 읽어 본 다음 구입을 결정하려고 한다. - 소설의 영문 제목은 <The Sense of an Ending>이다.

 

주인공 토니 웹스터는 소설에서 '나'로 자신을 지칭하는 1인칭 소설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여 딸 하나를 두었으며 무난한 직장생활을 하다 부인과 이혼하였지만 전처를 친구처럼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전화도 하는 이제는 은퇴하여 연금생활을 하는 나이 60을 조금 넘긴 비교적 건강한 사람이다. 어느 날 대학교 시절 사귀었던 여자 친구의 작고한 어머니로부터 현금 5,000파운드와 생전에 쓴 편지를 받고 주인공은 대학생시절을 회상하며 동시에 현재의 삶을 뒤돌아보는 단순한 서사구조이지만 사건들의 전개는 한편의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일면이 있으며 특히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가히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라 마치 작가의 손에 이끌려 어두운 곳을 헤매다 갑자기 밝은 곳으로 밀려나온 느낌을 받았다. 진득하게 붙잡고 읽는다면 두세 시간 분량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 내용을 더 길게 소개하면 김이 빠질 게 분명하여 이 정도로 하고 더구나 한 번 읽고 꽂아 두거나 빌려보고 말 책이 아니라서 굳이 후기가 길어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모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