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4권을 읽고...

깃또리 2019. 8. 19. 09:01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4권을 읽고...

빅토르 위고 / 정기수 옮김

민음사

2013.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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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권 중에서 590페이지로 가장 두껍고 바리케이드 폭동을 길게 다루었으나 극적인 부분이 없어서인지 조금 지루하였다. 1,2,3 권이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라는 주요한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인 반면 4권은 1831년과 1832년 폭동에 대한 이야기이며 특별한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페이지를 열면 소제목 1 < 몇 쪽의 역사>가 70페이지에 분량으로 이어지는데 1700년대 후반과 18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역사적 사실들이 나온다. 이곳저곳에 프랑스 왕, 혁명가, 정치인, 장군들의 이름이 뛰어나와 프랑스 역사에 밝지 않은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기껏 이름만 알고 있는 프랑스의 애국자 미라보,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당통, 장군 라파이에트 등이 나와 그나마 반가웠다. 루이 필립이라는 왕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며 프랑스에도 이런 훌륭한 왕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흥미 있었고 다음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 옮겨본다.

 

"루이 필립은 1830년의 화신이다. 게다가 그는 왕좌에 오르는 데 망명이라는 그 큰 임명조건을 갖고 있었다. 그는 추방되어 방랑하고 곤궁을 겪었다. 그는 노동으로 살았다. 프랑스의 가장 부유한 대군 영지의 이 소유자는 스위스에서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한 마리의 늙은 말을 팔았다. 라이헤나우에서는 그의 누이 아델라이드가 수를 놓고 바느질을 하는 동안 수학 수업을 했다. 한 왕에게 얽힌 그러한 추억은 중산계급을 감격시켰다. 그는 (왕이 되 다음) 루이 11세가 건립하고 루이 15세가 이용했다는 몽 생 미셸 성의 마지막 쇠 감방을 손수 파괴했다. 그는 뒤무리에의 전우였고, 라파이에트의 친구였으며, 자코뱅당원이었다. 미라보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고, 당통은 그에게 젊은이! 라고 말했다. 1793년 20살 때, 그는 사르트르 씨라는 이름이었는데, 그는 국민의회의 어둠침침한 작은 방 안쪽에서 '그 가련한 폭군'이라고 그렇게도 적절한 이름으로 불린 루이 16세의 공판에 참석했다. (중략) 루이 필립은 백일 왕이었다. 그의 치하에서는 출판이 자유였고, 연설이 자유였고, 신앙과 언론이 자유였다. 1835년 9월의 법률은 투명하다." 프랑스에도 이런 시기에 이런 왕이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 했으며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왕이라면 누구 일까 생각해 보았다.

 

빅토르 위고가 이 책을 쓸 시기 이미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던 것 같다. 아래 인용하는 글을 읽어보면 위고는 이미 여러 가지를 간파한 것 같았으며 지금 이 시대에 읽어도 지극히 타당한 견해라는 생각과 함께 그는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밀어내리라는 것을 이미 예견하였던 것 같다.

    

"공산주의와 토지 균분법은 둘째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것들의 분배는 생산을 죽인다. 균등분배는 경쟁을 소멸시킨다. 따라서 노동을 소멸시킨다. 그것은 백정이 행하는 분배로서, 그가 분배하는 것을 죽인다. 그러므로 소위 그러한 해결책에서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를 죽이는 것, 그것은 부를 분배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부자를 격려하고 빈자를 보호하라. 빈궁을 절멸하라. 강자에 의한 약자의 부정한 착취를 종식시켜라. 이미 도달한 자에 대한 , 가고 있는 중에 있는 자의 부당한 질투를 억제하라. 노동 임금을 수학적으로, 그리고 우애적으로 조정하라. 어린이의 성장에 무상 의무교육을 주고 학문으로 성년의 기초를 만들어라. 손을 활용하면서도 지능을 계발하라. 강력한 국민임과 동시에 행복한 인간들의 가족이 되라. 소유권을 폐지하지 않고 보편화함으로써 시민 누구나 예외 없이 소유자가 되도록 소유권을 민주화하라. 이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인데, 간단히 말해서 부를 생산할 줄을 알라. 그리고 그것을 분배할 줄을 알라. 그러면 당신은 물질적인 위대함과 정신적인 위대함을 다 함께 가질 것이고, 그리고 당신은 프랑스라고 불릴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주요 사건이 일어난 해는 다음과 같다.

1769년 나폴레옹 코르시카에서 출생

1789년 7월 14일~27일 프랑스 대혁명, 바스티유 감옥 습격, 8월 26일 인권선언

1790년 라파이예트 프랑스 삼색기 사용

1791년 입헌 군주정 헌법 공포

1792년 8월 10일 국민공회, 공화정 선포, 프로이센 침입 라 마르세에즈 출현, 단두대 시험

1793년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

1794년 로베스피에르 처형, 프랑스 공화국, 노예제도 폐지선언

1799년 나폴레옹 쿠데타로 1대 대통령 정부수립

1802년 빅토르 위고 출생

1804년 나폴레옹 황제 즉위

1812년 프랑스 군 러시아 패배

1815년 워터루 전투 패배

1817년 나폴레옹 엘바 섬 탈출 백일천하

1821년 나폴레옹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망

1830년 7월 혁명

1832년 6월 5, 6일 폭동

1862년 <레 미제라블>출판

1886년 빅토르 위고 사망

 

이름만 알고 있던 라마르크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1832년 파리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관 지어 몇 줄 나오고 있어 옮겨본다.

 

"1832년 6월에 그 불똥은 라마르크장군의 죽음이었다. 라마르크는 이름난 활동가였다. 그는 제정과 왕정복고 시대에, 그 두 시대에 필요한 두 가지의 용기를, 즉 싸움터에서의 용기와 연단에서 용기를 연달아 발휘하였다. 그는 용감했고 능병이었다. 그의 변설에는 칼날이 느껴졌다. 그는 선배인 푸아처럼 지휘권을 높이 휘두른 뒤에 자유를 높이 휘둘렀다. 그는 좌파와 극좌파 사이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미래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민중의 사랑을 받았고, 황제에게 충성을 다했기 때문에 군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는 제라르 백작과 드루에 백작과 합께 나폴레옹의 흉중의 원수들 중 하나였다."

 

제 4부 제4권 이 책의 제목은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드니 거리의 서사시>이다. 생드니 거리는 1832년 파리의 바리케이드 민중폭동이 일어났던 장소이다. 3권에서 보이기 시작한 대학생들 모임인 'ABC의 벗들'이 주축이 되어 식당과 주변 집에서 끌어낸 가구와 지나는 마차를 빼앗아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정부군과 대치하였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거리는 샹브르리 거리로 생드니 거리와 이웃해 있으며 작고 허름한 술집이 바로 옆에 있었다. 저자는 이 술집에 대하여 퍽 재미있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원래 이 술집은 17세기에 '포 토 로즈' 즉 '장미 화분'이라 불렀는데 나루아르라는 화가가 자주 이용하며 고마움의 표시로 술집 말뚝 간판에 코랭트 포도 한 송이를 그렸다 한다. 코랭트는 그리스 항구도시 코린트, 성경에 나오는 '고린도'이다. 이 술집의 유명한 요리는 '고기와 비계의 잉어요리'로 Carpes au gras 였으나 선전용으로 담벼락에 써놓은 글씨가 일부 지워져 'CARPE HORAS'로 변했으며 이는 라틴어로 '시간을 향락하라' 즉 '우리 술집으로 들어오라'라는 의미로 전해졌다 한다.

 

내가 왜 이 책에서 이 술집 이름에 흥미를 느끼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80년대 말에 상연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에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말한 라틴어 'Carpe Diem'이 연상되어서 이다. 이 라틴어 carpe는 시간, 또는 현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현실에 충실하라.'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또는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또한 물고기 잉어가 영어로 Carp 인걸 보면 이 단어가 불어 carpes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나저나 잉어와 현재시간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 중간 부분에 파리의 불량배나 건달들이 쓰는 속어, 곁말에 대하여 수 십 페이지를 할애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불량배나 건달이 아닌 아카데미회원들의 곁말에 대한 부분이 눈길을 끌어 옮겨보았다.

 

꽃들을 Flore 플로라, 꽃의 여신

과일들을 Pomone 포모나, 과수의 여신

바다를 Neptune 넵트누스, 바다의 신

사랑을 Fuex 불

아름다움을 appas 매력

말 馬 coursier 준마

 

이 책에서는 소설의 내용 전개보다는 민중폭동의 전 단계와 주변사정 그리고 파리의 극빈자들의 생활을 끝없이 이어가다가 책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장 발장이 나타난다. 코제트를 연모하는 대학생 마리우스도 민중봉기에 참여하러 바리케이드에 도착한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길거리 뜨내기 소년 가브로슈에게 얼마의 심부름 값을 주고 쪽지를 써서 코제트에게 전달하도록 하였으나 이를 코제트 대신 장 발장이 받아 읽는다. 장 발장은 지금까지 코제트만 바라보고 살았기 때문에 이를 읽어보고 낙망한다. 장 발장의 마음을 저자가 표현한 글은 이러하다. "장 발장 속에 할아버지와 아들, 오빠, 남편 같은 것이 있게 만들어진 이상한 아버지. 그 속에 어머니마저도 있는 아버지. 코제트를 사랑하고, 조국으로, 천국으로 삼고 있는 아버지."

 

한동안 실망과 배신감으로 몸을 떨던 장 발장은 다시 생각해보니 마리우스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곧 죽어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에 "일이 돼 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된다. 그 사나이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아직은 죽지 않았더라도 곧 죽을 건 틀림없다.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라고 안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장 발장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즉 그는 코제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길은 마리우스를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문지기에게 국민병 복장과 총탄을 구해 오도록 하여 무장을 하고 바리케이드를 향해 출발하는 것으로 4권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