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폐허의 도시, In the country of last things>를 읽고...

깃또리 2019. 3. 6. 14:54

<폐허의 도시, In the country of last things>를 읽고...
폴 오스터 지음/ 윤회기 옮김
열린책들
2014. 03. 17.


 소설 첫 문장은 "그 여자는 이렇게 썼다: 이것들이 마지막 남은 것들이다." 이다. 한 페이지 다음에 "그 여자의 편지는 계속된다.: 이게 내가 세상을 사는 방법이다."  다시 다섯 페이지 정도 후에 "그 여자의 글은 계속된다. :길을 다닐 때는 한 번에 한 발자국씩만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이다. 읽기가 수월치 않다. 또 대부분 길어야 두 줄 정도의 단문으로 된 문장들이 이어진다. 내용은 ‘안나 블름’이라는 19살 아가씨가 신문기자인 오빠 윌리엄을 찾아 어느 폐허의 도시를 헤매는 이야기이다. 앞에 적은 바와 같이 누군가에게 편지형식으로 쓴 글이다. 그러나 그 누군가라는 사람이 소설 끝까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끝맺는다. 안나 블름이 오빠를 만나러 발 디딘 도시는 그야말로 폐허의 도시이고 현실 세계에 없는 도시이다. 그러나 문장을 자세히 음미해 보면 전혀 가상의 세계는 아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하여 전해지는 이 세상의 여러 불길하고 불합리하며 비인간적인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이 소설이 허구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작가는 이 세상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점점 더 비정해지고 살벌해지는 현상을 경고하기 위하여 현실 세계의 어두운 면을 모아 하나의 폐허의 도시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원 제목은 <In the country of last things>이지만 우리말 제목으로 "폐허의 도시"로 번역하였다. 책 앞 헌사로는 "시리 허스트에게"이고 다음 페이지 제사로는 나사니엘 호손의 "얼마 전에 나는 꿈의 문을 지나 그곳에 들어섰다. 유명한 파괴의 도시가 자리 잡고 있는 그곳을."이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에게는 <주홍 글씨>의 작가로 잘 알려진 나사니엘 호손이 작품이나 그가 한 말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오스터는 호손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하고 우중충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중간부분 조금 지나서 워번 박사의 조부가 세운 구호시설 "워번 하우스"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바뀐다. 워번 박사와 딸 ‘빅토리아 워번’은 엄청난 개인 재산을 기부하여 폐허의 도시에서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수용하며 구호활동을 펼친다.


 주인공 안나 블름도 죽을 고비에서 다행히 이 워번 하우스 사람으로부터 구출되어 편하게 지내게 되지만 워번 하우스의 자금이 줄어들어 문을 닫을 상황에 이른다. 할 수 없이 워번 하우스 운영에 참가했던 보리스 스테파노비치가 제안한 마술 쇼단이 구성되어 사무엘은 호객꾼, 빅토리아는 관리자, 보리스는 마술연기자, 안나 블름은 마술사의 조수 역을 하기로 결정하며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며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당신의 옛 친구 안나 블름이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도착하면 그때 당신에게 다시 편지를 쓰도록 하겠다. 꼭 다시 쓸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며, 내게는 조금 난해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