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Desert Flower>를 읽고...

깃또리 2018. 11. 27. 14:39

<Desert Flower>를 읽고...
Waris Dirie with Cathleen Miller
Happer Perennial
2016. 03. 07.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음이 인연(人緣)이므로 사람과 책의 만남은 책연(冊緣)이라 하면 어떨까? 거의 10년 도 더 된 어느 해에 나는 해외여행 중 어느 공항 작은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을 구경하다 비교적 쉬워 보이는 <Desert Flower>라는 어느 아프리카 패션모델의 삶을 담은 책을 구입하였다. 문법상 어렵지는 않았으나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한 번은 그냥 읽고 두 번째는 사전을 뒤져가며 읽었는데 몇 페이지 안 남은 상태에서 전철 의자에 잠깐 내려놓았다 급히 내리는 바람에 잃어버렸다. 혹시 찾을 수 있을 까 하여 지하철 분실물 보관소도 기웃거렸으나 찾지 못하고 아쉬운 생각으로 지내다 2014년 7월 인터넷 주문으로 다시 새 책을 손에 넣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2년이 흐른 올 1월 한 번 읽고 2월에 다시 정독하여 모두 네 번을 읽은 셈이다. 다른 책에 비하여 책연이 깊은 편이고 주인공 Waris Dirie에 대한 삶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고향은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소말리아로 아라비아 반도 끝의 예멘과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나라이다. 동쪽으로는 인도양을 서쪽 편 내륙으로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와 국경을 이루고 모가디슈가 수도이며 아랍어와 소말리아 어를 공용어로 하며 국민의 95%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슬람국가이다. 1900년 경 부터 영국, 이탈리아 지배하에 있다가 1960년에 독립하였으나 여러 차례 정변과 부족간 싸움으로 경제수준은 GDP 기준 세계 150 위권인 최빈국이다. 우리에게 소말리아 하면 내전, 종족분쟁, 소말리아 해적이 먼저 떠오른다. 토양은 척박하고 인구의 대다수가 유목민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여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주인공 Waris는 대략 1965년 오빠와 언니 다음으로 척박한 사막에서 태어났다. 왜 대략이라 하느냐면 유목민의 출산율은 높은 편이지만 영아 사망이 많기 때문에 생년월일을 기억해두지 않는다 한다. 또한 출생신고나 인구조사와 같은 행정체계가 빈약하여 더욱 그러할 것이다.


 Waris 아버지는 전형적인 유목민이지만 그 지역에서 비교적 체격이 좋고 미남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덕분에 수도 모가디슈 출신에 비교적 집안이 좋은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Waris 어머니를 아내로 맞았다 한다. 부모는 여러 명의 아들, 딸을 낳았지만 태어나자마자 또는 유아기에 죽어 겨우 여섯 명이 10세를 넘겼으나 결국 막내 동생 Ali 도 10대 초반에 병으로 죽고 큰 언니인 Aman도 결혼 후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Waris는 13살에 아버지가 어느 늙은 유목민이 낙타 몇 마리를 지참금을 내고 데려가겠다는 말에 결혼을 준비하자 어머니의 허락을 받은 다음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떠나 사막을 가로질러 이웃 큰 도시로 탈출을 감행하였다.


 이 탈출 전의 이야기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여성의 할례가 오래 전부터 이어오고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목적은 결혼 전 순결유지, 결혼 후 남편 이외 남성과 관계를 차단하고자 하는 등이라 한다. 대략 10대 초반에 치르는데 그 방법이 지극히 원시적으로 마취도 하지 않고 사용하는 도구조차 소독하지 않아 불결하여 쇼크,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죽거나 부종 등 후유증으로 상당수 어린 소녀들이 목숨을 잃는다 한다. 이 과정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원할한 소변을 배출하지 못하고 여러 장애가 일어나 평생을 불구자로 살아가는 비인도적이고 무자비한 행위라 할 수 있다. Waris 주변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실을 기록한 부분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Even though I suffered as a result of my circumcision, I was luck. Things could have been much worse, as they frequently were for others girls. As we traveled throughout Somalia, we met families and I played with their daughters. When we visited them again, the girls were missing. No one spoke the truth about their absent, or even spoke of them at all. They had died as a result of their mutilation - from bleeding to death, shock, infection, or tetanus. Considering the condition in which the procedure is performed, that isn't surprising. What's surprising is that any of us survived.
 I barely remember my sister Halemo. I was around three, and I remember her being there, then she wasn't there anymore, but I didn't understand what had happened to her. Later I learned that when her "special time" came, and the old gypsy woman circumcised her, she bled to dead.


 영어로 Female Circumcision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U.N.의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Female genital mutilation(FGM)으로 통용하고 있다 한다. Waris는 집을 떠나기 전 아버지 친구로부터 영문도 모르고 강간을 당하고 할례를 치렀으며 탈출기간 동안에도 달리는 화물차 위에서 위기를 맞았고 도시에 도착하여서도 낯선 남자의 침대에서 도망치기도 하였다. 또한 사막을 가로지르면서 물 한 병, 빵 한 조각 입에 넣지 않고 걷다가 지쳐 어느 나무 그늘 아래 반쯤 빈사상태로 기대 앉아 있었다. 그 때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갈기를 지닌 수사자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가 머리를 돌려 이글거리는 사막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한다.


 Waris는 회고하기를 배부른 사자가 먹을 만한 가치도 없는 빼빼 마른 어린 소녀를 보고 그냥 돌아가지 않았나 하고, 다시 생각하여 신이 Waris에게 어떤 중요한 일을 맡기기 위해 목숨을 남겨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Waris는 그 이후 어떤 고난과 위험에 부딪쳐도 신은 자신 편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낙관론자가 되었다 술회한다. 큰 도시에 도착해서도 역시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였으나 그 때 마다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여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간다. 주인공의 삶에서 가장 큰 전기가 된 일은 큰 이모집에서 가정부 노릇을 하는 어느 날 영국 런던에 주재하던 소말리아 대사인 작은 이모부가 대사관저에서 일할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을 엿듣고 이를 자청하였다. 처음엔 두 사람이 달갑지 않게 생각하였으나 Waris의 간청으로 얼마 후 추운 겨울날 런던 공항에 도착하여 영국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Waris의 꿈과 기대와 달리 이모부와 이모는 Waris 장래에 대하여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단지 소말리아에서 온 한 가정부로 취급한다. 이 집에서도 사촌 오빠의 성적관심 대상이 되어 고통을 받는 등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나 대사 임기를 3년을 마친 이모부가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가게 된다. 소말리아를 떠날 때 꿈과 달리 공부도 하지 못하고 넉넉한 돈도 저축하지 못한 처지로 돌아 갈 수 없다고 결심하여 여권을 훔쳐 감추고 소말리아 귀국을 거부하여 이모부 가족은 할 수 없이 Waris를 홀로 남겨두고 런던을 떠난다. Waris는 적은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언어 장벽과 취약한 신분으로 일 한 만큼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런던에서 홀로 서기를 하던 중 Malcolm Fairchild라는 모델 사진작가의 눈에 띠어 소말리아 최초의 모델이 된다. 모델 생활 초기에 5살 아래의 Naomi Cambell과 만나 한 방을 쓰기도 하고 세계적 모델인 Cindy Crawford, Cloudia Schiffer, Lauren Hutton 등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델이 되었다 하여 고난이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소말리아의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할 수 없어 한 번은 친구의 여권을 훔쳐 자신의 사진을 붙여 다녀오기도 했으나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 동안 모아 둔 돈을 O'Sullivan이란 알콜 중독자에게 주고 위장 결혼을 하기도 했다. 겨우 결혼신고를 마쳤으나 위장결혼 혐의를 받아 조사를 받고 힘든 시기를 보내자 영국에서 만난 친구 Julie의 오빠 Nigel이 도움을 주겠다 하여 결혼신고를 한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Nigel은 약간 과대망상자로 헤어질 때 Waris에게 큰돈을 요구하는 등 많은 고통을 주었다. Waris는 활동 무대를 미국 N.Y. 으로 옮기고 난 다음 영국 BBC방송국에서 30분짜리 다큐멘타리 프로그램 'The Day That Changed My Life'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아 소말리아 방문을 조건으로 출연하였다.


 1995년 Waris의 나이 30세에 소말리아 국경 가까운 에티오피아 작은 마을에 BBC방송요원들과 도착하여 어렵게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에게 넓고 편한 세상인 미국에서 같이 살자고 해도 어머니는 늙은 아버지와 그 동안 두 째 부인이 낳았으나 버리고 간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며 소말리아에 남는다. 미국에 돌아 온 Waris는 4인조 밴드에 속한 Dana라는 말수가 적은 흑인 청년을 보고 한 눈에 반하여 사귀다 곧 동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영국에서 서류상 결혼신고를 한 Nigel과 이혼처리를 하느라 많은 시간과 고통을 받으며 그간 모아 놓았던 돈을 주고 헤어났다. 1997년 Dana 사이에 아들을 낳아 Aleek라는 이름을 짓고 Marie Claire라는 패션 잡지에 자신의 할례경험과 이슬람 지역 여성 할례의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하는 인터뷰를 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격려와 부끄러운 자신의 일을 밝힌 용기에 대한 찬사를 받는다. Marie Claire 기사를 읽은 Babara Walter는 이 기사 내용에 큰 충격을 받고 Waris와 인터뷰를 자청하고 이 인터뷰가 계기가 되어 UN의 FGM(Female Genital Mutilation)반대 특별대사가 되었다. Waris는 초등학교조차 가지 못했고 영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어 이 자서전 형식의 글은 구술에 의하여 남이 대신 써 준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소말리아 유목민들의 원시적인 삶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가축들에게 먹일 풀과 물을 위해 끝없이 자리를 옮기고 가뭄이 들면 눈앞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소중한 가축들이 쓰러지는 참상에 눈물짓는다. 오랜 가뭄 끝에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뛰어 나와 하늘에 감사하는 희열에 찬 춤과 노래를 하며 물은 무엇보다 귀중한 존재라 한다. 그래서 Waris는 유럽과 미국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아직도 물을 낭비하지 않고 비만으로 운동을 하거나 헬스클럽에서 땀을 쏟는 사람을 보면 아프리카에 몇 달만 살다 오면 체중도 줄어들고 어려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한 무수한 역경과 위험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버리지 않고 첩의 자식까지 돌보는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책 곳곳에 밝혔으며 책 표지 다음 헌정사는 'For Mama'라는 제목으로 어머니 Fathuma Ahmed Aden에게 돌렸다. 한 동안 자신을 불구로 만들었으며 자신에게 변변한 도움을 주지 않은 조국 소말리아지만 Waris는 항상 먼지 흩날리는 불모의 소말리아를 그리워하고 소녀 시절의 고향을 자유와 긍정의 땅으로 자랑스러워한다.
    


For Mama 


 I realize that when one travels the road of life, weathering storms, enjoying the sunshine, standing in the eye of many hurricanes, survival is determined only by the strength of one's will. Therefore I dedicate this book to the woman upon whose shoulders I stand, whose strength is unyielding : my mother, Fattuma Ahmed Aden.
She has shown her children evidence of faith while staring into the face of unthinkable adversity. She has balanced an equal devotion to twelve children (an amazing feat on its own) and shown wisdom that would humble the most insightful sage.
 Her sacrifices have been many, her complaints, few. And all along we, her children, knew that she gave what she had, no matter how meager -without reservation. She has known the agony of losing a child more than once, and still she maintaining her strength and courage to continue struggling for her remaining children. Her generosity of spirit and inner and outer beauty are legendary.

 Mama, I love, respect, and cherish you, and thank Almighty Allah for giving me you as my mother. My prayer is to honor your legacy by parenting my son as you have tirelessly nurtured your children.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온 가족들이 아침은 소량의 음식으로 때우고 점심도 굶고 저녁마저 기대하던 양식이 없어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군소리 없이 별 빛을 이불 삼아 잠자리에 드는 어린 동생들의 모습을 회상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가족의 우애와 사랑은 깊고 소말리아인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며 신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한다. 책 중간에도 몇 번 나오고 책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에도 'In'shallah, if God is willing, it will happen'이다.  즉 신의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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