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선셋 파크 Sunset Park>를 읽고...

깃또리 2019. 5. 2. 15:03

<선셋 파크 Sunset Park>를 읽고...

폴 오스터 Paul Auter 장편소설/ 송은주 옮김

열린책들

201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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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가 폴 오스터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 지적인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로 소개되었고 "도회적이고 감상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사실주의와 신비주의가 한데 뒤섞인 독특한 형식 속에 이 시대의 열망과 좌절, 고독과 절망, 강박관념 등을 형상화하는데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고도 평가 받고 있다.

 

폴 오스터는 뉴욕 바로 옆 뉴저지 주 뉴어크에서 태어났으나 대부분 뉴욕에서 생활했으며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뉴욕 맨하튼에 소재한 명문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폴 오스터가 뉴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는 좋아한다는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읽은 느낌으로는 뉴욕을 무척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면 오스터가 쓴 작품은 어느 소설을 막론하고 항상 뉴욕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이 뉴욕출신이라든가 소설의 배경으로 뉴욕의 어느 지역이 설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스터의 작품을 읽으려면 뉴욕을 잘 아는 것이 도움이 되고 뉴욕에서 살았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뉴욕을 다녀왔다면 오스터의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더하여 뉴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오스터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소설은 아예 뉴욕 부르클린에 있는 Sunset Park를 제목으로 삼았다. 주인공 마이스 헬러는 맨하튼 웨스트 빌리지에 살았으며 아버지 모리스 헬러는 출판사 사장이고 친 어머니 메리-리 스완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영화배우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 헬러는 젊은 시절 이제 막 연극무대에 오른 9살 아래의 어머니메리-리 스완에 반하여 결혼을 했지만 어머니는 헬러를 낳은 6개월 후 가출하고 이어 이혼하였다. 헬러는 성실하고 교양 있는 어느 보모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뉴욕대학교 영문과  교수인 윌라 파크스와 재혼하였으며 계모 파크스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보비 노드스트롬를 데리고 와 함께 살았다.

 

의붓 형 노드스토롬은 헬러와 여러 면에서 달랐다. 동생 헬러는 체격도 건장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공부도 잘했으며 지적이고 미남이었으나 보비는 키도 작고 뚱뚱했으며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여 헬러는 친 아버지뿐만 아니라 계모 윌라로 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헬러는 보비와 가끔 티격태격하면서도 비교적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방학기간 중 두 형제가 차를 몰고 여행을 가다 차가 고장이 나서 차에서 내려 한적한 도로를 걷다가 사소한 일로 고함을 치며 다투게 된다.

화가 난 동생 헬러가 보비를 밀쳐 차도로 넘어뜨려 보비가 마침 과속으로 달려오던 차에 치어 사망하였다. 고의가 아닌 사소한 다툼이 의붓 형의 죽음에 이르러 죄의식을 느끼고 지내던 헬러가 얼마 후 부모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다음 간단한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가출한다. 이때가 헬러가 브라운대학교 영문과 3학년으로 21살 나이였다. 뉴욕을 떠난 헬러는 시카고, 뉴햄프셔, 애리조나, 켈리포니아를 거쳐 7년간 방황하다가 플로리다에 머물게 된다. 그동안 올바른 직업이랄 수 없는 험한 일을 전전하였으며 플로리다에서는 부동산회사에 고용되어 버려진 빈집에 들어가 청소하고 수리해주는 4인 일조의 한사람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휴일공원에서 16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책 중 하나인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다가 가까운 벤치에 어린 고등학교 여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자신이 읽고 있는 똑 같은 책을 읽고 있어 이 일이 계기가 되어 28살과 16살로 나이 차이가 많았으나 서로 친하게 된다. 이 여학생 이름은 필라 산체스이며 몇 년 전 집배원이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남은 언니 셋과 어렵게 살고 있는 쿠바계통의 아가씨였다. 25살의 큰언니는 얼굴이 반반하여 카페에서 일하며 가끔 몸을 팔기도 하고, 23살 둘째 언니는 은행에 다니지만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어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들을 낳아 기르며 남편은 이라크에 파병되었다. 셋째 언니는 20살이며 미용사가 되려고 전문학교에 다닌다. 필라는 공부도 잘하고 세 언니들과 달리 지적 호기심도 풍부하지만 가정 형편상 장차 미용사 정도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헬라는 이 영민하고 당돌한 여학생에 마음이 끌려 자신의 힘을 보태 성공시키고 싶어 세 언니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득하고 물질적 지원으로 호감을 얻어 필라를 설득하여 동거하게 되며 필라는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이기 때문에 남들이 보는 앞에서 육체적 접촉을 할 수 없었다. 사실 필라는 성적교접을 극력 싫어하여 유사 성행위로 대신하며 함께 지낸다.

 

사실 7년 동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사는 친 어머니 등과 소식을 끊고 지냈으나 뉴욕에 있는 빙엄 네이션이라는 친구에게는 근황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빙은 헬러의 부모와 친어머니에게 헬러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아버지 모리스 헬러는 몇 번 빙이 알려준 주소를 이용하여 아들 헬러를 찾아 멀리서 바라보고 아들이 우선 몸 건강한 것을 확인하고 언젠가 마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리라 믿고 먼발치에서 발길을 돌리곤 하였다.

 

7년간의 긴 방황 끝에 집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마침 필라의 언니들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동네 조폭을 동원하여 미성년자와 동거하는 것을 빌미삼아 헬러를 협박하자 플로리다를 떠나 뉴욕 행을 결심한다. 아울러 소중한 필라를 위해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 전액을 집세와 학비로 쓰도록 하고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교 시험 준비를 하도록 한 다음 30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 버스에 몸을 싣고 뉴욕으로 향한다. 그러나 헬러는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빙 네이션의 부르클린 선셋파크 지역의 무단점유 가옥에서 지낸다. 이 집에는 망가진 옛 물건 수리를 전문으로 하면서 “몹롤”이라는 소규모 악단을 이끄는 29살의 친한 친구 빙 네이션, 펜클럽임시 직원이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가난한 처녀 앨리스, 화가 처녀 앨런이 이미 방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으며 헬렌의 합류로 네 명의 불법 점유자가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 소설의 특징 하나가 등장인물 한명 한명을 소제목으로 하여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첫번째는 주인공 마이스 헬러 다음은 빙 네이션과 그 패거리들 Bing Nathan &Company로 빙 네이션, 앨리스 버그스트롬, 엘런 브라이스 다시 마일스 헬러이고 다음으로 헬러의 아버지 모리스 헬러, 친어머니 메리-리 스완, 양어머니 윌라 파크스 등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 헬러를 포함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의 삶과 사랑, 이별, 사회에 대한 가치관 등이 펼쳐져 미국 현대도시의 30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를 엿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또한 헬러의 아버지 모리스를 통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미국의 장년층의 삶의 모습도 보여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로 헬러의 아버지와 두 번째 부인 그리고 첫 번째 부인과 그녀의 남편 이렇게 넷이서 조금은 얼굴을 마주 하기 어려운 만남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퍽 어색한 분위기일 수도 있으나 미국이란 나라에서 가능한 일이며,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모임도 자주 하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들은 아들 헬러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모임이기는 하다. 미국의 현대인, 특히 대도시 출신들로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을 이해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모든 면에서 속도의 차이 일 뿐 서방 세계, 특히 미국의 뒤를 따라가고 있으므로 몇 십 년 후의 우리의 삶을 내다보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실망스럽지만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