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오래된 연장통>을 읽고...

깃또리 2019. 5. 17. 09:34

<오래된 연장통>을 읽고...

전중환

사이언스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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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의 이력을 적어 본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최재천교수 연구실에서 <한국산 침 개미의 사회구조연구>로 행동생태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데이비스 버스 교수 연구실에서 <가족 내의 갈등과 협동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연구>로 진화 심리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 학술지에 여러 논문을 게제하고 귀국하여 최재천교수가 이끄는 이화여자대학 '통섭원'의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경희대학교 학부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본성을 강의하고 있다 한다.

 

본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이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을 일반사람들이 조금 이해하지 못한다 했다. 그러나 진화라는 생물체의 자연현상으로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동일하기 때문에 개미와 인간은 동떨어진 생물이 아니고 심리 또한 동물이나 사람이나 진화의 한 과정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라 한다. 최재천교수의 추천사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진화심리학은 우리 삶의 여정에서 부딪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중략) 제임스 왓슨 James Watson은 21세기에는 생물학과 심리학이 만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또한 한때 우리의 운명이 별에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별이 아니라 DNA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학문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존재 의미를 찾는 지적 활동이다. 진화심리학이 미래 학문의 한복판에 위치할 것을 의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는 이런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진화론을 밝힌 찰스 다윈이 왜 위대한 사람인가를 새삼 알았다. 즉, 진화는 단순히 생물의 외관상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뇌를 소유한 모든 동물의 의식까지도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사실 때문에 진화론은 생물학을 뛰어 넘어 의학은 물론 사회학, 철학, 역사학, 심리학 그리고 또한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분야까지도 폭 넓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진화론을 한마디로 학문의 혁명이라고도 한다. 저자 전중환이 박사학위를 받은 텍사스 주립대학은 마침 내가 2007년 캠퍼스 일부를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텍사스 주는 캘리포니아 주, 알래스카 주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주이고 인구로 보면 캘리포니아 다음이며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 건국 초창기에는 어엿한 독립공화국 시절도 있었다. 큰 도시로는 NASA 기지가 있는 휴스톤, John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도시 달라스 그리고 시내 한 복판에 아름다운 운하가 흐르는 샌 앤토니오 다음이 오스틴이다. 그러나 오스틴은 이렇게 작은 도시이지만 텍사스 주도이며 시내는 주청사와 청사 관련시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Texas)를 빼면 보잘 것 없는 도시이다.

 

내가 주청사에 들렀을 때 눈에 들어 온 것은 역대 주지사 사진이 걸린 원형 홀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커 부시(1946~ , 미국 43대 대통령)와 전전 대통령이었던 부시의 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1929~ , 미국 41대 대통령)의 사진이 역대 주지사 사진에 포함되어 내 걸렸었다. 이 두 부시는 텍사스 출신으로 모두 주지사를 역임하고 똑 같이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며 미국 대통령을 두 사람 그것도 부자지간에 역임한 일은 그 만큼 텍사스 주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반증한다고 생각하였었다. 더구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실리콘 벨리, Silicon Valley'가 있다면 텍사스 오스틴에는 세계적인 IT 기업인 Dell, Oracle, Samsung 과 같은 전자공장들이 있어 '실리콘 힐, Silicon Hill'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이야기가 한 참 샛길로 빠졌는데 이 책은 순전히 진화론적 관점에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즉, 우리들의 심리문제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다윈의 렌즈>라는 제목의 저자가 쓴 머리말에 이런 글이 나온다. "진화심리학자들이 밝힌 인간의 마음은 결코 초월적인 영혼이나 합리성이 세속적인 육체를 움직이는 매개체가 아니었다. 외부의 사회구조나 문화에 의해 그 모습이 무한정 주물러지고 바뀔 수 있는 요술 찰흙도 아니었다. 보다 고차원적이고 비물질적인 정신세계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은 톱이나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이 담긴 오래된 연장통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유독 기독교 교세가 만만치 않고 그 어느 종교보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우리나라 기독교 신자들이 들으면 땅을 칠 내용이지만 이제는 과학을 과학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의 구성은 최재천교수의 <진화심리학에 빠져드는 진화적 이유>라는 제목의 '추천사'와 앞서 말한 <다윈의 렌즈>라는 제목의 '머리 말' 그리고 첫 번째 연장, 두 번째 연장이라는 식으로 21개의 작은 주제로 나누어 쓴 본문 그리고 <진화는 토대다>라는 '맺음말'과 마지막으로 '참고문헌'들을 소개하였다. 전체적으로 진화와 인간심리학에 관한 이야기지만 일관된 줄거리는 없기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거나 설명이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각장마다 본문을 압축한 길잡이 문구가 있어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아도 좋을듯하여 인용하고 본문 중 우리말에 영어를 병기한 부분을 적어 보았다.

 

 

첫 번째 연장 : 진화, 마음을 읽다 "인간의 마음은 과거환경에 적응 된 문제들을 풀기 위해 자연 선택된 수많은 해결책들의 묶음이다."

 

"인간 본성의 서판은 결코 텅 비어 있지 않다. 이제 그 서판이 읽히고 있는 중이다. - 윌리엄 해밀턴"

 

안면인식장애: Prosopagnosia

인간본성 : Human nature

진화심리학 : evolutionary psychology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므로, 먼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적응 : adaptation

창조주의 : creationism

적자생존 : survival of the Fittest

 

두 번째 연장 : 같은 행성, 다른 선택

 

"심장 구조나 면역계의 반응처럼, 남성과 여성의 몸은 많은 측면에서 같다. 하지만 외부 생식기 등에서 남여의 몸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녀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번식 성공도 : reproductive success

 

 

세 번째 연장 : 유전자를 위한, 유전자에 의한 행동

 

"진화생물학자 J.B.S. 홀데인은 친형제 두 명이나 사촌형제 여덟 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꺼이 물속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자연선택의 유전적 이론 : the genetical theory of Natural Selection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 : selfish gene's eye view

빈 서판 : blank slate

사회생물학 : sociobiology

 

 

네 번째 연장 : 문화와 생물학적 진화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어 보이는 문화의 생성, 전파 그리고 소멸조차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된 인간의 심리 기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다섯 번째 연장 :병원균, 집단주의 그리고 부산 갈매기

 

"전통을 따르길 강조하면서 일탈을 용납 못하는 태도는 그 지역의 고유한 병원체들에 대한 방어로써 형성된 문화적 관습을 계속 유지해 준다."

 

외인 혐오증 : xenophobia

자민족 중심주의 : ethnocentrie

 

여섯 번째 연장 : 다윈, 쇼핑을 나서다

 

"현대사회에서 먹을 것을 얻는 데 직접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는 먼 옛날 수렵과 채집을 잘해 내게끔 설계되었던 심리기제들을 마음속에 지닌 채 쇼핑몰이나 할인점의 미로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 과시적 소비와 관련하여 "여성들에게 남성의 재산은 필수이며 남성들에게 여성의 재산은 선택사항이다." 과시적 소비성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일곱 번째 연장 : 웃으면 복이 왔다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가장 많이 웃었던 사람들에게 복이 왔다."

"남성은 남을 잘 웃기는 여성보다 자신이 던지는 유머를 잘 이해하여 즉시즉시 큰 웃음을 터뜨려 주는 여성을 배우자로서 선호한다. 반면에 여성은 자신이 던지는 유머에 잘 반응해주는 남성보다 무조건 자신을 잘 웃겨 주는 남성을 배우자로서 선호한다. (중략) 웃음은 자연선택에 의해 잘 다듬어진 생물학적 적응임에 틀림없다."

 

여덟 번째 연장 : 고기를 향한 마음

 

"인류에게 고기가 가장 사랑하고 추구해야 할 음식이자 가장 기피하고 주의해야 할 음식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아홉 번째 연장 : 뜨거운 것이 좋아

 

"후추, 생강, 마늘, 양파, 파, 계피, 강황, 파슬리, 레몬, 육두구, 고추냉이 등등은 매운 맛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열 번째 연장 : 진화의 창 너머 보이는 풍경

 

"우리 인류는 선사 시대의 조상들이 수백만 년 동안 생활해 온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대해 선천적으로 끌리게끔 진화하였다."

 

 

열한 번째 연장 : 자연의 미

 

"물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행동도 변화시킨다."

 

직립원인 : Homo erectus

 

 

열두 번째 연장 : 여왕 벌거숭이 두더지의 사생활

 

"진화 이론은 그저 그럴듯한 재미난 이야기를 꾸며 내기에 급급하다는 생각은 오해다. 사실은, 진화 이론이야말로 그 어느 과학 이론보다 생명체의 여러 흥미로운 특성들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열세 번째 연장 : 이야기의 생물학

 

"현실 속의 사람들처럼,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마치 인간이 진화해 온 환경 아래에서 생존과 번식을 최대화 했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 한다."

 

부산물 : by-product

모의실험 : simulation

문학다윈주의 : literary Darwinism

다윈주의 문학비평 : Darwinia literary Criticism

해체주의 :de-constructionism

여성주의 : feminism

 

 

열네 번째 연장 : 발정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난잡한 발정기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비웃듯이 발정기의 암컷이 더 까다롭다는 진화적 예측은 수많은 종에서 입증되었다."

 

 

열다섯 번째 연장 : 털이 없이 섹시한 유인원

 

"털 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즉 옷 없이 벌거벗은 몸은 섹시하게 인식된다."

털 없는 원숭이(유인원): The naked ape

"<털 없는 원숭이>는 '털 없는 유인원'의 오역 임

털 없음은 자신이 기생충이 없는 건강한 사람임을 이성에게 광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 선택된 구애 도구이다.

 

체외기생충 가설 : ectoparasite hypothesis

인간유래와 성 선택 : the descent of man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열여섯 번째 연장 : 가을빛이 전하는 말

 

"다음 날, 브라운은 해밀턴의 연구실 문을 다시 두드렸다. 해밀턴은 아이처럼 소리 지르며 그를 맞았다. 맞아, 나무였어! 해밀턴은 브라운을 창가로 끌로 가서 창밖을 가리켰다. 10월이 되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하게 단풍 든 나무들이 서 있었다."

 

엽록소 : chlorophyll

카로틴 : carotene

 

 

열일곱 번째 연장 : 도덕은 본능이다

 

"우리는 논리와 증거에 의하여 결론을 끌어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가 아니라, 의뢰인의 주장을 입증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덕 변호사인 게 아닐까?"

 

정서중추 : emotive center

도덕적 정서 : moral emotion

시상하부 : hypothalamus

보편문법 : universal grammar

언어본능 : the language instinct

도덕적 직관 : moral intuition

도덕적 추론: moral reasoning

도덕적 말 막힘 : moral dumb-founding

 

 

열여덟 번째 연장 : 도덕의 주기율표

 

"도덕성의 보편적인 심리기제가 각각의 지역에 고유한 생태적, 문화적 환경에 알맞은 도덕심을 만들어 낸다."

 

혈연 이타성 : kin altruism

상호 이타성 : reciprocal altruism

 

 

열아홉 번째 연장 : 음악은 왜 존재 하는가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을 장기자랑부터 시켜서 어색함을 씻는다. 한국 국가 대표 팀을 응원하며 부르는 '오! 필승 코리아'는 전 국민을 끈끈하게 묶는다." "음악은 인간 문화의 중추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음악이 어떤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했는가는 거의 완벽한 미스터리다. 오늘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른 활동들, 예컨대 먹고 마시고 섹스하거나, 사기꾼을 벌하거나, 친구와 수다 떠는 일 등은 어떻게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 마시기만큼이나 인간의 보편적 특성인 음악은 그 진화적 기능을 짐작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고민한 다윈은 마침내 이렇게 선언하였다. '음표를 만드는 능력이나 감상하는 능력 그 어느 것도 인류의 일상생활에 털끝만큼도 쓸모가 없으므로, 이들은 인간이 갖춘 능력들 가운데 가장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스무 번째 연장: 종교는 피할 수 없는 부대비용

 

"무엇이 멀쩡한 대학생들로 하여금 길거리에서 도를 전파하게 하며, 무엇이 대학까지 마친 팔레스타인 청년들로 하여금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게 하는 것일까?" (중략) "진화의 시각에서 보면 종교가 존재해서는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종교 활동에는 물질적인 희생, 정서적 비용 그리고 인지적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반면에 종교가 주는 번식상의 이득은 당최 뚜렷하지 않다."

 

초자연적 행위자: supernatural agent

반 사실적 세계 : counter factual world

민간심리 : folk psychology

동맹심리 : coalitional psychology

 

 

스물한 번째 연장 :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하죠?

 

"다음 세대에게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성이 아니라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들이 작은 빈도로나마 꾸준히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는 '친절한 남자 가설 Nice-guy hypothesis' 혈연 이타성 가설 Kin altruism hypothesis' '모성면역가설 Maternal immunity hypothesis' 등이 있지만 아직은 확실히 인정되는 설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결국 이 책을 읽고 다시 재차 종교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으며 과연 우리들은 신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가?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 세상 아무 죄도 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 가는대도 신은 어느 간섭도 없는가? 이런 불합리한 상태를 신이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런 신은 한마디로 나쁜 신이고 직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는 서서히 신의 존재에 고민을 하지 않게 되어 다행스럽다. 그 대신 신을 대신하여 불안전하고 나약한 인간을 구원할 그 어떤 지고의 계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니체는 초인을 기다렸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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