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를 읽고...

깃또리 2019. 3. 18. 09:56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를 읽고...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윌키 콜린스 Wilkie Collins/ 김보은 옮김
북스피어
2014. 05. 31.


 5 월을 한 동안<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던 때가 불과 몇 년 전 같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아서 인지 기온이 옛날에 비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5월이지만 마치 한 여름 같은 기온이다. 날씨가 덥다보니 자연스럽게 가볍고 읽기 쉬운 책을 손에 들게 된다.

 이번에 골라 든 책은 포켓북보다 조금 크지만 손에 들기 쉽고 하드커버에 눈이 내리는 하얀 숲과 나뭇가지에 눈이 덮인 근경 모습까지 있고 더구나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1812~1870)와 윌키 콜린스(1824~1889)의 이름이 표지에 있어 그야말로 제철에 맞는 책인 것 같다. 옮긴이 김보은의 글과 편집부 후기에 따르면 디킨스와 콜린스가 영국 북부지역을 함께 여행한 기록이지만 허구와 사실이 섞여 있고 디킨스와 콜린스의 합작이기도 하며 에세이, 여행기, 산문 어디에도 정확하게 속하지 않는 글이라고 했다. 그러면 에세이, 여행기, 산문이라고 해도 되는 글인 셈이다.

 또한 디킨스의 아들이 서문을 썼다는 내용으로 보아 디킨스 사후에 처음 책이 발행된 것 같다. 디킨스는 너무 잘 알려진 사람이지만 콜린스는 그렇지 않으나 디킨스와 12살 아래 사람으로 1851년 서로 처음 만나 서로 다른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좋아 함께 일하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디킨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근 20년 동안 가깝게 지냈다 한다. 특히 디킨스가 발행하던 주간지 <늘 쓰는 말, Household Words>과 <일 년 내내, All the year Round>의 주요 필진으로 함께 활동하고 콜린스는 여기에 <흰옷을 입은 여인, The Woman in White>연제해 작가로써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이 소설은 본격적인 추리소설의 효시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한다. 영어 표현으로 흰옷을 입은 여인 The Woman in White, 검은 옷을 입은 여인 The Woman in Black, 그러고 보니 나는 보지 않았지만 <The Man in Black>이란 미국 영화가 있는 걸 보면 140여 년 전 콜린스의 작품에서 오늘날의 영화제목들도 유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지금 구미의 대중오락물들이 순수한 창작도 있으나 대부분 오래 된 문학의 신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문학은 인간정신의 발현이기 때문에 세월과 함께 변용은 하지만 그 원형은 변함이 없어 오늘날까지 영화, 뮤지컬, 연극, 음악, 미술 등에 영감을 주어 다양한 변주로 나타나고 있다. 책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런던에 살고 있는 두 작가 토마스 아이들, Tomas Idle 과 프랜스 굿차일드, Francis Goodchild는 자신들이 생계를 위해 의탁하고 있는 문학이라는 부인으로부터 벗어나 1857년 어느 가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토마스 이름 뒤에는 게으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Idl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프란시스는 게으르기는 하나 토마스보다 조금 덜 게을러서 Goodchild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토마스는 콜린스이고 프랜시스는 디킨스이다. 내가 150년 혹은 200년 전의 영국, 미국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점 중의 하나가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저급하고 교양이 없다고 비웃는 일들이 그 당시에는 보통일이었다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경우만 해도 불과 30년 전에 흔히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두 사람이 경매가 열리는 도시 돈케스터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당시 영국 경마장은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판돈을 걸고 도박게임을 하였으며 연극이 열리고 술집이 대성황을 이루는 등 축제 이상이었다 한다. 두 작가가 연극관람하며 이런 내용이 나온다. "미치광이들이 한 보호자와 함께 소위 '신사인 척하 는 사람'이 무엇이지 정확하게 보여주며 앉아 있었다. 신사는 태어나지만 신사인 척하는 사람은 만들어진다." 사실 디킨즈가 이 도시를 방문한 목적은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젊은 연극배우 엘렌 터넌을 보러 갔으며 그 다음해인 1858년엔 아예 아내 케서린과 오랜 결혼생활을 종지부를 찍었다 한다. 엘렌은 디킨스보다 17살이나 젊은 배우였지만 1859년 19살의 나이로 배우생활을 떠나 디킨스의 원조를 받으며 1870년 디킨스가 죽을 때까지 함께 지냈다 한다. 디킨스는 엘렌 뿐만이 아니라 아내 케서린의 여동생과도 의혹을 남기는 등 다른 여성들과도 염문을 일으키는 등 비교적 여성편력이 심하였으나 작가로써 위대한 성과로 이 문제들은 단순히 인간적인 약점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두 사람이 여행하면서 나누는 이야기 중에 프랜시스가 토마스의 우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토머스, 집안에 갇혀 있는 것이 자네의 담즙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구먼, 약국에서 약 좀 타다 주겠네." 오래 전, 유럽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 감정은 신체의 분비물에 의하여 달라진다고 믿었다. 사실은 BC460~375년 기간에 살았던 히포크라테스가 세상은 불, 공기, 물, 흙으로 구성한 4원소설을 주장하였으며 사람은 혈액(심장), 점액(머리), 담즙(담낭), 물(지라)라는 4체액설과 다혈질(Sanguine), 점액질(Phlegmatic), 담즙질(Choleric), 우울질(Melanchoria)의 4 감정설을 주장하였다. 대략 2000년이란 긴 세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신체와 질병을 이해하였으며 지금부터 150년 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짧은 시기에 인간의 지식은 폭과 깊이가 늘어나고 넓어져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게 된다.


 두 작가는 캐록이라는 산을 올라 갈 때 가마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마라 하면 으례 우리나라 조선시대나 중국의 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꽤 오래 전에 우연한 기회에 유럽에도 우리 가마와 비슷한 운반기구가 있었음을 알고 반가워했던 적이 있다. 유럽의 가마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가마나 일본의 가마도 가마를 타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규모와 치장이 달랐던 것처럼 유럽의 가마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가마는 자세히 조사해 본 일은 없지만 가마를 "세단 Sedan"이라고 불렀으며 자동차가 발명되자 그 형태가 의자 가마와 같다고 하여 Chair Sedan이라고 불렀으며 지금도 승용차는 대부분 Sedan형이다.  그래서 우리들도 60년대와 70년대에는 승용차를 통칭하여 "세단"이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잘 쓰지 않고 있다. 아무튼 두 작가는 가마가 없어 조랑말을 타고 어렵게 산을 올랐다 한다. 책 나머지는 작가들의 한담으로 이루어져 길게 이야기 할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즐거운 책 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