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읽고...

깃또리 2019. 3. 15. 12:52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읽고...
혜민스님/이영철 그림
쌤앤파커드
2014. 05. 10.


 대략 1년여 전부터 소위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에세이집이라 통칭되는 이런 종류의 책은 그 내용이 모두 엇비슷하고 시류에 편승하여 한 참 동안 읽히다가 어는 순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여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책이다. 십여 년 전쯤에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이런 책을 구매하는 주 고객이었으나 이제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직장남성들이 이런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계층이기도 하다.


 나 역시 회사는 다르지만 함께 일하는 40대 초반의 친구로부터 책을 건네받아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을 자기 전에 읽었다. 아마 속독하는 사람은 3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나는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고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하지만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긴 무릇 책이란 게 좋고 나쁨이 없고 어떤 책이든 책은 소중하며 어떤 사람에겐 조금 시시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사람에겐 평생의 지침이 되거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책을 빌려준 사람 역시 깊은 감명을 받았노라 하였다.


 저자 혜민스님의 약력은 제법 화려하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영화공부를 하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U. C. 버클리대학교에 갔다가 방향을 전환하여 동부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으로 석사,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메사추세츠 주의 햄프셔대학교 종교학교수로 재직 중이라 한다. 2000년 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조계종 승려가 되어 강의, 법문, 수행, 연구, 명상, 저술활동 등으로 항상 바쁜 나날을 보내며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이기도 하다고 한다. 자신의 견해와 경험이야기, 유명인사의 인용문, 성경구절 인용, 그림이 실린 메시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으나 전체적인 내용은 힘들고 고달픈 세상살이에서 제일 먼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라는 말이 주요 내용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소위 Healing, 자기 치유가 이 책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몇 대목을 인용해 본다.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
 "너 어떻게 그렇게 서운한 소리를 하니?"를 "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좀 서운한 마음이 든다."로 즉 비난 투에서 내 마음의 상태로 묘사하기를 권하고 있다.


 "한 알의 사과 안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다. 땅의 영양분, 햇볕, 산소, 질소, 비, 농부의 땀, 온 우주가 서로서로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 내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말이지만 오늘따라 새롭다. 사실 오늘 내가 아침에 입어 넣은 사과 반쪽조차도 무심코 삼켰지만 앞으로는 감사의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젊은이에게는 첫째 다양한 경험, 둘째 다양한 독서 그리고 세 번째로 연애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였다. 역시 새로운 말은 아니지만 어찌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우리 삶은 특별한 시간보다 평범한 시간들이 더 많다. 은행에서 순번표를 뽑아 기다리고,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에게 연락 오면 문자 보내고,
결국, 이 평범한 시간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것입니다.
집중만 하면 전화번호부 책도 재미가 있어요.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하루하루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일이다.


 "날씨가 추운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은 집안 가구,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서 가구, 집, 디자인으로 유명하고, 날씨가 좋은 곳에 사는 이태리사람들은 옷, 신발, 가방 등 외모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이 잘 사는 명품이 많이 나온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인 제 7장 <열정의 장>이란 소제목 아래 두 줄의 글이 내 마음을 다잡게 한다.


"나이 드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