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The Secret Garden>을 읽고...

깃또리 2018. 12. 14. 09:17

<The Secret Garden>을 읽고...
Frances Hodgson Burnett
Signet Classic.
2015. 2. 15.

 

 꽤 오래전에 사두었다가 작년에 사전을 펴보지 않고 대충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된 동기는 요즘, 아니 몇 달 전부터 대형서점의 판매 1위가 <The Secret Garden>이기 때문이었다.  <The Secret Garden>은 1911년, 지금부터 100년 전, 영국에서 발표된 소설로 국내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책으로 <비밀의 화원>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원'은 집에 딸린 뜰, 영어로는 Garden이며, '화원'은 꽃을 심은 동산, Flower garden으로 나와 있다. 사람이 꽃을 심고 가꾸는 곳이지만 집에 딸려 있으면 정원이고 나무보다 꽃을 강조하면 화원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서양과 달리 집에 부속된 넓은 정원은 드물고 단지 집 뒤에 꽃과 나무가 있는 곳을 후원, 내원, 상림원, 금원 등으로 불렀다. 대표적으로 창덕궁의 후원을 한 동안 '비원, 秘園, Secret Garden'이라고 불렀으나 이는 일제 강점기에 붙인 이름으로 우리보다 일찍 서양과 문호를 개방한 일본 사람들이 일반인들 출입이 금지된 궁궐의 내밀한 곳에 자리 잡고 있고, 또한 백 년 전 출판되어 인기를 얻어 알려진 <Secret Garden>을 연상하여 '비원'이란 명칭을 붙였던 것은 아닐까 추론해 본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 책을 가까이 할 환경이나 형편이 되지 않아 이런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어쩌면 불필요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두메산골에 살았던 링컨 같은 사람도 책이 좋아 주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한 달 전쯤 아내와 함께 을지로 영풍문고에 갔다가 베스트셀러 1위인 <The Secret Garden>을 구입하였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소설책이 아니고 더욱이 책이라기에는 조금 어색하다. 왜냐면 무릇 책이라면 글자가 있어야 하는데 글자가 없고 그림만 있으니 그림책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만 그림과 글자가 섞여야 그나마 그림책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 또한 마땅치 않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적절한 어휘가 없고 그냥 영어식 표현인 컬러링 북, Coloring book이 맞는 것 같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조 해너 베스포드, Johanna Basford는 자신의 시골집 주변의 꽃과 나무, 벌레 등을 사실적이고 환상적으로 스케치하고 책을 구입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연필로 색을 채우도록 만들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우리나라 '클출판사'라는 단지 3명이 운영하는 작은 출판사가 선인세로 겨우 200만 원을 지불하였지만 그 인기가 대단하여 출판사는 적은 돈을 투자하여 횡재를 한 셈이라 한다. 이 컬러링 북에는 색연필이 필요하며, 그동안 일부 사람들만이 구입하여 쓰던 독일 제품 Faber Casttel 26개들이 색연필의 수입한 물량이 바닥이 나기도 했다. 나도 대형서점은 모두 품절이라 하여 구하지 못하였으나 어느 문구점에 단 한 세트 진열되어 있던 것을 정가보다 3000원을 더 주고 구입하였다. 집에 들고 온 그날 저녁부터 아내는 색칠에 매달리고 어느 날 밤은 새벽 3시까지 색칠하였노라 하여, 과연 어른을 위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 북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실감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아내가 거동이 불편하여 주로 집에서 지낸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 주문으로 그림책과 색연필을 함께 구입하여 선물을 하기도 하였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너무 길게 흐른 것 같으나 사실 이 컬러링 북과 내가 읽은 <비밀의 정원>은 깊은 관계가 있다. 첫째 두 책의 저자가 모두 영국인이며 그림책을 열어보면 100여 년 전에 출판했던 <비밀의 정원>에 나오는 정원을 배경으로 스케치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곳곳에 책에 나오는 꽃과 새들이 그려져 있으며 비밀의 문과 비밀의 문을 열었던 열쇠가 나온다. 이 컬러링 북이 유럽과 미국 등 영어권 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어른들이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향수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독자, 아니 색칠하는 사람이 주로 주부로 짐작되는 여성들이 이 컬러링 북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잘 모르지만 어린 시절 대부분 <비밀의 화원>을 읽었기 때문일수도 있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비밀의 정원>이라는 국내 티브이 드라마와도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식을 줄 모르는 이 컬러링 북의 인기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자나 심리학자 같은 사람들의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 읽기는 대부분 모르는 영어단어를 찾아보느라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한 이유 중 하나가 100년 전에 쓰여 진 책이라 옛 어휘가 많이 나오고 런던의 북부 요크셔 사투리와 대화체의 발음을 그대로 쓰고 있어 처음엔 아주 어려웠으나 반복되어 나오는 몇 단어는 대강 짐작으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You are는 Tha'rt 이며 You 는 Tha' 이고 and 는 an' 이며, the 는 th', of 는 o'로 enough는 enow, potatos 는 'taters, 이다. 그러나 Nowt, testily 는 짐작 조차 할 수 없는 어휘였다. 진행형 ing에서 g는 대부분 탈락되어 표기되었다. 또 다른 어려움으로 배경이 정원이므로 꽃 이름이 많이 나오며 사전을 찾아보면 우리말 꽃 이름이 없어 어떻게 생긴 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기도 하였다. 하긴 이런 꽃을 안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중에는 궁금하여 사전을 뒤적여 보느라 책 읽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책의 내용은 지금부터 약 백 년 전 아직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 시절로 이야기는 인도에서 시작하지만 대부분 영국 요크셔 Thwaits 역에서 다소 떨어진 Misselthwaits라는 장원에서 겨울에서 다음 해 가을까지 1년간의 시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면 쉽게 줄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적어본다.

 

* Mary Lennox (10 살), 인도 주재 영국의 관리의 딸로 인도에서 태어났으나 자유 분망한 어머니는 Mary를 인도 하녀 Ayah의 손에 맡겨 키워서 고집 세고 뽀루퉁 하며 버릇없는 아이로 자랐다. 콜레라가 창궐하여 부모가 갑자기 죽자 요크셔에 사는 귀족 크레이븐의 장원으로 오게 된다. 책에서는 주로 Mary로 나오지만 가끔 Misstress Mary로도 나온다. misstesss는 영시에서는 애인, 연인으로 해석하고 일반 적으로 쓰일 때는 정부, 첩으로도 통하지만 옛글에서는 Master의 여성 형으로 여주인, 여왕, 가정주부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여교사에게도 붙였던 호칭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고모부인 귀족 크레이븐의 아내가 죽고 없어 여자 주인이 없어 나이는 어리지만 Mary에게도 이런 호칭을 썼던 것 같다.

 

 * Colin Craven(12 살), 아버지 크레이븐과 어머니 Mrs Craven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어머니가 Colin을 낳고 바로 죽자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아버지는 아들이 커서 꼽추가 되고 일찍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등한시하여 12살이 되는 동안 집안 침대에서 만 누워 지내 성격 이상자가 되었다.  Mester Colin이라고 불리는데 Master의 요크서 발음을 그대로 썼다.

 

 * Dickon(10 살), Misselthwaits 장원에서 2마일 떨어진 초가집에 12남매 중 하나인 소년으로 자기 집과 정원 사이의 드넓은 moor 를 마음껏 쏘다니며 알에서 막 태어난 울새를 보살피고 어미 잃은 여우 새끼도 거두어 친구가 된다. 다람쥐, 까마귀들도 이 소년의 어깨에 올라 지낼 뿐 아니라 들판의 모든 동물들과도 친하다. 몸이 튼튼하여 어머니를 도와 일도 부지런히 하고 Mary와 Colin의 친구가 되어 돌보는 사람 없이 버려진 비밀의 정원을 생기 있게 살려낸다.

 

 * Martha, Dickon의 누나로 장원의 하녀이며 처음 인도에서 온 까다로운 Mary를 잘 달래 성격을 바뀌도록 하고 특히 줄넘기를 가르쳐 주어 몸을 튼튼하게 하고 동생 Dickon과 친구가 되게 하였다.

 

 * Ben Weatherstaff, 어린 시절 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돌아 다녔으나 고향 요크셔에 돌아와 장원의 정원사로 일도 하는 농부이다. 성격이 괴팍하고 무뚝뚝하지만 마음씨가 따뜻하여 Mary가 좋아한다.

 

 * Mrs Medlock, 장원의 우두머리 하녀로 기품이 있고 인도에서 처음 영국에 도착한 Mary를 런던에서 요크셔로 데려왔으며 여주인이 없는 장원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한다.
 
 * Susan Sowerby, Martha와 Dickon을 포함하여 12자녀의 어머니로 가난한 시골 여자이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그러나 귀족 크레이븐에게 할 이야기를 하고 편지도 쓰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Mrs Medlock 과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라 하는데 아마 초급학교 정도를 다닌듯하다.

 

 * Achibald Craven, 방이 천개나 되는 요크셔의 장원의 주인이고 Colin의 아버지이며 Mrary의 고모부이다. 곱사등이지만 젊고 아름다운 부인 Mrs Craven이 아들을 낳고 바로 죽자 실의에 빠져 두문불출하다 훌쩍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기도 하지만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다.

 

 * Mrs Craven, 아들 Colin을 낳은 후 정원에서 그네를 타다 나무가 부러져 세상을 떠났다. Lilias 라는 이름이 이 책의 어느 페이지에서 한 번 나온다. 작가들이 등장인물 이름을 지을 때 대부분 소설 내용이나 주변 설정과 연관 있는 이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Lilias의 경우 Lilac과 Lily를 유추해 볼 수 있다. Lilac 은 Lilaceous 와 Lily 는 Liliaceous 와 연결되는데, 책의 내용을 보면 정원에 라일락보다 Lily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Liliaceous에서 'ceou'를 빼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Pitcher, 장원을 관리하는 우두머리 하인 이름으로 소위 집사로 볼 수 있는데 크레이븐이 스위스, 노르웨이 등으로 여행 할 때 동반하는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 Ayah, Mary를 키우는 인도 하녀로 콜레라로 죽는다. 어린 부엌 하녀 Betty Butterworth, 식모 Mrs Loonis, 심부름꾼 John, Martha의 동생들인 Lizabeth, Ellen, Phill, Jane 등의 이름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Dickon의 어머니는 자주 나오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언급이 없고 심지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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