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을 읽고...

깃또리 2019. 1. 4. 10:18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을 읽고...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15. 06. 20.


 지난주까지 폴 오스터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뉴욕 3부작>을 읽느라 씨름하였으나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였다. 이 책은 중편 정도 되는 3개의 소설이 한 권에 실렸으며 줄거리는 독립되었으나 서로 연결되기도 하는 형식이 조금 특이하며 내게는 쉽게 읽혀지지 않아 책을 다시 덮고 얼마 후에 디시 처음부터 읽기까지 하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을 내가 쉽게 읽지 못할 경우는 의기 소침해지고 우울하다. 반납하면서 서가를 돌아보다 같은 작가의 이 책이 눈에 들어와 읽었는데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였으나 중반부를 지나자 재미가 있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역시 소설책은 흥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외국 번역소설 특히 영미소설에서 느끼는 불만은 작가들이 등장 인물의 이름을 일관되게 적지 않는 일이다. 예를 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네이션 조지프 글래드, Nation Jogif Glad 만해도 first name 네이션과 last name 글래드를 번갈아 쓰고 있어 처음에 여러 차례 혼동하였다. 등장 인물의 수가 적으면 그나마 분간이 되는데 여러 사람이 나오면 인물 구별하느라 책 읽는 흐름이 끊기기까지 한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겸 나는 수년 전부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적고 등장 인물 사이의 관계와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장소 등을 간단히 메모해 가며 읽어 이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고 있다. 이런 방법이 후기를 쓰는 일에도 용이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기왕이면 등장 인물의 이름을 처음 시작부분에서는 이름과 성, 전체를 쓰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하나로 일관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해리 트라이트만의 경우에도 '해리'로 적다가 '트라이트만'으로 했다가 사기꾼 시절 독일식 이름이었던 '둥켈'로 불러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둥켈'이란 말이 나오니 조금 반가웠다. 왜냐면 수년전 독일 남부지역을 여행할 때 저녁에 흑맥주를 자주 마셨는데 독일에서는 흑맥주를 '둥켈"이라하였고 의미는 '검다'라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 등장 인물도 '둥켈'이란 이름을 써서 그의 떳떳하지 못한 일을 암시하고 있다.
 
 소설의 시기적 배경은 조지 부시 2세가 대통령 재임하던 시절인 2001년이고 장소는 브루클린 프로펙스 공원 주변이다. 주인공 네이션은 60대 초반 유대인으로 생명보험회사에서 31년 근무한 다음 은퇴하였다. 부인 '이디스'와 33년 함께 살다가 몇 년 전 이혼하고 자신은 폐암 진단이 나와 앞으로 사는 동안 별 희망도 없고 삶에 큰 애착도 없어 남은 돈을 다 쓰며 편히 지내다 죽으려 한다. 이런 생각으로 가장 지내기 좋다고 생각되는 프로펙스 공원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남은 삶을 마무리 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죽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도 보낼 겸 자신을 포함하여 자신 주변의 인간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일들을 적어보기로 하여 제목을 우선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으로 정한 다음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네이션은 일단 동네 근처 산책, 단골식당에 가기, 집에서 글쓰기를 일과로 삼고 가끔 집 근처에 사는 66세로 동성애자로 이름이 '둥켈'이 운영하는 서점에 들러 책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계산대에 앉아 있는 조카 '톰 우드'를 발견하게 된다. 조카 톰 우드는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여 네이션이 '엄지 박사'라는 별명으로 지어주고 좋아했었고 예일대학교 아니면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다. 작가 오스터는 컬럼비아대학교를 다녀 이 작가의 소설에는 항상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교 출신이 등장 인물로 빠지지 않는다. 지금쯤 대학교 교사나 학회연구소등에서 있어야 할 조카가 작은 서점 점원으로 계산대에 앉아 있어 눈을 의심하였으나 자초지종을 듣고 조카의 삶을 이해하고 서로 상대방을 위로하면서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다. 사실 이 소설에 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크고 작은 사건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책 제목에 'Follies'가 들어간 것 같다. 영어 'Folly'는 어리석음, 어리석은 행동, 어처구니없는 짓, 바보 같은 생각 등의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인공 네이션과 톰 우두를 비롯하여 주변 인물인 이혼한 전 아내 아디스, 딸 레이첼 그리고 톰 우드의 여동생 오로라, 조카 루시, 서적상 주인 둥켈 등이 살아가면서 갖가지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암시하는 것 같다. 뒤 돌아 보면 나라하여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네이션이 단골로 드나드는 '코즈믹 다이너' 라는 식당의 푸에르트리코 출신 여 종업 '마리나 루이사 산체스'를 짝사랑하여 자신의 딸에게 주려고 사 두었던 목걸이를 어느 날 즉흥적으로 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산체스의 남편이 이를 알고 크게 오해하여 네이션은 큰 봉변을 당하고 산체스를 다시 볼 수 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조카 톰 우드는 근처에 사는 젊은 주부이며 집에서 장신구를 제작하여 파는 아름다운 여성 '낸시 마추켈러'를 <부르클린의 여왕>이라고 부르며 짝사랑하며 애를 태우자 삼촌인 네이션이 낸시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조카를 인사시키고 이후 소소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도 흥미롭다.


 이 세상은 혁명, 전쟁과 같은 큰일도 일어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평생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리석은 일들을 저지르며 삶을 이끌어간다. 그래서 네이션은 죽기 전에 "살아오는 동안 저질렀던 모든 실수와 잘못과 어줍잖은 짓과 바보 짓 그리고 모든 무의미한 행동을 단순화 하면서도 분명하게 그려 볼 셈"으로 남은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글은 쓰는 사람의 내면의 표출이므로 결국 오스터도 이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그간의 어리석은 짓들을 적어보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여러 작가와 철학자 이름이 나오고 특히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한 다음 <논리학 철학논고>로 이름이 잘 알려진 비르켄슈타인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그가 젊은 시절 오스트리아 어느 시골 선생을 하면서 자기 기준으로는 학생들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심한 체벌도 하고 야단도 자주 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되어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옛 제자들을 하나하나 찾아 사과를 하였으나 모두 사과를 받아 주지 않고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한다. 이 경우를 보면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은 쉽게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 볼 점이다. 이 점도 어리석은 일 중 하나인데 역시 내게도 아픈 기억이 있어 새삼 후회스럽다.


 미국 소설에서 동성애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이 소설에서도 그렇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를 결의하였으며 더욱 놀라운 일은 백악관 야간 조명을 무지개 빛으로 하여 동성애 결혼을 환영한 사실이다. 동성애 결혼은 문화적, 사회적 기반이 우리와 다르므로 우리의 입장에서 쉽게 찬반을 표할 수 없다.  이 소설에서도 서적상 주인 해리는 자마이카 출신 종업원 루퍼스와 동성 연애관계를 하고 있고 톰 우드가 연모하는 미녀 낸시도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나서 톰 우드의 여동생과 함께 지내다 동성애하는 사이가 된다. 같은 동성애자이지만 해리와 루퍼스 사이는 육체 접촉을 하지 않기도 하여 그 양상은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소설 읽기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하여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