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고...

깃또리 2019. 2. 28. 10:09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고...
김영하 소설집
창비
2014. 02. 24.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소설 작품을 발표하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국내 작가가 김영하와 김연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영하의 장편 <검은 꽃>, <퀴즈 쇼>, <빛의 제국> 세권을 1년 전에 읽었으며 그가 쓴 시칠리아 여행 수상문인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도 퍽 흥미 있게 읽었다. 이번 단편집 모음은 모두 열 편이 실렸지만 소설집 제목으로 삼은 <오빠가 돌아왔다>를 포함하여 모든 작품이 내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굳이 제일 마음에 드는 한 편을 고르라 한다면 제일 앞에 실린 <그림자를 판 사나이>이다. 그런데 이 단편을 읽다 보니 언젠가 어디서 읽은 기억은 났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 혹시 후기를 써 놓은 게 있는 가 찾아보았으나 단지 후기를 쓰려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적어 놓은 메모뿐이었으며 시기는 2013년 2월 14일로 우연히 마침 꼭 1년 전이다. 대개 이런 메모를 하고 나서 후기를 쓰는 편인데 1년이 지난 상황이라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떤 일로 후기를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소설의 시작은 바로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기인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2월 말 요즘과 같은 때이다. 1인칭 화자인 서른다섯 살로 혼자 사는 소설 작가의 집 마당 모습 묘사에 이런 재미있는 문장이 나와 우선 옮겨 본다. "마당 한쪽에 쳐둔 천막 아래엔 고물 자전거가 비를 긋는 처녀처럼 날카로운 자세로 서 있다."

 

 여기서 "비를 긋는 처녀처럼"이란 표현은 내겐 생소할 뿐더러 "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인지, 아니면 마당을 쓰는 비인지조차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작가는 서울 강남지역 어느 고등학교에 다닐 때 친한 친구 두 명이 있었다. 함께 성당에 다니던 남자 친구 바오로는 신학대학교에 들어가 신부가 된다. 여자 친구 ‘미경’은 본명이 ‘세실리아’로 셋 중에서 제일 공부도 잘하고 미모도 출중하였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 후 라디오 P.D. 가 되었다. 주인공 작가 본명은 스테파노이며 그의 대학 친구 홍정식은 시골 학교 선생의 아들로 원래는 소설 작가 지망생이었지만 집안을 돌보기 위해 대학 졸업 후 공인회계사가 되었으며 주인공의 소개로 미경과 결혼한다. 자신의 꿈을 버린 홍정식은 자기가 권해주던 소설이나 겨우 읽던 주인공이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일처럼 기뻤다. 부디 좋은 작품을 써서 나 같이 방황하는 청춘들을 구원해주렴."이라는 글을 보낸다.

 

 또한 어느 편지 말미에 어느 나라 민요에서 따온 구절 "별은 빛나고 우리들의 사랑은 시든다. 죽음은 풍문과도 같은 것. 귓전에 들려올 때까지는 인생을 즐기자."라는 구절도 써 보낸바 있다. 소설에는 정확한 연도가 나오지 않지만 여러 전후 내용으로 미루어 2004년 등장인물들이 35세 되던 해 홍정식은 의문의 죽음에 이르고 신부 바오로는 작가 친구를 찾아와 폭탄주를 들이켜다가 홍정식의 아내인 "미경과 잤다."는 말과 함께 미경이가 불쌍하여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고 쓰러져 잠이 든다. 며칠 후 주인공은 미경을 만나 홍정식의 죽음을 자세히 듣고 파주 쪽에 있는 납골당에 함께 가자고 하자 미경은 "같이 가면, 너랑 살아야 해"라고 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미경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는 미경과 함께 살게 될 때 일어날 이런저런 일들을 상상하다가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운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소설이란 현실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개연성이 있는 그러나 작가의 상상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이야기이다. 내가 마침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비슷한 지역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으며 그간 조금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틈틈이 읽은 경험 때문인지 마치 내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지어낸 소설이 아니고 실화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또 하나 이 소설의 주인공 어머니가 자기 아들인 작가에게 충고한 말이 걸작이다. "여자들을 위한 문학을 해라, 그럼 인생이 평탄할 거야. 여자는 아름답게 그려주고 남자들은 죽일  놈들로 만들어라. 그럼 아무도 널 미워하지 않을거다." 사실 이 엄마라는 여자는 결혼을 마치 홈 쇼핑하듯 남편을 셋이나 갈아치우고도 당당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설이란 주로 젊은 여자들이 돈을 주고 사서 읽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아는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단편이지만 줄거리를 쓰다 보니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