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공항에서 일주일을, A Week at the Airport> 히드로 다이어리

깃또리 2019. 10. 25. 15:30

<공항에서 일주일을, A Week at the Airport>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2.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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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국 런던의 관문인 히드로 공항을 소유한 다국적 기업에서 작가 알랭 드 보통에게 공항에서 일주일 상주하면서 자료를 모아 글을 쓰도록 소위 '히드로 상주작가'를 제안하여 쓴 책이다.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지만 영국에서 대학교를 수학하고 많은 작품을 영어로 쓰며 영국에서 살면서 많은 나라에 독자를 두고 있는 국제적인 작가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큰 공항에 속하는 히드로 공항 상주작가에 걸 맞는 인물이다. 내가 어느 독서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작가는 특이하게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 많은 독자를 두고 있으며 그가 어느 책 서문에서 한국에서 거둔 인세가 자신의 집 구입에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까지 할 정도이다. 하여튼 나도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여 이번에도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들고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동안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도 작가는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세 번이나 하였다. 어찌 되었든 반가운 일이다. 사실 나도 공항 특히 해외로 나가는 국제공항에 대해서는 아직도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으며 스르르 열리는 자동도아를 지나 공항 안으로 여행 가방을 끌고 들어 갈 때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들뜨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작가는 공항에서 가까운 공항부속 호텔까지 제공받아 먹고 자면서 넓은 대합실 한 쪽에 책상을 배정받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공항 활주로를 비롯하여 공항 곳곳을 들락거리면서 글감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과 달리 서점, 식당, 어린이 놀이방, 검색대, 입국장, 출국장 그리고 공항 목사, 구두닦이 아저씨까지 만나 담소하며 공항풍경을 적은 글을 읽을 수 있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그리고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인터뷰와 함께 이 작가에게 의례 따라 붙는 '철학적 사유'를 이 책에도 어김없이 만날 수 있으며 그의 박식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글을 여기저기에서 읽을 수 있다. 작가가 공항 VIP들이나 일등석 승객들만이 이용하는 '콩코드, Concord Room'라는 고급 휴게실을 둘러 본 소감을 쓰면서, "이 세상의 노고와 소란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 부, 권력, 탁월한 위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의 글을 인용하여 이렇게 묻고 스스로 대답하기를 "공감하고, 만족하며, 찬동하면서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이다."라고 했는데 이 콩코드 룸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야망에 감동적일 정도로 정확히 대응했다고 작가는 고백하고 있다. 마침 나는 요즘 함께 읽고 있는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1의 파리의 원 풍경>에 "모든 문화의 기록은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기도 하다."라는 벤야민이 말이 나오는데 작가도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는 이런 정서는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이런 황금시절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감상을 털어 놓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아무튼 짧은 시간에 부담 없이 읽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