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엄마의 말뚝>을 읽고...

깃또리 2019. 5. 21. 08:57

<엄마의 말뚝>을 읽고...

박완서

맑은소리

2013.03.05.

이미지없음 

 

내 짧은 식견으로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박완서씨는 해방 이후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 81), <혼 불>의 작가 최정희(1947~1998, 51)와 함께 한국문단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여성문인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1998년 쯤 지인의 선물로 받은 박완서 작가의 <쓸쓸한 당신>이란 작가의 소설책을 읽고 생각보다 큰 감흥이나 재미를 얻지 못하여 그 이후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의 말뚝>이란 작품이 단편인지 장편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들었다. 박완서 하면 <엄마의 말뚝>이 대표작으로 떠올라 언젠가 한 번 읽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소개 글을 보니 제 5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소설 내용은 송도 지금의 개성으로부터 20 리 떨어진 박적골에서 자란 소녀가 어머니의 교육열에 대한 열정으로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 서울인 경성에서 생활하며 작가의 오빠와 함께 공부하는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먼저 오빠를 데리고 서울에 갔기 때문에 한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응석을 받으며 아무 걱정 없이 산과 들로 거리낌 없이 뛰놀던 즐거운 회상과 상경하여 서대문 근처 인왕산 마루턱 현저동에서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어렵게 생활하며 초등학교와 상급학교를 다닌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래 사는 일을 "말뚝 박고 살았다"라 하였다. 말뚝이라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집의 경계를 짓기 위하여 울타리를 치기 위한 말뚝과 옛날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소가 항상 식구들과 함께 하였으니 소를 매어 둘 말뚝 그리고 집 자체를 짓기 위해 벽을 구성하기 위해 말뚝을 박았기 때문에 말뚝을 박고 산다. 라는 말이 있어 우리에게 친근한 말이었으리라 상상해 본다. 그래서 아마 작가의 어머니는 인왕산 아래 자신이 처음으로 장만한 보잘 것 없던 괴불 마당 집을 자신의 말뚝으로 여겼을 것 같다. 이리하여 소설 본문에는 "기어코 서울에도 말뚝을 박았구나, 비록 문 밖이긴 하지만..." 이란 어머니의 기쁨이 담긴 말이 나온다.

 

성장소설 형식으로 특별하지는 않지만 해방 직전 아직 오염되지 않은 한국 농촌 풍경과 깊은 잠에서 깨어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서울 모습이 작가의 눈을 통하여 손에 잡힐 듯 그려지고 있다. 30년도 더 지난 시기에 씌어 진 소설이다 보니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어휘와 문구가 자주 나와 격세지감을 느껴지고 정겨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개성지역 토속어들은 꽤 낯설다.

 

작가는 1931년 개성 근처 박적골에서 태어났으며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호수돈여자고등학교로 전학했고 해방이 되자 다시 숙명여자고등학교로 돌아왔다. 이 시절 한말숙,·박명성 등과 친하게 지냈다하며, 담임교사인 월북 소설가 박노갑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다. 1950년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많은 작품을 썼으며 '이상문학상'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내 문학상을 다 받았고 2011년 80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몇 생경한 어휘를 적어 보았다.

 

임: 머리에 인 물건

화경 : 볼록렌즈

줄 창 : 줄 곳

무꾸리 :무당이나 점쟁이에게 앞으로의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대하여 점을 치는 일

체경 : 몸 전체를 비추는 큰 거울

사매질 : 예전에, 권력 있는 자가 사사로이 백성을 잡아들여 때리는 짓을 이르던 말

조찰 떡 : 조차떡(차조로 만든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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