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James and Giant Peach>를 읽고...

깃또리 2019. 1. 10. 12:41

<James and Giant Peach>를 읽고...
Roald Dahl
Puffin Books
2015. 07. 03.


 영어권의 초등학교 상급생들이 읽을 만한 창작 모험동화이다.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James Henry Trotter는 네 살 때 까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품에서 행복하게 지냈지만 부모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마음씨 고약한 두 이모 밑에서 살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큰 이모는 뚱뚱하고 못생긴 Sponge이고 작은 이모는 빼빼마른 역시 못생긴 Spike이다. 두 이모는 영국 남부 바다에서 멀지 않은 언덕 꼭대기에서 살았으며 2년 동안 어린 조카 James에게 일만 시키고 틈만 나면 거친 욕을 퍼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의 덤불 속에서 이상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종이봉투에 든 아름다운 빛을 내는 알갱이를 주며 삼키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이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다 큰 복숭아나무 아래서 넘어지면서 봉투를 떨어뜨리고 알갱이들이 산산이 흩어지며 스르르 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음 날 복숭아나무에 복숭아 하나가 열리고 순식간에 집채만 하게 커진 다음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여 땅 바닥으로 처진다. 이모들은 이 거대한 복숭아를 구경꾼들에게 입장료를 받아 돈을 챙긴다. 제임스는 달밤에 그 큰 복숭아 아래에 있는 구멍을 발견하고 기어 들어가 터널을 통하여 복숭아 씨앗, Peach Stone에 다가가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에는 이상한 노인이 준 마술 알갱이 덕분에 몸집이 수십 배 커진 늙은 방아깨비 Old-Green-Grasshopper, 거미 Spider, 무당벌레 Ladybug, 지네 Centipede, 지렁이 Earthworm 그리고 누에 Silkworm 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거대한 봉숭아가 낮은 곳을 향해 구르기 시작하여 마음씨 악한 두 이모는 깔려 죽고 오랫동안 구르던 복숭아는 바다에 다 달아 물에 떠 있다가 상어의 공격을 받아 제임스는 이를 피하려고 하늘의 갈매기를 이용하여 떠오른다. 하늘여행에서 여러 가지 모험을 거친 다음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 상공에 도착하였다. 아래로 내려가려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꽂혔다가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지상으로 무사히 내려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뉴욕으로 모여든 미국 어린이들이 달려들어 복숭아를 나눠 먹고 복숭아씨는 센트럴 파크에 놓여 제임스의 집이 되어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그간의 모험담을 들려준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그동안 서양동화를 읽으면서 느낀 점으로 서양의 동화가 우리나라 동화와 크게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서양동화 내용에서 잔인한 내용이 자주 나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도 복숭아가 굴러 두 이모를 깔아 죽이는 부분은 이렇다.
 "There was a crunch. And then there was silence. The peach rolled on. And behind it, Aunt Sponge and Aunt Spike lay ironed out upon the grass as flat and thin and lifeless as a couple of paper cut out of a picture book."


 crunch라는 단어는 동사로 아작아작 씹다 또는 오독오독 씹다 이고 여기서는 명사로 쓰여 '오독오독 부서지는 소리로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험한 표현이다. '풀밭에 다리미질이 되어 놓였다' 는 표현도 역시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표현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며 서양동화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부드럽게 바꾸어 번역해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지만 어려운 어휘가 많아서 처음엔 사전을 찾지 않고 대충 읽고 두 번째는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가 읽으면서 발견한 몇 개의 재미있는 단어를 추려보면 지렁이와 지네의 말다툼에 Slither는 '주르르 미끄러지다' 또는 '미끄러져 가다'로 지네가 지렁이에게 “You are slitherer”라 한다. 내가 추측하기로 slid와 같은 어원이 아닌가 한다.


 거미가 위로 올라가는 대목에서 Miss Spider clambered back onto the deck. 가 나오며 clamber는 기어 올라가다, 힘들게 올라가다 로 이 단어역시 climb과 같은 어원이었으나 climb는 서서 올라가거나 기어 올라가는 넓은 의미의 표현이고 clamber는 '기어 올라간다'로 좁혀진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hungry가 바다를 표현하는 문장에 나와 있다. All around them lay the vast black ocean, deep and hungry. 여기서 이 hungry는 불모의, 메마른으로 hungry land처럼 토지에 사용되는 어휘로 나와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바다 표현에 사용하였다. 작가는 어휘의 표현을 확대하고 평범에서 벗어나는 일에도 자유롭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종류를 나타내는 우리말로 보름달, 반달, 초승달, 그믐달 정도이다. 그러나 영어는 full moon, half moon, new moon (young moon, crescent, sickle moon, horned moon), old moon (waned moon), quarter moon으로 특히 초승달에 해당하는 어휘가 여럿이다. 이 책에는 ‘a pale three-quarter moon’이란 표현도 나왔다. 우리말로 하면 '3/4 달' 조금 다르게 말하면 '7푼짜리 달'일 텐데 우리말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걸 보면 작가가 만들어 낸 표현 인듯하다.
 
 사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three-quarter moon은 full moon 과 half moon 사이이므로 full moon과 new moon사이에는 one-quarter moon이란 표현이 있을 법한데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다. 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보텐다면 ‘Once in a blue moon’이란 표현을 처음 알았을 때 once upon a time을 연상하여 '아주 오래된 옛날'인가 했으나 사실은 구어체로 '아주 드물게'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어에 대하여 함부로 예단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었다. 또 한 가지 문학작품 등에 ‘many moons ago’라는 멋진 표현이 보여서 나는 After many moons.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예문을 찾아보았더니 이 표현은 없었다. 즉 말은 새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없고 또한 용례를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에 after many years는 가능해도 after many moons는 어색한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주인공 제임스가 실크 끈으로 갈매기 목을 감아 복숭아 꼭지에 묶는 이야기에서 James caught them one after the other and tethered them to the peach stem.이란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tether란 단어는 '매이다' '밧줄을 묶다'라는 동사이다. 그러나 소나 말을 묶어두면 움직이는 범위가 정해지므로 명사로 쓰일 때는 '한계' '범위'라는 의미도 있어 'the matrimonial tether‘ 이란 성구는 '부부의 인연'이란 의미로 사전에 나와 있다. 결국 서양에서 지금은 부부가 쉽게 이혼도 하지만 옛날에는 우리처럼 인연으로 서로 묶이는 사이란 의미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서로 묶일 필요가 적어진 자유롭고 편한 세상이 되어가고 그래서 이런 어휘는 영원히 사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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