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깃또리 2018. 11. 7. 12:25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로맹가리
문학동네/ 김남주 옮김
2017.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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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로맹가리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나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에 정착하여 자랐으며 외교관으로 일하며 글쓰기를 하였다. L.A. 주재 총영사를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전념하여 <하늘의 뿌리>로 1959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루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빛나는 작품으로 프랑스 문학계의 기린아가 되었다. 원래 공쿠르 상은 한 사람에게 단 한 번 기회를 주는데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1975년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공쿠르 상 수상 선정위원들은 '로맹 가리'가 아닌 다른 인물로 생각하고 수상자로 선정하여 프랑스 문학계의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 66세의 나이에 의문의 권총 자살로 세상을 떠나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나는 오래 전에 <자기 앞의 생>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으며 이 작가의 잘 알려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실린 단편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러나 두 번을 연거푸 읽었어도 작품이 독자에게, 아니 내게 주는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아쉬운 생각과 함께 책을 돌려주었다. 2011년 지금부터 6년 전 다시 빌려 읽었으나 여전히 모호하여 여러 편의 단편이 묶어 있기도 하여 천천히 읽으려고 아예 책을 구입하였다. 물론 구입하자마자 읽었으나 마찬가지여서 그동안 서가에 꽂아두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읽은 책의 대부분은 후기를 써 남기기 때문에 이 책을 볼 때마다 후기를 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약간 우울하여 다시 꺼내 읽어 모두 대여섯 번을 읽은 셈이지만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후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라도 써서 남기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2017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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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마지막 문장도 무엇을 암시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떠나갔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여자는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저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는 비어 있었다."

 여기까지 적고 시계를 보니 2017년 12월 31일 저녁 10시다. 올 한 해도 이제 2시간을 남겨두었고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후기, 결국 후기를 거의 10년 만에 마무리 한 셈이다. 사실 억지로 마무리 하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래도 한 해 마무리에 작은 성과로 위안하며 새해에도 글 읽고 쓰는 즐거움이 변치 않기를 스스로에게 부탁한다. - 2017년 12월 31일


*작품 줄거리...


 리마에서 1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길이 3킬로미터의 좁은 모래 해변에 바다 새들이 날아와 하늘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 해변에 스페인 내전과 프랑스 레지스탕스 그리고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해방 전선에서 싸웠던 마흔일곱이 된 '자크레니에'라는 사내는 카페 주인으로 홀로 살고 있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광란의 사육제 다음날 아침 어느 젊은 여자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카페 발코니에서 바라보다가 뒤따라 달려가 겨우 끌어내 카페로 데려온다. 모래사장에는 이 여자를 리마 사육장에서 납치하여 겁탈했던 술병을 든 채 누워 있는 해골 같은 사내, 푸른색 궁중의상과 하얀 실크바지의 흑인 그리고 온몸에 물감을 칠한 사내까지 세 명의 악당들이 널 부러져 있었다. 


 20살이나 21살로 보이는 젊고 아름다운 처녀는 "끝내고 싶어요. 끝내야 해요.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내 몸이 혐오스러워요."라는 말과 함께 "내가 역겹지 않으세요?' 자크에게 물었다. 불시에 큰 상처를 입고 죽으려 했던 처녀는 침대에서 자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 어떤 희망도 없이 방황하던 자크는 잠시 동안 삶에 희열과 반짝이는 희망의 빛을 느끼기도 한다. 잠시 후 카페에 세 사람이 나타난다. 50대의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인 처녀의 남편인 로저, 투우사 복장의 잘 생긴 청년 마리오, 여자용 외투를 입은 운전수 겸 비서가 이들이다. 로저는 영국의 부호로 젊은 아내와 함께 세계 이곳저곳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던 중 리마에서 젊은 아내가 사라져 차안에서 4시간이나 기다리기도 하다가 해변을 찾아 왔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이고 젊은 아내를 즐겁게 해주려고 갖은 애를 썼었으나 결국 페루에서 또 다시 실망스런 일을 당했다.


 소설에서 젊은 여성이 불감증으로 시달리는 듯한 내용이 나오지만 그 외에 이 여성의 배경을 암시하는 어떤 문장도 보이지 않고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단편소설의 마지막 부분도 특별한 사건의 전개나 반전도 없이 젊은 여인과 세 사람이 카페를 떠나고 부랑자 세 사람은 여전히 모래사장에 뒹구는 상황에서 끝을 맺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공쿠루 상을 받은 작품이니 도전적으로 읽어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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