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깃또리 2019. 2. 7. 09:38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파트리크 쥐스킨트, Partrick Suskind/ 장 자크 상페 그림/ 유혜자 옮김
열린책들
2015. 11. 04.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읽었으며, 보잘것없는 내 작은 서가에 꽤 오랫동안 꽂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며칠 전에 이 책을 다시 보려고 꺼냈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처음 읽는 느낌이었고 결국 끝까지 읽고 나서도 그런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특히 그 이유 중 하나로 내가 평소 어휘의 근원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책 마지막 부분쯤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좀머'는 'Sommer'로 '여름'이라는 뜻이라는 말이 나온다. 만일 전에 읽었으면 최소한 다른 것은 잊었더라도 이 사실만은 기억했어야 할 텐데 그렇다. 영어의 뿌리가 고대 독일어이기 때문에 영어 Summer가 바로 ‘Sommer’에서 온 것을 확인할 기회도 되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계절 이름인 Spring, Autumn, Winter도 독일어 계통인지 어쩐지 궁금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영국에서는 가을을 Autumn이라하고 미국에서는 Fall이라 하는데 Fall은 떨어진다는 동사형도 있고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을이란 명사형이 생겼는지 이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읽은 판본은 1992년 초판 발행, 1997년 초판 40쇄로 간단히 계산해 봐도 18년 동안 잊고 지내다 이제 다시 읽은 셈이다. 그간 이 작가의 책으로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사랑을 생각하다>, <깊이에의 강요>, <향수>등 몇 권의 책은 후기까지 번듯하게 써 놓았는데 왜 이 책은 읽고도 후기를 쓰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그래도 아무튼 옛말에 책은 사두면 언젠가 읽게 된다는 경구가 실감이 나기도 하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사람은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소개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사실 나는 이 작가의 초기 작품이 <좀머 씨 이야기>인줄 알았으나 <콘트라베이스>가 1983년 출세작으로 소개되었고, <향수>는 1985년 발표하여 대대적인 성공작으로 평가되었으며, <좀머씨 이야기>는 그 뒤인 1991년 발표하였다. 아무튼 최근 이 은둔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내놓았는가는 소식이 없고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르겠다. 이 책의 내용을 간추려보거나 대략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두어 시간 진득하게 앉아서 읽을 분량이고 총 120페이지 중에 25페이지가 장 자크 상페의 아름다운 삽화로 구성되어 그림 구경만 해도 구입하여 읽을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소설책인지 아니면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책인지 구분이 안 된다. 누구나 어린 시절은 대부분 아름답고 그리운 시절로 기억되지만 특히 이 책에 그려지는 소년의 어린 시절은 더욱 그러하여 책을 읽는 사람이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좀머 씨가 딱 한번 말했다는 "그러니 나를 제발 그냥 놔두시오!"가 어느 페이지에 나오는지를 눈여겨보고 좀머씨가 해지는 어스름 석양에 호수가로부터 걸어 들어가 물에 잠기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깊은 여운을 남기리라 확신하기에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얼마 전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를 읽고 나서 어느 누구처럼 나도 이 책을 나의 애장도서로 삼아 머리맡에 두고, 또는 어디를 갈 때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몇 번이고 읽는 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 이 책도 나의 애장도서로 삼을까 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