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이름 뒤에 숨은 사랑, Namesake>을 읽고...

깃또리 2018. 11. 13. 12:30

<이름 뒤에 숨은 사랑, Namesake>을 읽고...
줌파 라히리 지음/박상미 옮김
마음산책
2017.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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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젊기 때문에 줌파 라히리의 책은 단편집 2권, 장편소설 2권, 에세이 2권으로 모두 여섯 권뿐이다. 이 책은 첫 번째 장편소설로 2003년 발매하여 전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다. 그러나 나는 줌파의 책 중에서 다섯 번째로 읽었다. 영문판 제목은 <Namesake>인데 의미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물려받은 사람 또는 이름이 같은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영영사전에는 'one named after another' 우리 말 ‘동명이인’과 넓은 의미에서 같지만 Namesake는 ‘의도적으로 원래 있는 사람의 이름을 똑같이 따른 것’이고 ‘동명이인’의 경우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한 가지 제목과 관련하여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우리 말 제목은 조금 소설의 전체 내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소설의 내용을 잘 반영한 제목이 아니다. 물론 주인공 아버지가 러시아 작가 고골리를 좋아해서 아들 이름을 고골리로 지었으나 처음 우리말 제목을 대하면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남녀 간의 이루어지는 사랑에 관한 내용일 거라는 선입견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긴 내가 너무 사랑이라는 단어에 소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또한 제목에 큰 의미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줌파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한 인물들 대부분 인도계 미국인이며 미국 동부 대학교 출신들로 너무 자주 반복되어 약간 식상하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아버지 강굴리씨는 MIT 대학교 교수이고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고골리는 예일대학교와 콜롬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공부하였다. 고골리가 결혼 전 사귀는 여자들도 모두 유명대학교 출신들로 마찬가지이며 결혼식을 올리고 2년 같이 살다가 헤어지는 모슈미는 브라운 대학교 출신으로 뉴욕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모슈미의 친구 대니스는 프린스턴대학교, 콜린은 예일대하교 출신이다. 소위 미국 동부 아리비리그 출신들이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대학교의 미술관 큐레이터, 화가, 시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등으로 하는 일들이 호화롭다. 미국의 중견작가이며 뉴욕 출신인 폴 오스터의 소설에도 아이비 리그출신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줌파보다는 심하지 않았었다. 나는 흥미삼아 소위 동부 아이비리그 8 개 대학교를 철자 순으로 적어 보았다.


Brown University
Columbia University
Cornell University
Dartmouth University
Harvard University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inceton University
Yale University


 사실 앞에 말한 점을 포함하여 주인공 고골리가 아주 쉽게 여성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여 책 중간을 조금 넘겨 내가 왜 이런 허접한 책을 손에 들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나는 원래 손에 들었던 책을 가능한 한 끝까지 읽는 버릇이 있어 인내심을 발휘하여 읽기를 계속하였으며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아버지 강굴리씨는 젊은 시절 인도 북부 여행 중 기차 전복사고로 죽을 고비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사고 직전까지 러시아 작가 고골리의 <외투>를 읽고 있었으며 주변 사람들 모두 사망하였으나 홀로 살아남았다. 부상의 후유증으로 약간 다리를 절기도 한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힘들게 공부하여 MIT교수가 되었고 인도에서 사는 어머니의 중매로 아시마와 결혼하여 아들 고골리를 낳아 러시아 작가의 이름을 따랐다. 그러나 고골리는 철이 들기 시작하여 줄곧 자신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 일에 불평을 하고 불만을 품고 지낸다. 18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니콜'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였다. 이 대목에서 미국에서 이름을 바꿀 때 법원에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고 은행, 학교 등에 신고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 흥미로웠다. 이름은 희망하는 대로 바꿨으나 부모 특히 아버지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만나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역시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고골리가 이름을 바꾼 것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때부터 고골리는 여러 여성과 쉽게 잠을 자게 된다. 인도인의 피를 받았으나 이탈리아인과 외모가 비슷하기도 하여 주변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며 물론 명문 예일대학교와 콜롬비아 대학원 졸업이라는 좋은 배경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이란 나라가 비교적 성이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에 크게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여기에 나오는 고골리가 인도인이지만 외모가 이탈리아인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줌파는 어느 책에선가 자신의 남편이 인도인이지만 외모가 이탈리아인과 비슷하다고 한 일이 있어 어느 정도는 남편을 고골리의 모델로 삼은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아버지 강굴리씨가 왜 아들 이름을 고골리로 정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고골리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부분으로 이어진다. 인도의 풍습과 문화에 대하여 이해하면서 인도가 영국 식민지 영향으로 영어를 사용하지만 전체적인 감성은 동양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