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얼굴>을 읽고...

깃또리 2018. 11. 9. 09:31

<얼굴>을 읽고...
이순원
창비
2017. 07. 20.
 

 사실 나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사태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적다. 지금은 '광주 사태'가 아니고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바뀐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두 번째 이집트 카이로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리 스마트 폰도 없고 한국 신문이나 방송을 가까이 할 수도 없었으며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는 직업도 아닌 건설회사 직원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친인척이나 친구 누구하나 광주사태에 연관이 있는 사람도 없어 그 이후 지금까지도 별 관심 없이 지내는 편이다. 그러나 4.19 학생혁명을 필두로 부마항쟁사건, 광주 5.18 민주화운동 등 굵직한 한국 현대사에 함께 각인된 사건으로 여러 사람들의 희생되었으며 그 덕분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화 진전이 이 정도 이루어 진 것에 대해서는 항상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끔 내가 만일 마산이나 광주가 내 고향이고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처신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내 성격상 열혈적으로 목숨 걸고 앞장을 서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괜히 쑥스러워지기도 한다.


 그 동안 내가 읽은 작가 이순원의 장, 단편 소설들은 주로 강원도를 배경으로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내용의 글이었으나 작가의 초기 작품에는 군대사회의 병폐, 광주항쟁,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 타락한 소비시장 등 우리 현대사의 얼룩진 모습을 썼다고 소개하였다. 그 동안 내가 이 작가에 대하여 생각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작가의 초기 작품은 처음 읽은 셈이다. 이 단편소설도 현재 같이 일하는 사무실의 동료가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텐데 분량이 적은 내용이라 끝까지 읽었다. 역시 나에겐 큰 감흥이 없었다. 작품의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작가와 같이 강원도 출신인 주인공 김주호가 신병교육을 받고 주특기 600 공수부대로 배치를 받아 험난한 훈련을 끝내고 고향으로 휴가를 하루 남기고 광주사태 폭도 진압에 투입된다. 제대 후 은행원이 되었으나 자신이 참가했던 광주사태 때의 일로 밤잠을 설친다. 물론 명령에 따른 일이지만 고객으로 은행에 자주 오는 아가씨의 오빠가 광주사태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참담한 심정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그 아가씨를 더 만나지도 못한다. 그래서 당시의 사건이 기록된 비디오 테입을 모두 구해 밤마다 보면서 혹시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지 들여다보고 이를 알게 된 홀어머니의 걱정은 늘어간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 한 사실로 광주사태로 아들을 잃은 어느 어머니와 공수부대로 진압작전에 참가한 아들을 둔 어머니의 현저하게 다른 의식을 보여 준다. 즉 세상에서 자식 사랑이 가장 우선인 어머니는 광주, 더 나아가 전라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으며 무조건 자신의 아들을 두둔한다. 그래서 자신의 지울 수없는 과거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김주호는 어머니에게 이민을 가자고까지 하였다.


 어느 비디오 테입에서도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주인공은 안심 대신 "꺼진 텔레비전 화면 속에 분명 예전의 그였을 철모를 쓴 얼굴하나가 바깥쪽의 그를 향해 아까부터 총을 겨누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너... 그래, 오랜만이다, 너......"라는 문장으로 소설을 매듭짓고 있다.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아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에서 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내 입장에서는 감히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없어 난감하다. 이미 지난 과거의 아픔을 서로 용서하고 회개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건 나의 비겁한 도피이자 이기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