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즐거운 건축영어>를 읽고...

깃또리 2019. 1. 14. 10:09

<즐거운 건축영어>를 읽고...

A Practical Guide to Architectural and Building Engineering Terminology

星野和弘 지음/ 이문구 편저

技文堂

2015. 6. 20.

 


 어린 시절 "책을 사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내가 이 작은 책을 구입했던 해가 1995년 6월이니 어언 20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며 다시 펼쳐 드니 감회가 새롭다. 책을 펴낸 곳은 기술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技文堂>으로 요즘 전문서적을 사 볼 기회가 없어 지금도 문을 열고 있나 알아보려고 인터넷으로 열람해보니 아직도 기문당 출판사는 건재하고 출판사 대표도 바뀌지 않았다. 건설관련서적출판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이런 출판사는 그 공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정부에서 상도 주고 재정지원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기야 내가 몰라서 그렇지 아마 이런 일들을 이미 했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일반 어휘에도 관심이 많은데 더구나 내가 건축시공 업무를 전공으로 하고 있어 건축전문용어에 관한 책이라서 애지중지하며 이 책을 같은 일을 하는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빌려 주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흥미가 없어 보였다. 일본 사람이 쓴 책을 번역해서 그런지 약간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상식을 넓히는 기회가 되어 20년 만에 다시 읽고 몇 부분은 간추려 기억을 새롭게 하고 책 제목에 들어 있는 구절처럼 즐거운 후기가 되도록 적어본다.

 

<정관사 중독자>편에서 건축용어는 아니지만 알코올은 아라비아 'al‘은 정관사이므로 '알코올 중독자'를 '알 중독자'로 줄여 쓰면 '정관사 중독자'가 되므로 절대로 줄여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는 일본의 경우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알 중독자'라고는 하지 않는다. 대신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자면 'stainless steel'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텐 밥그릇', '스텐 제품' 등으로 말하는데 이는 앞의 일본사람들의 알 중독자와 경우는 다르지만 줄여서는 절대 안 되는 경우이다. 즉 stain 은 얼룩, 녹, 오염이고 less는 명사의 뒤에 붙어 "...이 없는"을 뜻하는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줄여서 쓰면 반대의 의미가 되어버린다.

 

<엉터리 외래용어>부분에 일본용어 '답빠'를 '높이'의 일본어라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高'를 일본사람들이 '답빠'로 읽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영어 'top'을 일본사람들이 '답빠'로 읽고 우리가 이를 따라서 쓰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수십 년 간 틀린 상상을 하고 지냈기 때문이다. 분명히 20여 년 전에 이 부분을 읽었을 텐데 마치 처음 읽는 느낌이다.

 

<디자인의 재능과 플레어 스커트>에서 flair 와 flare를 다뤘다. 두 단어 발음은 l같지만 flair는 재능,  직감을 뜻하여 'flair of design'-디자인 재능, 'architect with a flair'-재능이 있는 건축가, 'to demonstrate creativity and flair'-창조성과 재능을 나타내다, 와 같은 표현을 만들고 flare는 원래 '불꽃이 너울거리다, 훨훨 타오르다' 등의 뜻이 있어서 여기에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다' 라는 뜻이 파생되어 아래가 벌어진 서양 치마를 flaring skirt라고 부른다 한다. 건축용어로는 주두가 벌어진 형태를' flared column head'라 한다고 했다.

<강철재의 모피>에서 건축용어인 furring은 원래 모피로 옷을 안감을 덧대다가 건축 마감재의 바탕재료로 뜻이 변했다 한다. 그래서 furring channel 이 '천장졸대' '천장 바탕재'로 번역할 수 있고 벽에서도 furring strips란 말이 나왔다 한다. 즉 모피가 이제 강철재로 변신한 재미있는 어휘라 하였다.

 

아마 중학교 시절쯤 ‘맨홀’ ‘맹홀’이란 말을 처음 들었으며 영어로 manhole이라는 것을 알고 퍽 신기해하였었다. 그러나 여성해방론자들은 man이 들어간 어휘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하여 policeman-policeofficer, chairman-chairpersom, postman-postcleck, draftman-draftperson 심지어 mankind를 humankind로 바꾸어 쓴다고 했다. 일부는 정착 단계이고 일부는 변화하는 중이라 했다. 그러나 manhole을 womanhole이라 하면 좀 이상한 말이 되고 personhole이 어떤 가 했는데 아직 국내에서 personhole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였다. 미국 사정은 어떠한지 우리 사무실에 자주 오는 Scott에게 물어 보아야겠다. 일본 저자는 craftman, trademan, workman, workmanship, manpower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되묻고 있다.  언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변하고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바꾸어지리라 생각된다.

 

출입문의 개방방향에 대하여 right-hand door와 left-hand door설명에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문을 바라보아 오른쪽에 정첩이 있으면 오른편 도아이고 이때는 맞은편으로 열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미국 기준이고 영국은 문이 자기 앞으로 열리는 기준이기 때문에 사실 미국과 영국은 서로 반대라고 할 수 있다 한다. 건축용어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어휘가 미국과 영국이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반대의 경우는 드문 것 같다. 'Talk about saving face'라는 건설자재 광고 문안을 이용하여 저자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보수하여 쓰는 일에 대한 용어를 어려가지로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눈에 띠는 용어가 국내에서는 잘 쓰지 않는 refurbishment를 소개하였다. 국내에서 자주 쓰는 용어까지 정리해보면 renovation, remodelling, renewal, reformation, rehabilitation, refurbishment 등 실로 다양하다.

 

책 마지막 부분에 '문학적인 엑스펜션 조인트'라는 부분이 나온다. 나도 평소 관심이 있어 다시 자세히 읽어보았다. 저자는 expansion joint는 "'신축이음' '신축줄눈'이며 신축이란 팽창과 수축을 아우르는 편리한 말이지만 영어 expansion joint에 썩 알맞다고 하기 어렵다."라 하였다. 그래서 내 의견으로는 팽창과 수축에 관하여 충분한 고려가 없던 시기에 팽창을 중요시하여 만든 말이 지금까지 통용되어 적절하지 않으나 팽창과 수축을 아우르는 전문용어로 정착되었으리라 추측된다. 만일 지금 새롭게 용어를 정리한다면 대부분 팽창과 수축이 시기에 따라 교대로 작용되므로 Control joint로 하는 게 어떤가 하며 특별히 팽창만 문제가 되는 곳에 Expansion join로 하고 수축이 문제되는 곳은 Contraction joint로 해야 적절하다 생각한다. 또 같은 control joint 도 세분하여 단면 전체 또는 구조물 전체를 분리하는 곳과 단면 일부에 적용하는 등 다시 구별하는 방법이 어떤가 한다.

 

현재로서는 단면 전체를 분리하는 부분은 Expansion joint로 단면 일부에 적용하는 부분은 편의상 control joint로 구별하여 적용하고 있는듯하다. 앞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