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정글만리 2>를 읽고...

깃또리 2019. 4. 24. 09:56

<정글만리 2>를 읽고...

이병주 장편소설

해냄

2018. 08. 13

  

  


소설 두 번째 권은 전대광부장이 1권 후반부에서 등장한 포스코 베이징 직원 김현곤부장을 만나러 중국내륙도시 시안을 향해 항공기를 타고 가며 무한하게 펼쳐진 황토고원을 내려다보며 감탄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사실 중국은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남북한의 45배 정도로 세계에서 제일 넓은 러시아 다음의 미국 크기와 비슷하여 실로 다양한 지형을 보유하고 있다. 수년 전 나는 의 장가계, 원가계를 둘러보고 그 수려한 산세에 넋을 잃었다. 지금까지 내가 다녀 본 곳 중에서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 바로 장가계라고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 뒤 하이난도, 계림 등을 관광하면서 과연 중국은 땅이 넓어 그 지형이 실로 다양함을 실감하였다. 최근 시안 및 구체부 같은 내륙지역도 항공교통이 편리해져 국내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하여 나도 시간이 허락되면 가 볼까 한다.  소설 이야기에서 한참 벗어났는데 전대광 부장은 자신과 함께 관련했던 업무가 실패하여 북경에서 시안으로 전출되어 일하고 있는 김현곤 부장에게 새로 성사된 포스코 제품의 납품이 가능하게 된 일을 알려준다. 김현곤은 오히려 이렇게 좋은 역사적 도시 시안에서 일하게 된 것도 행운이라 하며 시안까지 찾아 온 전대광 부장에게 감사하며 시안의 이곳저곳을 안내한다. 그러나 시안은 옆 도시 충칭과 경쟁적으로 개발을 다투느라 유서 깊은 도시가 훼손되는 점에 두 사람은 가슴 아파하지만 이미 시안은 개발의 거센 물결에 휩싸여 있는 상태이다. 중국의 3대 폭군으로 진나라를 세운 진시황, 수나라의 양제, 당나라의 현종을 꼽는다. 진시황의 만리장성 축조, 수양제의 대운하건설, 당 현종이 양귀비에 빠져 정사를 등한히 하다 농민반란으로 몰락한 사실들을 두 사람은 이야기 한다. 1권에서 한국에서 의료사고를 내고 몸을 피하려고 중국에 온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은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명성을 얻고, 전대광의 '꽌시"이자 병원 일에도 관계하는 고위 공무원 샹시원은 서하원에게 수입이 높은 양악 수술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자 서하원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코카콜라, 맥도날드, KFC에 이어 거대식품자본인 스타벅스가 왕성한 기세로 중국전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원래 중국은 세계적으로 차의 종주국이고 차 문화가 발달하였지만 젊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급속하게 커피가 차를 대신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불과 10여 년 전부터 도심지의 경우 눈만 뜨면 보이는 곳이 커피 가게이며 커피 값도 세계 어느 곳보다 비싸지만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면 커피 자체도 중독성이 있으나 요즘 젊은이들의 서구 지향적 사고가 한 몫을 한다 라는 느낌이 든다. 다시 전대광과 김현곤이 시안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부분에서 진시황이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시점이 기원전 221년이었으며 진시황의 할아버지 묘 속에서 황금 딱따구리가 출토되었다고 하였다. 당시 딱따구리는 길조로 여겼으며 극 세공 재주를 자랑하기 위해 아주 작은 모습으로 정교하게 새겼는데 지금의 확대경으로 크게 해놓은 크기가 쌀알만 하다고 하니 이미 그 당시에도 확대경을 이용하여 조각을 했다는 것이라 한다. 북경대학교 대학생 송재경은 어머니 전유숙의 반대를 무마시키고 역사학과를 다니며 중국 여대생 애인 리엔링과 역사탐방도 다니며 깨가 쏟아지는 시간을 보낸다. 리엔링의 아버지 리완싱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제조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 명품 제조회사의 자크 카방이란 사람과 사업 아이템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서양 특히 유럽은 이 세상에서 장미를 가장 좋아하고 중국인은 모란을 귀하게 여긴다하며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모란이 병풍이나 그림에 자주 나타난다. 서양과 중국이 정반대로 생각하는 꽃이 국화로 서양은 죽음을 의미하여 죽은 사람 앞에 놓는 꽃이지만 중국은 찬 서리에도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으며 꽃을 피운다하여 고결한 군자나 선비의 기개를 닮아 사군자의 하나로 여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병원 영안실에 가면 국화꽃을 조문객이 바치는데 바로 서양식이 우리도 알게 모르게 이식된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문화의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시안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직원 김현곤이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머나먼 연길에서 시안으로 수 천리를 고생하여 찾아온 연변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조선족 처녀를 면접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는 ‘동북항일연군’이었고 포스코는 우리민족의 희생과 피의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세운 유일한 민족기업이라 불원천리 먼 길을 마다하고 포스코에 입사하러 왔다고 말한다. 소설에서는 채용을 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화장도 하지 않고 체구도 왜소하며 입성도 볼 품 없는 처녀였으나 "김현곤의 의식 속에서 실로폰이 딩동댕 땡땡땡... 연달아 울려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오는 걸 보면 합격 시킨 듯하다.

 

이 책의 1권은 전대광부장이 주인공이라면 2권은 김현곤 부장이라 할 수 있고 책 뒷부분에서 오래 해외지사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앞 둔 김현곤 부장의 윗사람인 유 지사장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작가 조정래씨는 이 소설에서 자기 나라 자기 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해외에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그야말로 소리 없는 총성의 전쟁을 치르는 영업 맨들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았다. 포스코 시안지사의 유 지사장도 젊은 시절 회사에 입사하여 일하다 퇴직하며 퇴직 직전까지도 바로 이 영업 전투에 몸을 바친 사람이며 이 사람의 입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는가를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유 지사장은 세계 여러 도시에 근무했지만 중국의 빼어난 문화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으며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중국을 무시 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였다. 김현곤 부장은 이에 대답 중 하나로 "중국의 과거는 시안에 있고 중국의 현재는 베이징이며 중국의 미래는 상하이에 있다."라는 의미 있는 말을 한다. 아울러 유지사장은 중국생활 15년을 보내면서 중국의 거대한 문화재가 예나 지금이나 이름 없는 장인과 힘없는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또는 목숨을 바치면서 이루어진 사실을 힘주어 강조하면서 현재 중국조차도 소위 '농민공"이 없다면 무엇하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2권의 마지막은 포스코 영업부장 김현곤이 지난번 회사 설립에 전대광부장의 도움에 보답으로 시안에 설립하는 대학병원 의료장비 납품 중에서 반 정도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두 사람이 얼싸안는 문장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