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3 권을 읽고...

깃또리 2019. 8. 16. 10:43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3 권을 읽고...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민음사

2013.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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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3부)의 큰 제목은 <마라우스>이다. 이 소설에서 장 발장 다음으로 중요한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아마 다음 권인 4권에서 마리우스가 코제트와 결혼하는 것 같은데 이 3권에서는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눈 길 정도를 마주하는 것으로 끝난다. 앞서도 말했듯이 저자는 소설의 본줄기를 집중하여 쓰지 않고 줄거리의 곁가지가 한 권의 소설책 분량 정도로 길게 쓰기도 하였다.

 

소제목 1.은 <파리의 미분자>로 당시 1830년대 파리의 최하층 극빈계급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 제목 <레 미제라블>이 '불쌍한 사람들' 또는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정도의 의미이므로 바로 이 3권이 작가 위고가 쓰고 싶은 핵심적인 대목일 수도 있다. 작가는 특히 도시 빈민굴에서 유랑하는 건달들에 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소제목 2.의 <위대한 부르주아>는 90세가 넘었으나 32개의 이가 하나도 빠지지 않은 건강하고 약간의 재산으로 사교클럽에도 나다니는 부르주아 질 노르망 영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노인의 외손자가 바로 마리우스이다. 질 노르망의 딸 즉, 마리우스의 어머니는 그를 낳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워터루 전투 때 대령으로 참전하였으며 나폴레옹파로 왕당파인 장인 질 노르망과 극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아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가 죽기 전 유언으로 아들 마리우스에게 워털루 전투에서 부상당하여 죽을 고비에 처했을 때 자신을 구해준 어느 군인 상사를 찾아 은혜를 갚으라 한다.

 

소제목 3.은 <할아버지와 손자>로 물론 질 노르망과 마리우스 관계를, 그리고 소제목 4.는 <ABC의 벗>으로 마리우스가 참여하는 대학생 모임으로 약간의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모임이야기다. 소제목 5.는 <불행의 효험> 마리우스가 외할아버지 질 노르망과 불화로 집을 나와 고생하는 대목이며 불행이 힘이 들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이다.

 

소제목 6. <두 별의 접촉>은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마리우스가 어느 날 뤽상부르 공원에서 부녀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 그 아름다운 처녀에 마음을 뺏기는 이야기이다. 소심한 마리우스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다가 아버지를 '르 블랑', 딸을 '위 르실'이라 혼자 이름 짓고 지켜보는 데 사실은 장 발장과 코제트이다.

 

 

소제목 7. <파트롱 미네르>는 파리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네 명의 불한당이며 지하 세계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원래는 '주인 아가씨"라는 좋은 의미이지만 '아침'을 의미하는데 왜냐면 이들이 아침에는 사라지고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이었다. 반면 '개와 늑대 사이'는 저녁을 의미 한다고 설명하였다.

 

소제목 8. <악독한 가난뱅이>는 150페이지나 되는 분량으로 제법 사건의 전개가 읽는 사람의 가슴 졸이게 한다. 장 발장, 테나르디에 부부, 자베르가 한 방에서 만나고 바로 그 옆 방에서 마리우스는 한 손에 권총을 들고 벽에 난 구명을 통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본다. 테나르디에 부부의 흉계로 인질이 된 장 발장은 아무 일도 모르고 코제트가 오게 되는 것을 기지를 발휘하여 나타나지 않게 하는데, 일찍 죽은 팡틴을 제외하고 <레 미제라블>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우연히도 정말 극적으로 그래서 소설이지만, 한 공간에서 만나는 대목이다.

 

8년 전 팡틴으로부터 보육비를 받고도 코제트를 학대하며 키우던 여관주인 테나르디에 부부는 파산으로 불한당이 되어 코제트를 인질로 삼아 장 발장을 협박하여 거금 20만 프랑을 받아내려 했지만 급히 출동한 자베르 형사의 개입으로 실패하여 체포되고 장 발장은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창문으로 도망쳐버리고 마리우스는 권총을 쏠까 말까 망설이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가슴 졸인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사모하는 처녀의 아버지를 구할까 아니면 아버지가 은혜를 갚으라는 테나르디에를 위해서 그냥 둘까 하다가 자베르가 나타 난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한 장소 한 시간대에 만날 수 있는 일은 소설에나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파리로 전근 온 자베르 형사의 출현은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 아닐까 한다. 하긴 소설은 소설로 읽어야 하니까.

 

이 3권에서 눈에 띠는 대목을 몇 추려보았다. 프랑스 파리 시내의 건달들을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건달기질은 골 정신의 한 특색이다."라는 말이 나오며 페이지 아래 각주를 보면 "골 Gaule은 프랑스 옛 이름"이라 하였다. 내가 알기로는 프랑스 남부지방 즉, 프로방스 일대를 로마시대에 골, 갈리아라 불렀으며 그래서 카이사르가 이곳의 야만족을 평정하고 자신의 전과를 로마 집정관과 원로원에 보고하였으며 후일 이 기록을 8권의 책으로 묶어 <갈리아 전기, BC 52년>로 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옛 이름이 프랑크족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골은 프랑스 일부지역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아주 틀리지는 않으나 조금 이상하고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하긴 프로방스란 지명도 사실 로마시대 로마 이외의 외지란 의미의 Province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8월 4일에 프랑스 국회는 '인권선언과 헌법제정'을 선포하고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을 확립했다는 각주가 실렸으며 위고는 세계 여러 나라의 위대한 인물들을 열거하였는데 제일 먼저 미국의 워싱턴부터 10여명이다. 내가 처음 보는 이름 중에 '존 브라운'이란 사람이 있는데 각주를 보면 그는 미국의 노예제도폐지론자로 남부에서 민병대에 잡혀 교수형 되었으며 이 사건이 남북전쟁을 촉발시켰다. 라고 나와 있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미국의 흑인노예제도폐지는 링컨의 업적으로 알고 있지만 물론 틀린 것은 아니지만 100% 그의 업적은 아니다. 링컨이 노예제도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남부군과 싸움을 피할 수도 없고 흑인들의 참여가 필요하기도 하여 사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최종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남부에서 노예폐지론자를 교수형까지 시켰다고 하니 물론 그가 단 한 가지 노예폐지론 죄목으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백인으로 흑인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하니 대단한 인물이며 아마 퀘이커교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친다. 당시 퀘이커 교도들은 자신의 신념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하느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강한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특히 노예제도폐지에 단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혁명의 진전 과정도 위고가 40페이지에 간략히 이렇게 기술하였지만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었다. “몽테스키외가 예감하고, 디드로가 권장하고, 보마르셰가 예고하고, 콩도르세가 계획하고, 이루에가 준비하고, 루소가 그것을 예상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당통이 그것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렇다 역사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무수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결되고 축적되어 서서히 변하고 전진하는 것이리라. 어찌 역사뿐이겠는가. 인류 문명의 발전사가 다 이러하고 한 인간의 삶의 궤적도 마찬가지이다.

 

청년 마리우스가 우연히 합류하게 된 'ABC의 벗'들이란 모임에서 파리 대학생들의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저자 위고의 목소리일 것이다. 이 중에서 나는 특히 '그랑데르'란 청년의 주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술에 취한 그가 "나는 목이 마르다. 인간들이여,"로 시작하는 그의 언설은 무려 6페이지가 넘는다. 이 언설 중 "나도 아시아를 우습다는데 동감이야. 하지만 너희들에게 달라이라마를 비웃을 있는 건덕 지는 별로 없을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150년 전 위고가 동양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위고는 진정 위대한 세계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주제를 폈지만 주인공 마리우스의 분연한 주장도 읽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품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