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솔로몬의 반지>를 읽고...

깃또리 2019. 5. 31. 08:35

<솔로몬의 반지>를 읽고...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 했다’

콘라드 로렌츠 Konrad Lorenz/ 김천혜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13.03.25.

 

  이미지없음 

 

 

콘라드 로렌츠라는 비교행동학자의 이름은 이런저런 책에서 신문기사에서 여러 번 마주하였으나 막상 이 학자가 쓴 번역서를 읽기는 처음이다. 내가 우리 집 강아지 <>이를 끔찍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쓴 <인간이 개를 만나다. So Kam der Mensch auf den Hund>라는 책의 제목도 눈에 익었다. 콘라드 로렌츠는 1903년 11월 7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빈 대학교에서 의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두 부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49년 알텐베르크에서 비교행동학 연구소를 창설하였고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 연구원, 제비젠에 있는 연구소에서 행동심리학부 주임으로 지냈으며 비교 행동학 Ethology 창시자의 한 사람으로 1973년 칼 폰 프리슈, 니콜라스 틴베르헨과 함께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콘라드 로렌츠를 비교행동학 창시자의 한 사람으로 보지만 동물행동학, 동물심리학자라 소개하기도 하며 특히 개에 대한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한다. 또한 비교행동학을 통하여 동물의 진화를 연구했으며 동물의 신체뿐 아니라 행동 또한 진화의 결과이며 따라서 동물과 인간의 행동을 비교하여 인간도 진화의 과정을 거친 동물이므로 동물의 행동을 통하여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하였으며 그의 학문적 업적이 아이슈타인을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옮긴이의 글에 나온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 했다>였으나, 우리 말 번역본 제목은 <솔로몬의 반지>인데 사실은 책 중간 부분 소제목 <솔로몬의 제목>에서 현명한 유대왕 솔로몬은 마법의 반지를 끼고 세상의 모든 동물과 말을 주고받았으나 저자 자신은 마법의 반지 없이도 자신이 잘 아는 몇 몇 동물과는 이야기 할 수 있어 모든 동물과 이야기 한 솔로몬보다는 못하지만 솔로몬처럼 반지를 끼지 않고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어느 편에서는 자신이 더 능력이 있다고 익살을 부리고 있다.

 

서울 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이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부산대학교에서 재직 중인 김천혜씨가 이 책을 번역하고 <옮기고 나서>에 저자 콘라드 로렌츠는 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독일어권에서 에세이 작가로도 널리 알려졌었다고 소개 하였다. 이 책은 학문적 연구와 동물에 대한 관찰기록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읽어도 전혀 부담이 없게 쓴 에세이이다. 그래서 연구자나 학자가 아닌 독일어를 공부한 문학 평론가가 번역을 하여 글이 매끄럽고 유려하다.

 

저자가 쓴 <머리 말>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하였다. "동물 이야기를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뜨겁고 순수한 느낌으로 충만하여야 한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더라도, 우선 이 책이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나의 사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동물을 다룬 다른 책에 대한 분노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로제거의 시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내가 분노로 행한 것은

화사하게 자라 있다가

밤새도록-비를 맞아 스러졌다.

 

내가 사랑으로 씨 뿌린 것은

어김없이 싹이 트이고

늦게 열매 맺어-그 위에 축복이 내렸다!

 

 머리말을 읽어 보면 당시 독일에서 동물에 대한 올바른 관찰이나 연구 없이 일부 단편적이거나 명백한 오류를 포함한 많은 동물에 관한 책이 범람하여 저자와 같이 성실한 학자들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머리말 마지막 구절은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마지막에 비를 맞아 스러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미 고백한 것처럼 내가 분노 때문에 이 책을 쓰려 했다면 분노는 사랑에서 유래한 것이리라!

 

1949년

알텐베르크에서

콘라드 로렌츠“ - 로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책의 내용에 저자가 갈가마귀와 오랜 세월 함께 지낸 것이 퍽 신기하였다.

 

 본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알텐베르크 우리 집 지붕 위로 최초의 갈가마귀가 날고, 내가 은빛 눈을 가진 이 새에게 반해 버린 지 어언 이십사 년이 흘렀다. 우리들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사랑이 흔히 처음에는 특별한 감정 없이 시작이 되듯이, 내가 처음 갈가마귀를 갖게 되었을 때 나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놈은 그 당시 로잘리나 봉가르 동물 상점의 어두컴컴한 새장 속에 앉아 있었다. 나는 학문적인 목적으로 그를 산 것이 아니었다." 사실 콘라드 로렌츠는 그 갈가마귀가 불쌍하여 어느 정도 기르다 날려 보내려 했다 한다. 그러나 이 갈가마귀는 날아가지 않고 로렌츠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하여 그 새가 내는 소리를 따서 <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십 사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 하였다 한다. 저자는 이렇게도 말하였다. "동물에 대한 동정심이 이렇게 큰 보상을 받은 일은 아직까지 없다.”

 

내 경우에도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 <별>이를 처음 데려올 때만해도 지금과 같은 애정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더라면 우리 집에 데려오는 것을 좀 더 숙고했을 지도 모른다.

 

저자는 과학자이면서도 많은 문학서적을 탐독한 것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연구 분야인 동물들이 나오는 소설책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 작가였던 Jack London이 썼으며 나도 요약본이나마 영문판을 읽었던 <The Call of the Wild>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와서 퍽 반가웠다. 이 소설은 마음씨 좋은 주인과 헤어지고 갖은 고생을 하고 죽을 고비도 넘긴 세퍼드 Buck이 야생 늑대 무리로 돌아간다는 인간들의 비정하고 탐욕을 간접적으로 꾸짖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좋은 소설이다.

 

사실 내가 이 책 <솔로몬의 반지>를 읽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지난 주 조선일보 어느 한 구석에 올 해 대학신입생을 위한 추천 도서라는 작은 목록을 보았다. 예년에 비하여 대학신입생 추천도서난이 초라하기도 하여 이제 정녕 책의 시대는 끝나가는 가하는 생각도 하였다. 더구나 이제는 예전에 비하여 묵직한 고전보다는 비교적 읽기 쉽고 최근에 인기를 반영한 책들이 끼어 있어 격세지감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다. 총 20권인데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일곱 권뿐이었다. 최근 인기를 염두에 둔 책으로 예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책이 바로 내가 최근 읽기를 마친 <레 미제라블>이다. 이 목록에 바로 이 책 <솔로몬의 반지>가 포함되어 마침 도서관 서가에 자리하고 있어 읽게 되었다. 나는 책을 구입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읽고 난 다음 보관하는 일도 부담이 되어 가능한 한 도서관 대출을 좋아 하는데 한 번 읽고 난 다음 언젠가 다시 읽고 싶기도 하고 생각이 나면 쉽게 읽기 위해 이런 책은 구입을 결심하게 된다. 바로 이런 종류의 책인데 서너 권 구입하여 한 권은 보관하고 누군가 이런 책을 좋아 할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본문의 내용을 요약 하려고 하니 막상 막연하다. 왜냐면 이런 에세이는 일관된 내용이 아니고 저자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몇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적었기 때문에 내용 요약이 곤란하고 어느 일부분만 소개하기도 그렇다. 결국 나는 기분이 내키면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니 요약이 필요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니 꼭 읽어 보기를 권하는 말로 끝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래도 이 글 을 읽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로 차례 정도를 소개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옮겨 본다.

 

 

동물에 대한 짜증

수족관-손해를 끼치지 않는 세계

수족관 속의 두 맹충

물고기의 사랑과 싸움

계절을 잃은 무리

솔로몬의 반지

기러기 새끼 마르티나

되새는 사지 마세요!

동물에 대한 동정

윤리와 무기

동물의 충성심

동물에 대한 웃음

 

* 누가 선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올해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 (조선일보 3월)

 

과학 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괴짜 경제학/ 스티븐 래빗외

도덕 감정론/ 애덤 스미스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목민심서/ 정약용

무진기행/ 김승옥

불안/ 알랭드 보통

비극의 탄생/ 프리드리히 니체

생각에 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솔로몬의 반지/ 콘라드 로렌츠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유럽문화사(1~5)/ 도널드 서순

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죄와 벌/ 도스프예프스키

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축복/ 장영희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칼의 노래/ 김훈

토지/ 박경리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 막스 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