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를 읽고...

깃또리 2019. 1. 16. 09:31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를 읽고...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15. 08. 05.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수 년 전부터 '인문학,人文學'을 각종 매스컴에서 자주 다루고 있으며 대학교와 기업체에서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적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였다. 인문학의 상대적 학문분야는 '자연과학'이라 할 수 있으며 인류는 그동안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인문학의 발전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인간 정신세계의 여러 문제들을 새롭게 조망해야 할 필요가 있어 더욱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생산제조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과 발명만으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실질적인 문제와 이를 위해서 공학에 인문학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학문 간의 융합을 강조하기도 한다. 학문간의 융합을 다른 표현으로 '통섭, 統攝'이라는 어휘도 쓰고 있다. 아무튼 인문학이라는 분야가 실로 방대하고 깊이 있는 학문이지만 제일 먼저 언어를 앞세우고 있으므로 저자가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고 책 제목으로 정한 것은 상당히 적절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수십 개 영어 어휘의 어원을 밝히고 뜻풀이하여 인문학에 접근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일반상식을 넓히는 의미에서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실 강준만이란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진보/보수 논쟁에 앞장서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전북대학교 교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개 글을 보니 이미 오래 전에 영어 관련하여 <한국인과 영어>, <교양 영어사전>을 펴냈으며 미국과 관련하여 <미국은 드라마다>,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미국사 산책> 등 영어와 미국에 대한 일반 교양서를 쓰기도 하였다. 1956년 출생이니 이제 59세의 나이로 전남 목포가 고향이며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와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를 취득하고 전북대학교에서 언론심리학부 신문방송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였다. 신문방송학 박사라면 이해가 되지만 언론심리학부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세분되어야 하는 가 의문이 든다.

 <머리말>에 '미더덕' 이야기에서 <네이버 두산백과>에 "물에 사는 '더덕'과 닮아서 미더덕이라 이름이 붙었다 하였다. '미'는 '물 水'의 옛말이다."라는 글이 보인다. 그러나 '미나리' '미역'도 물에서 잘 자라는 '나리'와 산에서 자생하는 '역'에서 근원하였다는 말을 함께 하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평소 어원과 어휘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정리하여 <교양 영어 사전>과 <교양 영어 사전2>를 출간하였으며 각각 864쪽 과 800쪽으로 너무 방대하여 일반 독자를 위해 대폭 분량을 줄여 이 책을 펴냈다 한다. 각장에 약 10개의 어휘를 모두 10장으로 하여 약 100여개의 주제를 다루었는데 이 중에서 상당부분 나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일부는 새로운 내용이어서 몇 개를 골라 소개하여 본다.


  국내의 소규모 작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통상 House  Beer, Home made Beer라고도 하는데 "소규모 양조업체가 대자본의 개입 없이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만드는 맥주"를 'Craft Beer'로 부른다 하였다. 영국과 벨기에 등 유럽에서는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Microbrewery가 있었으며 넓은 의미로 같지만 '맥주철학' 관점에서는 Craft Beer가 더 따지는 편이라 하였다. "맥주문화'라는 표현은 보아왔지만 철학의 영역으로 넓혀 ‘맥주철학’이라 표현한 것은 조금 과한 듯하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Craft Beer는 아니지만 Kloud Beer가 출시되어 나는 이 맥주를 선호하는 편이며 Craft Beer를 마실 수 있는 가게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 중 하나이다. "Coffee와 Cafeteria는 무슨 관계인가?"에서 'Cafe'는 프랑스어로 영어의 커피를 말하지만 Cafeteria는 Coffee shop을 스페인어로 부르던 명칭인데 실제로는 커피숍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였다. 음식 소시지 'Sausage'는 "소금에 절인 고기, Salted meat"라는 뜻의 라틴어 'Salcisius'에서 비롯되었으며 소금에서 연유된 어휘는 Salary, Salad, Sauce 등인데 알다시피 Salary는 '소금을 살 돈'이었고 라틴어로 소금, Sals를 쳤다고 해서 Salad이고 소금에 절였다 에서 Salsa에서 Sauce가 나왔다고 설명하였다. 바베큐 'Barbecue'는 아이티에 살던 타이노 인디언들의 고기 굽는'나무틀'을 스페인 사람들이 barbacoa로 발음하면서 변화되어 barbecue라는 영어가 생겼다 한다. 특히 텍사스의 바비큐가 유명하며 '고기가 직접 불에 닿으면 텍사스 비비큐가 아니며 열과 연기로만 익히는 'Slow and raw'방식이어야 한다."라 하였다. 불에 직접 쏘이는 바비큐는 그릴링, Grilling, 간접구이는 Barbecuing으로 바비큐는 'Slow food'로 양지고기로 7~8시간 걸려 풍미를 살리기도 한다고 적었다.


 봄이면 도로변에 나타나는 'Pansy, 펜지'가 프랑스 사람들이 보기에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을 연상하여 Thought(생각)을 뜻하는 'Pensee'에서 꽃 이름이 영어로 Pansy가 되었다 한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There's pansies, that's for thoughts."라는 대사를 오필리아가 말하기도 하였으며, 남북전쟁시대를 그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의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작가 미첼은 원래 Pansy O'Hara로 했다가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동백나무, Camellia'에서는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Ra Dame aux Camellia>즉 '동백부인'을 썼으며 이 소설을 베르디가 '타락한 여인'이라는 의미인 <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썼다 한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춘희, 椿嬉>로 공연을 시작하였으나 2002년 강수진이 독일 수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공연할 때 '카멜리아 여인'으로 제목을 달아 혼란을 일으킨 일도 있다고 소개하였다. 미국 남부를 상징하는 나무가 '목련, Magnolia'이며 미시시피 주의 별명은 ‘Magnollia state’이고 텍사스 출신에 대하여 He smells of Magnolia.라는 말을 쓰기도 하며, 지미 카터가 조지아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시사주간지 <Time>은 'Magnolia mafia'라는 표현을 표지에 썼다 한다. 나는 'Georgia mafia'라는 말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색상표현 Off White 대신 Magnolia를 쓰기도 한다고 한다.
 "왜 감정이 유행일까?"라는 주제에 라틴어 movere에서 파생되어 프랑스어 '각성시키다'라는 emuvoir가 나왔고 여기서 emotion이 나왔다 한다. 감정 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자기로부터 떠나는 것 즉 나가는 것이며 여행이라 하였다. 그러고 보니 진정한 여행은 자신으로부터 탈출이며 일상에 젖어 있던 심신의 새로운 각성에 이르는 기회이기도 하다.


 '왜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인가?'는 'Conviction'을 다루었다. 확신, 신념, 설득, 양심의 가책, 유죄판결의 의미를 가졌으며 문어체에서 자주 사용되는 어휘이다. 그러나 저자는 한 개인의 확신, 신념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사실 나부터 '확고한 신념'이라면 어정쩡한 신념보다 가치 있는 태도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의 "우리는 무지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게 아니라 문제는 잘못된 확신이다."라고 말하며 확신의 한계와 위험을 경고하였다. 돌이켜보면 역사적으로 한 사람의 또는 집단의 잘못된 확신이 얼마나 많은 비극을 초래하였는지 독일의 히틀러를 생각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별로 대수롭지 않은 확신으로 내 자신과 주변 사람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는지 뒤 돌아 보면 후회스럽고 다시 한 번 확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화, 분노를 뜻하는 'Anger'가 고대 스칸디나비아 Angr에서 왔다고 한다. Anger보다 더 강한 분노는 rage, fury를 들었고 현대인은 각박한 사회생활로 인하여 각종 분노가 예전보다 심하다 하며 분노관리, Anger Management, 분노극복, Overcome Anger, 분노통제, Anger Control, 분노 치유, Healing Anger 등의 분노와 관련한 표현들을 소개하였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빈부의 차이가 커지고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 등이 높아져 분노조절의 부족으로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이 기회에 분노관리 수단이나 방법의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Habit' 은 습관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의복이나 옷감을 의미했으며 그래서 승마복, Riding habit, 복장, Habitiment 같은 어휘가 남았다고 하였다. 오늘날에는 특수사회 계급의 옷은 여전히 Habit이라 한다. 'Blind Spot'을 우리말 '맹점, 盲點(사각지대)'으로 표현하며 남녀간 이성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Blind spot'으로 보았다. 최근 나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누구나 알만한 상식을 모르고 있는 경우 그것은 그 사람의 맹점이다."라 하는 말을 들었다. 또한 사람마다 맹점이 있으므로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도 함께 했는데 퍽 합당한 말이라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초선의원을  'Backbencher'라 하며 미국의 초선의원의 경우 의석 제일 뒤에 앉고 제일 앞 줄엔 오래된 의원들이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초선이 앞줄이고 선수가 많을수록 뒤에 앉는 차이가 있고 또한 미국 상원은 우리국회처럼 지정석제도 있고 하원은 지정석이 없다고 한다.


 'Pupil'이 '학생', '눈동자'라는 의미는 알고 있었으나 어떤 이유로 두개의 뜻을 가지게 되었는지 몰랐으나 이 책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원래 라틴어 Pupilla 는 '어린소년, 작은 인형'이었으나 눈동자에 비치는 바깥세계의 모습이 매우 작다는 이유로 '눈동자'의 뜻을 가지게 되었고 pupa(번데기)와 Puppy(강아지 새끼)도 어원상 pupil과 같은 계열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책이나 대화에 pupil은 좀처럼 쓰지 않고 student, schoolboy, schoolgirl 등이 대신하는듯하다.


 Pupil의 다음 주제는 "School'인데 이 단어는 그리스어 Leisure(한가한)와 같은 뜻으로 한가한 사람만이 학교에 갔기 때문이며 학생은 휴식시간에도 학식 있는 사람의 토론을 들으며 그 휴식시간을 school이라 했다 한다. 내가 알기로 school은 학교 외에도 고래나 상어와 같은 큰 바다생물의 무리, 떼를 이르기도 하는데 나는 그동안 학교에 많은 학생이 떼를 지어 있어 혹시 그런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으나 퍽 궁금하였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도 언급이 없다.


 "'로즈 장학금'이란 무엇인가?"에서 'Rhodes scholarship'을 다루었다. 나는 그동안 한글 '로즈 장학금''로즈 장학생'으로만 보아 왔기 때문에 'Rose scholarship'이겠지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Rose가 아니고 영국의 Cecil Rhodes, 세실 로즈'의 유언에 따라 만든 영국의 장학금제도라 한다. 그는 24세에 남아프리카 다이야몬드 광산에서 큰돈을 벌어 1877년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 '신에게서 받은 영국인의 사명'을 내세워 전세계에 영국의 지배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밀결사협회를 만들도록 하였으며 그의 그런 꿈이 현대의 로즈 장학금 형태로 내려오고 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단지 미국이나 영영방국가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매년 로즈 장학생에 선발되는 숫자가 유명대학교의 명예로운 일로 간주되고 대부분 동부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장학생이 되는 상황이며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허블 망원경을 만든 허블박사, 폴브라이트 장학재단의 창시자 폴브라이트 의원, 전 미국 국무장관 러스크, 영국의 블레어 전 총리, 오스트리아 호크 대통령, 빌 브레들리 연방상원의원 등이 장학금 수혜자라 하며 매년 83명을 선발하며 그 중에 미국 대학생은 32명이고 나머지는 영연방국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으로 한정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없다 한다.


 그러나 한국계 미국학생 신분으로 이정남, 이용화, 앤드류 김 등이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한다.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세실 로즈의모교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학비는 물론 숙식, 여행비까지 제공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한다. 내가 이렇게 로즈 장학금제도에 길게 적은 이유는 평소에 궁금하던 차에 최근 내가 읽은 영문판 <죽은 시인의 사회 , Dead Poet Society>를 세 번 읽고 한글판도 읽었는데 책의 서문격인 <이 책을 읽기 전에>에서 존 키팅 선생이 웰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수재 중의 수재라는 내용이 실려 로즈 장학금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더 많은 내용이 있으나 지면상 줄이기로 하고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내용들이라 생각했으나 정리하려고 적으며 일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퍽 유익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허락되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