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정글만리 3>을 읽고...

깃또리 2019. 4. 25. 09:25

<정글만리 3>을 읽고...

조정래 장편소설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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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권과 달리 3권은 끝까지 다 읽었으나 후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았으나 내용이 통 떠오르지 않는다. 기껏 대학생 송재형이 중국 대학생 처녀 리엔링의 집을 방문하여 장인, 장모 될 사람에게 인사하는 부분이 먼저 떠오를 뿐이다. 그래도 한두 장을 뭐라도 채워야 1, 2권의 종결 편으로 구색을 갖출 것 같아 앞 페이지부터 훌쩍훌쩍 넘겨보았다. 리엔링의 아버지 리완싱은 프랑스 뤼이뷔똥 베이징지사 직원 자크카방과 신상품개발문제를 협의하면서 중국, 한국, 일본의 국민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아니 자크카방이나 리완싱이 직접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는 이 사람의 입을 통하여 우리에게 슬쩍 세 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많은 특징과 차이, 또는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서 일본이 미국에 항복한 직후 일본의 어느 영문학자가 패전으로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가자 '이 기회에 일본은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며 미국 입장에서는 하와이가 미국의 한 주가 되어 태평양의 반을 차지하였으니 일본이 자청하여 한 주가 되면 태평양 전체가 자기 앞 바다가 되는 신나는 일이라 생각하는 미국인도 있었다 한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이 말을 한 일본 학자를 상하의원 합동 연설 대에 세워 국가원수 급 파격대우를 하여 그 학자는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하여 연설을 끝마쳤으나 이 연설을 들었던 어떤 미국의 한 의원은 "일본말과 영어와 비슷한 대가 많다."라 하여 그 말을 나중에 전해 들었던 일본영문학자는 죽을 때까지 영어를 하지 않았다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퍽 흥미 있는 이야기다.

 

인종차별에 관하여 세 나라 중에서 중국이 가장 심하고 다음이 한국이라 하였다. 일본은 비교적 세 나라 중에서 개방이 빠른 것이 외국인에 대한 호감이 높은 것 같다. 하긴 일본은 100년 전부터 서양에 문호를 개방했고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해외진출이 약 40년 전이며 중국의 개방은 우리보다 늦다보니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세 나라 모두 미국, 프랑스인에 대한 호감은 똑같이 높지만 흑인에 대한 비호감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심하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중국은 그래서 흑인 진출이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지역이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내 경험으로 우리나라의 각 도시 중에도 일찍부터 외지인이나 외국인의 내방이 잦았던 부산은 비교적 외지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다른 이야기로 중국에서 입에 올려서 안 되는 3대 금기가 있다 한다. 당, 즉 공산당을 비난해서는 안 되고 거의 신이 된 마오쩌뚱을 험담해서는 안 되며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은 대만독립에 관한 문제라 한다. 중국의 국토문제와 정치문제는 민감한 사항이어서 곳곳에 널린 공안의 귀에 들어가면 외국인, 내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바로 유치장행이라 한다. 내가 알기로 책에서 언급은 없지만 티벳 분규도 금기사항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중앙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 중 하나가 소수 민족으로 알고 있다. 왜냐면 대략 5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이 들고 일어나면 중국이란 나라의 존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소설 중에 한국인으로 대만과 장사를 하는 정동식사장이 대만 출장 중에 대만 파트너들에게 점수를 얻을 심사로 대만독립 이야기를 했다가 중국으로 돌아 온 뒤 유치장에 끌려가고 중국말에 유창한 송재형이 통역을 잘해주어 풀려나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이번 추석 휴일에 대만을 가게 되는데 나는 중국 사람과 말할 기회도 없겠지만 쓸데없이 남의 나라 정치문제에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소설 중간 부분에 일본 군 위안부문제와 중국 난징대학살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송재형을 포함한 12명의 베이징대학교 역사탐방 팀이 난징대학교 사학과 학생 20명의 영접을 받는 부분부터 대학살기념관 방문 등의 내용이 펼쳐진다. 당시 일본군이 중국인들의 살육장면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그 당시의 참혹하고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하는데 1937년 경 일본군이 승전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상하이 일본인이 운영하는 사진관에 현상을 시키려고 보냈으나 중국인 직원이 몰래 일부를 더 현상하여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다. 그러나 이런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중국이 조작, 날조하였다 하여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으며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서 육성으로 증언을 해도 일본의 몇 양심 있는 지식인과 일반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모른척하거나 이미 과거 지난 일이며 보상도 끝난 일이라고 시침을 떼는 형편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알다가도 모를 나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이런 행태가 어디에서 근원하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작가는 송재형 학생이 중국인들에게 일본 천황이 발표한 항복 문을 낭독한다. 약 2페이지 반 분량으로 주요한 내용으로는 "실로 짐은 일본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진심어린 바람에서 미국과 영국에 전쟁을 선포했을 뿐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영토를 확장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 대꾸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말을 포함하여 나머지 내용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항복이 아니고 '더욱이 적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탄을 새로이 사용하여 무고한 생명을 무시로 빼앗기 시작했으니 그 피해가 실로 헤아릴 수가 없구나. 이 이상 교전을 계속하면 일본 한 나라의 파괴나 소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절멸로 이어질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궤변이고 말장난이다. 항복은 인류 전멸을 막으려고 한다는 말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중국의 5대 명주 이야기에서 가장 뛰어난 술이 마오타이 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술은 마오쩌뚱 주석이 평생 반주로 하루에 한두 잔 마셨다 하여 이름 붙었다 한다.

 

현 중국의 경제발전은 덩샤오평의 업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며 흑묘백묘 론, 선부론, 성부광영론 이 셋이 그가 했던 말이라 한다. 이에 맞장구를 친 중국 인민의 말은 돈만 처다 보고 가라! (向錢看!) 뒤이어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돈을 놓지 말라!(寧捨命不捨錢!) 구걸은 부끄러워도 몸을 파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笑貧不笑娼)이었다 한다. 중국 <사기>를 역사가 사마천(BC 145~85)은 이미 그 당시에 돈과 인간심리를 간파하여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시기하고, 100배 부자에게는 두려워하며, 1,000배 부자에게는 고용 당하며, 10,000배 부자에게는 노예가 된다는 예리한 명언을 남겼다 한다. 이런저런 중국에 관한 이야기 중에 우리나라는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으나 중국은 이와 비슷하지만 거꾸로 북중남경 北重南輕이라하여 북쪽 사람들은 호탕하고 묵직하여 군사와 정치에 어울리는 기질이고 남쪽 사람들은 섬세하고 경쾌하여 경제와 문화에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 한다. 지역, 기후에 따라 어느 사람이든지 성향과 기질이 달라지는 것은 똑 같은 일인 것 같다. 3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종합상사원 전대광도 직장에서 명퇴를 신청하고 자신의 앞날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학교교육을 위해 부인과 아들과 딸을 한국으로 보내고 쓸쓸히 공항을 빠져 나와 새로 근무하러온 후임자 강정규에게 업무인계는 물론 중국 비지니스 세계라든가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에 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전수해 준다. 특히 영업 맨이 되려면 제일 먼저 중국말을 능통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랑도 실력이며 더하여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에도 해박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마지막 소제목은 <사랑은  하늘의 힘>으로 송재형이 애인 리엔링의 집을 방문하여 예비 장인과 장모에게 큰 절을 올려 결혼 반승낙을 받는 대목이다. 리엔링의 아버지 리완싱은 자신의 낮은 학벌 때문에 사윗감은 베이징대학교 출신으로 공산당원이 되어 탄탄한 출세가도를 달릴 중국청년을 기대하였으나 수백 년 중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조선청년이 나타나자 실망과 분노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리엔링의 어머니는 중국의 출세한 남자들이 오만하고 축첩에 빠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한국의 송재형을 은근히 더 좋아한다. 한편 주인공과 다름없는 전대광은 명퇴를 하고 스스로 작은 회사를 세우고 더구나 신흥권력자 집안 출신인 샹신원의 전처였던 50대 귀부인 천웨이의 우호적인 도움까지 받으며 앞날을 기약하는 대목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무릇 사람이나 국가나 흥망성쇠는 다름이 없고 이 세상은 모든 만물과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고의 진리에 따라 중국이란 나라는 100년 넘는 긴 세월 덩치만 크고 힘이 없던 나라에서 몸을 일으켜 세상의 강자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바로 이웃나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지혜로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자존을 지킬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다. 끝으로 이 책이나 신문 등에서 중국을 G2라 부르고 곧 G1이 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말이 나오는데 G2는 논리상 맞는 표현이지만 G1은 표현 자체가 오류라 생각한다. 왜냐면 G는 Group의 약자이므로 G2까지는 복수개념으로 무방하지만 G1은 논리상 맞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