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Going Solo>를 읽고...

깃또리 2019. 2. 11. 09:05

<Going Solo>를 읽고...
Written by Roald Dahl/ Illustrated by Quentin Blake
Puffin Books
2014. 01. 30.


 그 동안 Roald Dahl이 쓴 책을 여섯 권정도 읽었으며 모두 청소년을 위한 창작물 Fiction이었다. 그러나 일곱 번째인 이번 책은  Roald Dahl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몇 년 후인 22살부터 1년의 직장생활과 세계2차 대전에 참전한 3년간의 내용을 적은 일종의 기록이자 자서전이다. 나는 작년 2013년 12월 한 달 동안 틈틈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여 올 초 읽기를 마쳤으나 아주 재미있어 연이어 다시 읽기에 들어가 이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두 번을 읽을 만한 이유로는 내가 잘 모르는 동아프리카의 자연환경과 풍토 이야기와 세계2차 대전 시기에 영국과 독일공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먼저 책 뒷부분의 작가 소개를 우리말로 옮겨보았다. “Roald Dahl은 노르웨이 계 영국인 부모 밑에서 1916년 영국 웨일즈에서 출생하여 18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석유회사인 Shell Oil Company에 입사하여 영국에서 외판사원으로 수습기간을 거친 다음 아프리카에 배치되었다.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자 RAF(Royal Air Force)에 자원 입대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 26살에 미국 워싱톤 D.C.로 옮겨 그곳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의 첫 번째 글은 <The Saturday Evening Post>지에 기고한 자신의 참전 무용담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이후 오랜 기간 유명작가로 대접 받는 인물이 되었다. 어른을 위한 작가로 시작하였으나 그의 가족과 함께 영국에 옮겨 와 살면서 1960년 즉 그의 나이 44세부터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의 첫 번째 소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오락물이었으며 여러 작품이 세계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어 유명작가가 되었다. Roald Dahl은 비록 1990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전 세계의 많은 청소년들이 꾸준히 그의 작품을 읽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James and Giant Peach>, <Matilda>, <The BFG> 그리고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등이다.”


 나는 위에 소개한 작품 중에서 <Matilda>와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The Fantastic fox>등을 읽었으며 물론 이 책들도 흥미 있었으나  나는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Six more>라는 다소 긴 제목으로 다섯 개의 fiction과 두개의 Nonfiction으로 이루어진 책을 으뜸으로 삼고 있다. 이번 책 <Going Solo>의 Dedication은 "For Sofie Magdalene Dahl 1885~1965" 이다. 즉,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다. 단 하나뿐인 어린 아들이 오지인 동부 아프리카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더니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고된 훈련과 사막에 불시착하여 불타는 전투기에서 겨우 살아났지만 몇 달간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다. 그러나 아들은 다시 전투기에 올라 공중전과 공습에서 수십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다. 이 짧지 않은 4년이란 세월을 묵묵히 기다리던 어머니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는 우편배달부가 가져온 전보 통지문에 어떤 불길한 소식이 있을지 몰라 차마 자기 손으로 열어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일에서 돌아 온 Roald Dahl의 누이동생에게 뜯어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War Office Message 의 내용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한다.


 "We regret to inform you of the dead of your husband(or son) killed in action. etc. etc."


그리고 어머니가 전보 통지문을 보지 않고 기다리는 상황은 이렇다. "They would leave the telegram on the dresser until someone else came along to open it for them. My mother had put her telegram aside and had waited for one of her daughters to return from her daily stint of driving a lorry."라는 문장이 뒤 따른다. 이 글을 읽다보면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oald Dahl의 활동지역을 대략 따라가 보면 22살이던 1938년 런던 항구에서 배로 떠나 지중해-스에즈 운하 통과-홍해를 거쳐 인도양에 진입하여 소말리아, 케냐해안으로 남하하여 2주일 걸려 탄자니카, 지금의 탄자니아 Dar es Salaam이란 작은 해안 도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1년 정도 모험에 가까운 회사생활을 하다가 1939년 세계2차 대전이 시작되자 공군에 입대하여 케냐 나이로비에서 비행훈련을 마치고 이집트 Port Side 근처 Ismalia 공군부대로 이동하였다. 사실 나는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이집트 카이로에 근무하는 동안 주변도시인 Alexandria, Port Side, Suez, Fayum 그리고 남부 Abu Simbel지역까지 가 보았다. 그러나 Ismalia는 기억이 확실치 않다.


 아무튼 Roald Dahl은 이곳에서 머물다 이라크 Habbniya라는 기지로 이동 했다가 다시 Ismalia를 거쳐 사막에 위치한 지중해 해안 마을 Mersh Matruh에 있는 80 비행중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당시 Navigator가 없던 시절이었고 공군 전투기는 주로 육군 최전방 전투부대를 지원하거나 해군수송선을 엄호하는 일을 맡다보니 중대의 이동이 빈번하였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과 함께 목적지를 잘못 가르쳐 주는 바람에 중대를 찾지 못하고 사막에서 헤매다 유류도 바닥이 나고 날도 어두워져 할 수 없이 사막에 비상착륙을 시도하였으며 충격으로 전투기에 불이 붙어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상태에서 겨우 조종석을 탈출하였다. 이 사고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아군인 영국수색대에 구조되어 알렉산드리아 군 병원으로 후송되어 성형수술도 받고 건강을 회복하였다. Roald Dahl은  6피트 6인치로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대한 키에 평소 건강하고 한참 젊은 나이여서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몇 달 치료와 요양을 거치고 바로 다시 전투기에 올라 그리스 아테네 근처 비행중대에서 짧은 기간에 수많은 공중전을 치르면서 생사고비를 넘는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살아남았다.


 사실 그리스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독일 공군에 밀려 고전을 하며 Roald Dahl은 여러 동료 선배들의 희생을 목격하였으나 강인한 체력과 행운도 뒤따라 목숨을 건져 리비아 비행중대로 귀환하였다.  그리스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날은 하루에 네 번이나 출격하기도 했으며 조종석에서 8시간을 보낸 날도 있었다 한다. 이 전투에서 Roald Dahl은 공중전에서 독일 전투기를 2대 격추시키고 지상 공습에서 1대를 격파시킨 것은 확실하고 혼전이 벌어졌던 공중전에서도 아마 자신이 격추한 전투기가 있을 것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조금 과장도 있는 것 같으나 아무튼 대단한 무공이며 엄청난 행운이 따른 조종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리비아 비행중대로 돌아온 뒤부터 비행 시 급격한 선회나 수직 상승비행을 하면 머리에 깨질듯 한 통증이 일어나 정밀검사 결과 지난 불시착 때 머리 부상이 원인이며 무리하면 비행 시 순간 정신을 잃게 된다하여 Invalided home, 즉 상이군인으로 판정받아 고향 귀환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귀환과정도 쉽지가 않았다. 지중해 해상은 독일 폭격기와 U-boat의 위협으로 막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서 다음 아프리카 서부해안을 거슬러 올라 2주일 이상 걸려 어두운 밤에 영국 리버풀 항구에 도착한다. 그간 독일 공군의 공습으로 어머니와 누이들은 원래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피난하여 조금 어려움을 겪고 새로 옮긴 시골 초가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머니의 품속에 안기는 부분에서 책은 끝이 난다.


 이 책 중에 흥미 있는 대목이 수도 없지만 특히 내가 주목한 부분 몇을 골라 간추리고 옮겨 보았다.
 공군에 자원입대하기 위해 탄자니아에서 케냐 나이로비까지 600마일을 단독으로 검은 포드 자동차를 몰고 가는 부분에서,  "All my inhibitions would disappear and I would shout. Hello, giraffe! Hello! Hello! Hello! How are you today? And the giraffe would incline their heads very slightly and stare down at me with languorous demure expressions, but they never ran away. I found it exhilarating to be able to walk freely among such huge graceful wild creatures and talk to them as I wished. "


 아무 영문도 모르고 나무 잎을 뜯고 있는 기린에게 'Hello, giraffe. Hello! Hello!' 그 모습을 상상하면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으며 장난기 가득한 6척 거구 젊은이의 모습이 눈앞에 쉽게 그려진다. 이어진 페이지에 역시 어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그러나 거침없이 이동하는 코끼리 가족을 보면서...

"They seemed to be leading a life of absolute contentment. They are better off than me, I told myself, and a good deal wiser. I myself am at this moment on my way to kill Germans or to be killed by them. but those elephants have no thought of murder in their minds."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전쟁에 참가하러 가는 자신을 비롯한 인간과 비교하여 유유자적하는 동물 세계의 코끼리 가족을 바라보는 Roald Dahl의 마음이 잘 표현된 부분이어서 밑줄을 그었다. 부상 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I was unafraid. I have been frightened by surgeons or of being given an anaesthetic, and to this day, after some sixteen major operations on numerous parts of my body, I still have complete faith in all, or let me say nearly all, those men of medicine."


 Roald Dahl의 두려움 없는 용기와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는 낙천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며 이 험난한 고비에서도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작가의 지혜가 결국 그를 대단한 작가로 만들었던 동력이 된 것 같다. 오랜 기간 부상으로 머리 전체를 감싸고 특히 눈을 오랫동안 붕대로 두르고 있어 아름다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손길로 자신을 보살폈던 알렉산드리아의 영국군병원의 간호원 Nursing Officer, Mary Welland에게 눈을 가린 상태에서는 애모의 감정을 지녔으나 막상 눈을 뜨고 실재 모습을 보고 난 후 "But there world of difference between falling in love with a voice and remaining in love with a person you can see. From the moment I opened my eyes, Mary became a human instead of a dream and my passion evaporated."


 세상일이란 오묘하기도 하다. 목소리와 숨결만을 느낄 때는 그리도 사랑을 느끼다가 실재로 눈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Myrna Loy보다 더 아름답고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보다 더 매력적인 여성을 보고 나서는 사랑이 식어 버린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작가는 술회하였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 남녀의 사랑에는 불가해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Roald Dahl이 그리스 아테네 근처 비행중대에 배치되었을 때 가까운 그리스 해안의 작은 마을 Khalkis를 4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당시 전투기에서 내려다보았던 마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I could see the jagged grey-black mountains where I had chased the Ju 88s the day before. Inland, I could see a wide valley and there were green fields in the valley and among the fields there were splashes of the most brilliant yellow I had ever seen. The whole landscape looked as though it had been painted on to the surface of the earth by Vincent Van Gogh. on all sides and wherever I looked there was this dazzling panorama of beauty, and for a moment or two I was so overwhelmed by it all that I didn't see the big Ju88 screaming up at me from below until he was almost touching the underbelly of my plan."


 특히 내가 좋아하는 화가 Vincent Von Gogh가 지상 위에 그림을 그린 듯 하였다는 표현이 꽤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으로 작가가 그 당시에 고흐의 그림이 떠 오른 것인지 아니면 지금 회상해보니 그렇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작가가 이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했더라도 그 때의 선명한 모습이 내게도 조금은 떠오르기도 하다.


 끝으로 이 책 제목 <Going Solo>는 전투기 비행훈련생 시절 처음 ‘Tiger Moth’라는 작은 연습기로 단독 비행하였던 순간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는 비행기록일지인 Log Book에 ‘1939년 12월 13일에 First Solo Landing’이라고 기록된 부분이 이 책 86페이지에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꽤 모르는 단어가 많아 사전을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어도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책이었으며 그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