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을 읽고...

깃또리 2019. 5. 30. 09:02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을 읽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1817~1861, 45)

김완구 옮김

책세상

2013. 08. 31.

 

 

책 제목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산책 외>로 200페이지 조금 넘는 포켓북이며 소로의 Essay 중에서 산책 A Walk, 겨울 산책 A Winter Walk, 야생사과 Wild Apples 이렇게 세편을 골라 실었고 책 1/3은 해제와 주가 차지하고 있다. 해제와 주가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읽고 나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선 그가 쓴 책 <월든, Walden>이다. 나는 몇 년 전 이 <월든>을 몇 페이지 읽다가 너무 지루하여 그만 둔 일이 있다. 내가 웬만하면 인내심과 약간의 오기를 발동시켜 손에 든 책은 끝까지 읽는 편인데 지금까지 읽다가 그만 둔 손에 꼽는 몇 권 중 하나가 <월든>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는 술술 읽히는 책일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우선 재미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찬사를 받는 이름 난 책을 읽다가 그만 두었다는 자괴감으로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소로의 많은 에세이 중에서 세편이 실린 이 책을 지방 출장길에 서울역 근처 서점에서 발견하고 앞에서 몇 페이지를 열어보고 읽을 만하다고 판단하여 구입하여 기차에서 얼마를 읽고 서가에 한동안 꽂아두었다가 최근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읽기를 마쳤다. 역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데이비드 소로를 이해하기위해 책 뒤의 ‘해제’를 읽는 게 빠르겠지만 먼저 책 표지 뒤편에 실린 소로의 소개 글을 그대로 옮겨 그의 삶을 간단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1817년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 콩코드에 돌아와 잠시 교사 일을 했지만 곧 그만둔다. 이후 강연과 글쓰기에 몰두하기도 했으나 일정한 직업은 갖지 않은 채 생계를 위해 이따금씩 측량기사 보조와 같은 일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다. 그렇다고 그가 게으르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했고 자연의 관찰자로서 산책하며 사색하고 글 쓰는 삶을 살았다. 소로 인생의 획기적인 사건은 하버드대학교 선배이며 14살 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 79)과 만남이다. 에머슨과 교류하는 동안 ‘초월주의’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되어 자신의 독특한 사상을 표현하고 출간할 기회도 얻게 된다. 특히 1837년부터 에머슨의 권유로 평생 엄청난 양의 일기를 쓰게 되는데, 이것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원동력이자 글의 '원재료'가 된다. 소로에게 자연 문학가의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 <월든>도 대부분 월든에 거주하는 동안 쓴 일기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산책>,<겨울 산책>, <야생사과>를 비롯한 다른 글들도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되었다.

 

소로는 1845~1847년 미국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월든' 호숫가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험하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월든>은 후에 자연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새롭고 강력한 시금석이자 미국 환경운동의 발단이 된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게 된다. 또 그가 멕시코를 상대로 치른 전쟁과 흑인 노예제도에 저항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절했다가 감옥에 수감된 경험을 계기로 쓴 <시민 불복종, Civil Disobedience>은 부정한 정부에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의 저항과 성찰을 담은 글로 후세의 정치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소로는 죽기 2년 전 콩코드에서 ‘야생사과’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후 이것을 1862년에 ‘산책’ 함께 잡지에 기고한다. 그리고 같은 해, 끝맺지 못한 많은 계획들을 남겨둔 채 4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생전에 소로는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서 명성이나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저작과 자연에서의 실천적 삶이 다각적으로 재조명되면서 현재 그는 가장 위대한 미국의 자연 문학가이자 실천적 철학자로 그리고 자연주의자이자 환경운동의 아버지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비드 소로가 쓴 어느 책 광고 문구를 여기에 옮겨본다.

 

Henry David Thoreau was an American author, poet, naturalist, tax resister, surveyor, historian, philosopher, and leading transcendentalist. He is best known for his book Walden. He was deeply interested in the idea of survival in the face of hostile elements, historical change, and natural decay. He was a strong abolitionist and his belief in a philosophy of civil disobedience influenced the political thoughts and actions of such later figures as Leo Tolstoy, Mahatma Gandhi, and Martin Luther King, Jr. First published in "The Atlantic Monthly" in 1862, Thoreau's essay begins with a history of the apple tree, and ends with a meditation on parallels between the wild apple and humanity.

 

제일 먼저 실린 <산책>의 첫 문장은 "나는 인간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거주자 혹은 자연의 주요한 일부분으로 간주하기 위해, 단순하게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유나 문화와 대조되는 것으로서 자연 Nature, 즉, 절대적인 자유와 야생 Wildness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로 시작하였다. 쉽게 말하여 서양의 전통적인 사상은 자연을 정복하고 극복해야할 그리고 길들여야할 대상으로 여겼으나 소로와 일단의 그와 같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보았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의 소유자들을 자연주의자라 부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자연주의자로써 자연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소로는 그 수단의 하나로 '산책 Walking'을 꼽았으며 산책과 관련하여 같은 의미인 '소요 Sauntering'의 어휘에 대하여 길게 언급하였다.

 

또한 "산책가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도 보인다.

 

50여 페이지 되는 '산책'이란 제목의 제법 긴 글의 내용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을 구사하여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번 읽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 역사 그리고 문학, 영국의 기라성 같은 시인, 소설가, 미국의 초기 역사, 린네를 비롯한 식물학자, 폐어가 된 라틴어, 카드모스가 고안한 문자 등이 줄을 이어 나오다가 "지식에 관한 나의 욕구는 간헐적이지만,"이라는 구절 다음에 칼데아의 성서 Chaldean Oracles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하였다. '즉, 너희는 특정한 것을 인식하는 것처럼 그것을 인식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튼 이 산책을 읽기 위해서는 또 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 권의 책을 섭렵해야 될듯하다. 26페이지로 구성된 <겨울산책>역시 <산책>과 난해함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글의 시작은 북아메리카, 소로의 고향인 콩코드지역의 추운 겨울 새벽 멀리 동쪽이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여명의 정경을 바라보며 집을 나서는 부분이 장장 세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고 이윽고 "태양이 마침내 먼 숲 사이로 떠오른다."에서 겨울 산책이 시작된다.

 

42페이지나 되는 <야생사과>는 사과나무의 역사, 야생 사과꽃나무, 야생사과는 어떻게 자라는가?, 야생사과나무 열매와 그 맛, 야생사과의 아름다움, 야생사과의 이름 짓기, 마지막 남은 사과 줍기, 얼었다 녹은 사과 이렇게 아홉 개 소제목으로 나누어 적었다. '사과나무의 역사'에서 고대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Cornelius Tacitus)가 쓴 글에서 "고대 게르만 족들은 그들의 배고픔을 '야생사과 Agrestia poma'로 채웠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하였다. 타키투스라면 AD 57~117년 인물이며 그가 고대 게르만 족을 말한다면 기원전 시기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렇게 타키투스의 글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 소로는 대단한 독서가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내가 감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타키투스의 언급뿐만이 아니라 사과와 관련한 성서,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사과나무에 대한 언급 등을 인용하였으며 "고대 웨일즈의 음유시인들은 훌륭한 노래에 대한 보답의 증표로 사과나무를 받았다."라는 대목에서는 나는 할 말을 잊게 하였다. 소로는 사과나무가 처음에는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그리고 거기에서 잉글랜드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이동했을 것이며, 서부로 가는 이주민들은 주머니 안에 사과 씨를 지니고 또 아마도 짐 꾸러미 안에 몇 그루의 어린 사과나무를 동여매고 지는 해를 향해 여전히 착실히 행진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하였다. 왜냐면 작년 2012년 미국 어린이를 위해 영어로 된 인물 시리즈에서 서부 개척시대 평생 동안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동부에서 중부지역으로 재배지를 넓힌 별명조차 Appleseed였던 Johnny Chapman(1774~1845, 31)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미국에서 사과나무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풍부하게 소개되어 퍽 흥미 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뉴욕의 상징이 ‘Big Apple’이며 미국은 사과와 많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야생사과 나무 열매와 그 맛' 편에서는 소로는 품종을 개량하여 보기 좋고 길들여진 사과보다는 야생사과가 어떤 묘미도 있고 진정한 특유의 품미와 향기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사과주를 만드는 법에 대한 긴 이야기가 이어진다. '야생사과의 이름 짓기'에 이르러서 이 탁월한 인문주의자이자 자연주의자의 뛰어난 실력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데 너무 길어서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단지 일독을 권할 뿐이다.

 

46페이지에 이르는 긴 '해제'에서 소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 1837년 모교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의 생활상을 수집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회보에 답했던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소로의 글을 실어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살피도록 하였으나 전문을 다 옮길 수 없어 마지막에 덧붙인 추신을 옮겨본다.

 

"추신-저는 졸업 동기생들이 저를 자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졸업 동기생들 중 금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있다면 저에게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책임지고 그들에게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몇 마디 충고를 해줄 것을 약속드립니다."

    

소로의 사상적 기반은 정신적 스승이었던 에머슨이 제창한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였다. 초월주의 또는 초절주의라 부르는 사상은 육체와 경험의 상태를 초월한 이상적인 정신 상태와 기성의 종교교리가 아닌 개인적인 직관을 통해 실현되는 정신 상태를 핵심적인 신념으로 삼았다. 즉, 초월주의 사상은 이상주의 철학의 새로운 분출이었을 뿐 아니라 종교, 도덕, 예술, 정치에서 문예부흥이었으며 영적 물음과 자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다. 또한 소로의 강한 개인주의는 그의 무정부주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다. 소로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인물로는 톨스토이, 간디를 비롯하여 20세기의 많은 정치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1960년 마틴루서 킹 역시 자신의 연설문에 시민불복종을 자주 언급하였다 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갈수록 자연은 훼손을 넘어 파괴로 그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 또한 심화되는 현 시점에 자연주의자 데이비스 소로의 사상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사과와 관련 하여 나는 원래 팩틴 Pectin이 풍부한 사과(沙果 Apple)를 좋아하여 약 2년 전부터, 아침 식사 전에 사과 반쪽 정도를 항상 섭취하고 있다.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영국 속담을 떠올리면서........An apple a day keep the doctor away. 또한 인류에 큰 영향을 준 사과를 열거하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과 심심풀이로 삼기도 하였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인류 원죄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전쟁과 사랑의 사과), 윌리암 텔의 사과(인간의 자유와 혁명의 사과), 뉴턴의 사과(과학의 사과), 세잔의 사과(화가의 사과), 스피노자의 사과(긍정의 사과), 애플의 사과(혁신과 융합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