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정글만리 1>를 읽고...

깃또리 2019. 4. 19. 09:56

<정글만리 1>를 읽고...

조정래 장편소설

해냄

2014.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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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출간되어 꽤 긴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던 소설책이다. 책이 잘 팔린다는 것은 일단 대중적이고 대중적이려면 적절한 재미와 교육적 가치가 곁들여 지고 읽기 쉬워야 하는 조건들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성공한 셈이다. 굳이 말하자면 책의 수준은 그저 그렇다. 사실 책의 수준이라는 것도 막연한 개념이기는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다는 것 차제가 수준과 관계가 깊다.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읽는 다니 궁금하여 도서관에서 대출 받아 읽었다. <정글만리>는 모두 세권으로 나는 1권과 2권을 읽고 이글을 적고 있다. 1권은 중국 경제수도라 하는 상하이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우리나라 종합상사 직원인 전대광부장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전대광 부장은 업무로 맺은 중국 관리의 부탁으로 한국의 성형외과의사 한 사람을 중국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맡아 상하이 공항에서 의사 서하원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정확한 통계는 없고 대략 짐작된다는 13억 인구의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일본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 다음으로 경제대국이 되어 소위 G2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부터 20년 전만해도 중국의 이런 비약적 발전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중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중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던 노벨 수상자인 펄벅은 1962년 이미 "그들이 빛의 속도로 산업화하고 근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는 말을 했다고 작가는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새삼 퍽벅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사실 중국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 적이 있었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래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였으나 수많은 소수민족과 티벳 민족분쟁 등으로 언젠가 중국은 소련이 해체되듯이 분열될 것이라는 의견과 산업화와 근대화를 달성하여 세계최대 강대국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견해가 공존하였었다. 아직도 민족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으나 중국이 와해되리라는 전망은 힘을 잃고 어느새 미국과 힘을 겨루는 강대국이 되었으며 조만간 미국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 놓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하여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으며 조정래 작가는 중국의 실상과 현실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소설 형식을 빌어 그 간 우리가 막연하게 알 고 있었던 부분을 알기 쉽게 알려주는 측면도 있다.

 

먼저 우리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최전선에서 중국과 상대하고 있는 종합상사 전대광을 통하여 이야기 하고 있으며 전대광의 조카이며 북경대학교 경제학과를 다니다가 어머니의 극구 반대를 이겨내고 중국역사학과로 전과하여 장래 이를 통하여 인생길을 모색하려는 송재형의 입을 빌려 중국의 방대한 역사를 이야기 한다. 또한 송재형은 리엔링이란 같은 학교 중국여학생과 교제하는 설정으로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소설 내용에 사랑이야기를 덧붙여 흥미를 끌도록 하였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중국사회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을 소설 곳곳에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농촌사회가 붕괴되면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로 몰려들어 최하빈민층을 이루는 소위 '농민공' 문제, 1자녀 원칙과 남아선호로 인해 약 1억 명 가까이 추산된다는 호적이 없는 여성들의 지위 문제, 마오쩌둥의 남존여비 철폐로 이어진 여성들의 신분상승에 따라 나타난 성문란,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중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상사직원 전대광의 입에서는 '꽌시'가 가장 많이 튀어나오고 베이징과 상하이에 사는 외국인들의 입에서는 '도시의 나쁜 공기'와 '불량식품' 그리고 '가짜 상품'이 가장 빈번하게 나와 중국은 G2, G1에 앞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일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중국은 급격한 위상변화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도 겁을 내지 않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면2010년 주석 후진타오가 독일과 프랑스와 협상을 하다가 독일이 약간 거슬리게 나오자 독일에게 보란듯이 프랑스로 날아가 항공기 100대를 서슴없이 주문하여 독일을 놀라게 하였으며 미국이 이런 일로 섭섭해 하자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항공기 200대를 주문했다는 대목이 나와 대단한 나라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생들의 배짱'이란 부분에서 미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에서 베이징 대학생들을 상대로 공개 인터뷰를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질문자가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로열티를 내지 않고 가짜를 무한정 생산해 낸다고 하자 중국 대학생 하나가 중국이 발명한 화약과 나침반은 대략 1000년 전, 종이는 1900년 전 서양으로 건너갔으며 이에 대한 로열티를 받은 일이 없다고 강변하며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가짜 생산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단한 배짱인 셈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으나 한마디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밀어 붙이는 식이다. 중국은 어느 점에서는 힘의 우위를 믿고 자기 합리화에 능란한 나라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성향은 어제 오늘이 아니고 역사가 깊다. 현재 중국에서는 마오 주석을 신처럼 여긴다는 부분이 나온다. 시실 마오는 중국 인민을 위해 파격과 보통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많은 일을 했으나 과오도 적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신처럼 떠받들고 있다 하는데 그의 3대 업적으로 중국 5천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로 통일하였고 역사상 최초로 토지개혁을 단행하여 농민의 85%를 차지하는 소작농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하여 생존문제를 해결했다 한다. 세 번째로는 신분제도를 혁파하여 평등사회를 구현한 일이다.

 

소설 마지막에서 일본 상사원 두 명이 술자리에서 한국의 포스코의 경쟁력과 소니의 몰락에 대하여 탄식과 분노하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은 포스코에 기술이전 했던 일이 잘못이었다고 한 사람이 말하자 그러면 한국은 독일에 달려갔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 글을 적으려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뒤적여 보니 다시 한 번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백산맥>, <아리랑> 그리고 <한강>등 3부작과 내가 최근 읽은 <오 하느님>과 같은 소설을 쓸 정도의 필력을 지닌 작가의 소설이다 보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